특구지정 상업자본 몰려 / 임대료 3년새 2~3배 껑충 / 예술인 생태계 파괴 반복 / 최소 보호기준 마련돼야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동문예술거리는 이제 맛집 골목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한옥마을 관광명소화의 여파로 상업자본이 진입하면서 콩나물국밥 전문점 등 음식점과 프랜차이즈 형식의 술집, 게스트하우스가 많아졌다. 20년 간 동문거리의 상징이었던 갤러리 주점 ‘새벽강’도 지난해 웨딩거리로 이동했고, 동문액자도 2015년 전주시청 너머로 자리를 옮겼다. 전시장인 ‘차라리 언더바’와 미술인 5명 연합 작업실 ‘두레공간 콩’은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하지 않아 남을 수 있었다.
공연 분야는 창작소극장과 한옥마을아트홀(옛 우듬지극장)이 남아 있어 이를 중심으로 연극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1990년 개관한 창작소극장의 박규현 대표는 “1990년대만 하더라도 극단 연습실도 4,5개 더 있었고 건물 2,3층 대부분에는 화실이 입주해 있는 번성한 거리였는데 예술공간이나 활동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면서 “소극장은 공간 특성상 이동하기가 어려워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임대료 등의 부담은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많은 미술인들의 작업실도 임대료를 감당치 못해 웨딩거리 등으로 떠났고 일방적으로 건물주에게 내쫓긴 경우도 있다. 구도심 일대 공인중개사 대표, 거주 작가들에 따르면 동문거리와 웨딩거리 월세를 10평(33㎡)규모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각각 40~55만원, 16~25만 원정도이다. 두 배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김원 작가는 “원래 동문거리에서 작업을 했었는데, 수년 전 레지던시에 들어가기 위해 나왔다가 지난해 다시 동문거리로 들어가려니 너무 비싸서 결국 웨딩거리에 작업실을 잡았다”면서 “동문거리 공간 임대료가 3년 사이 두, 세 배 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동문거리도 서울 홍대지역이나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처럼 외부 투자자, 대형 음식 사업체 등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본격적인 상권이 형성되고 임대료도 크게 올라 원주민이 떠나는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ition)’ 현상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거리의 정체성을 만든 예술인들은 빠져나갔고, 현재 남아 있는 문화공간까지도 세입자의 상태로 언제든지 문 닫을 위기에 있다. 이로 인해 거리의 고유성이 사라지고 예술적 생산보다는 상업적 소비만 늘어나는 획일적인 상업지구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예술거리 특색을 살리기 위해 전주동문예술거리추진단이 지난 2012년부터 진행한 ‘문화·예술거리 조성사업’은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구지정으로 인한 기대수입으로 상업 자본이 더욱 몰렸다는 것. 반면, 문화·예술거리 조성사업은 이러한 현상을 약화시킬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화거리 사업으로 조성한 ‘전주시민놀이터’ ‘동문길60’ ‘창작지원센터’는 연계 거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프로그램 운영이나 홍보도 예술거리를 상징하거나 사람을 모으기엔 소극적이고 형식적이라는 평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되면서 예술인들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문화백화(文化白化)’현상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도시 발달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떠나는 과정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되풀이되는 문화백화 현상은 지역 문화의 터전을 없애고 지속·발전을 저해한다.
웨딩거리의 예술인들은 “인근 전라감영 복원 등으로 서서히 규모가 큰 상업 자본들이 들어서고 있어 이 곳 역시 임대료가 오를 조짐이 보인다”며 “임대료가 오르면 결국 또 떠나야 할 텐데 예술인들이 도대체 어디까지 밀려나게 될지 걱정이다”고 입을 모았다.
도내 문화·예술인들은 “오랜 시간동안 쌓아온 예술적 토대와 뿌리가 없어지는 것은 지역 문화·예술을 죽이는 것”면서 “지역 예술인들이 자본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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