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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창조 전북을 위하여

▲ 강성오 다음관현악단 예술감독

나는 어린 시절부터 작곡가를 꿈꿔왔던 것은 아니었다. 음악과 미술, 학문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으셨던 형님 옆에서 세계의 다양한 음악들을 접하게 되었고, 피아노를 연주하시던 누님의 어깨 너머로 따라서 연주하던 정도였다. 학교의 실기교실과 학원을 오가며 서예에 빠져 있었고, 집에 와서도 난과 죽을 치며 혼자서 하는 놀이에 빠져있는 성향이었다. 아마도 집안에서 초서를 즐겨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탓도 있으려니 했다.

 

아직도 창작 예술인 처우 미흡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서예에서 잠시 멀어져 학업에 매진하던 찰나 느닷없이 학교의 동아리에서 쇠·북·장구· 징 소리가 들렸고, 나도 모르게 그 소리에 매료되어 국악이라는 분야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푹 빠지는 감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해왔던 음악 임에도 국악은 새롭고, 신선한 자극이었다. 그렇게 나의 국악인생이 시작되었다. 전통악곡과 국악기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던 나는 악기마다 가지고 있는 매우 독특한 소리에 매력을 느끼고 한 가지씩 배워나갔다. 군 제대 이후 대학전공을 살려 연주회에 걸 맞는 형식의 곡을 쓰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쓰기 시작한 곡이 운이 좋아 외부로 팔려나가기도 했다. 꿈꿔왔던 작곡가의 삶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곡을 짓는 작업이 어느 덧 십여 년이 흘러 그간 수많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며 전업작곡가로서의 삶을 이어왔다. 물론 그러한 삶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세월이었다. 젊음이라는 자신감 하나 가지고 버텨왔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나는 여전히 청춘이다. 이제는 후학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나이가 되어 실상 작곡가의 현실에 대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후배 작곡가들을 위해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창작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예술관련계에서 분명 알고 있을 법 한데 아직도 창작자에 대한 처우가 미흡한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새로운 인물이 탄생하고, 육성될 수 있겠는가. 창조적인 전북, 세계로 뻗어나가는 전북도의 예술 작품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창작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창작자를 세계적인 예술인으로 길러내야 하는 책임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몇 해 전에 서울의 모 예술단체에서 ‘상주작곡가’ 제도를 국악분야 최초로 도입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는 국악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과제로 완성도 높은 창작곡 개발에 주목하기 위해서다. 또한 작곡가가 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해 국내 최초로 ‘상주작곡가’ 제도를 도입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상주작곡가’ 제도가 전통문화 발상지인 전북도에 꼭 필요한 제도라 여겨왔다. 전북지역 민간단체에서부터 관 단체에 이르기까지 한 해를 기준으로 생산해내는 위촉 작품 대다수가 전북도와 도내 지역 문예진흥기금 지원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고서라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무대에 올리려는 작품 규모의 욕심은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관 단체의 수억 원대 브랜드사업과 견주려 하니 순수창작예술인의 등골만 휘어가는 형국이 됐다. 물론 문예진흥기금을 선정하는 기준 또한 작품의 실효성과 그에 따르는 예산이 동떨어진 심사가 매해 반복되다보니 사업에 참여하는 예술인 모두가 기금사업에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녹록치 못한 환경 속에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문화예술인·도민 관심과 노력 필요

 

국악창작곡의 경우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역사에서 작품의 레퍼토리가 매우 적기 때문에 매해 새로운 주제의 위촉 창작곡을 통해 단체의 변화를 모색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공연예산으로 인해 단발성 공연이 지속되기 십상이다. 문화 충족의 전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창작예술인의 처우개선을 위해 문화예술인 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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