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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로 번지는 '#미투' 운동] 여전히 '괴물' 존재…"공론화로 재발 막자"

전북에도 '문화권력·적폐' 없나 되돌아봐야 / '관행' 미명하에 자행…성교육 통해 인식 개선 / 소신 발언에 응원·지지…제도적 장치 마련을

▲ 연극인 이윤택씨의 상습 성폭행, 성폭력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문화·예술계가 ‘미투(#MeToo)’ 운동으로 뜨겁다. 지난달 말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고발로 촉발된 반(反)성폭력 운동이 법조계, 문학계, 연극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영미 시인은 시 ‘괴물’을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여성 감독은 SNS를 통해 이현주 영화감독의 성폭행을,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는 SNS를 통해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관행’이라는,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성폭력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나아가 폭력적이고 부조리한 위계질서를 청산해 권력의 그늘에서 희생되는 개인이 없도록 만들겠다는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전북지역 문화·예술인들도 전북에는 괴물이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도내 한 문학인은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문단을 시끄럽게 한 장본인’으로 낙인찍혀 따돌림 혹은 매장당하는 걸 우려한다”며 “하지만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갑질에 침묵하지 않아야만 소신 있는 문단 활동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도내 안팎에서 활동해온 최진영 영화감독은 “미투 운동에 대해 매우 공감한다”며 “더욱 공론화돼서 자정 운동으로 번져야 하고, 성범죄 재발 방지책 등 제도적 장치가 가해자에게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분야에 걸쳐 여성 인권이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화·예술계 사정은 더욱 심각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특출난 한 사람에게 권력이 몰리고, 이들은 자신을 거스르는 사람은 판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문화 권력’이 된다. 과거에도, 최근에도 성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른 인물들은 이를 악용한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최 감독은 “ ‘예술가라서 기질이 특별하다’고 용인하는 것은 가해자나 공조자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이라며 “비틀어진 적폐 중의 적폐”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미투 운동이 미국에서 시작했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운동을 펼쳐왔고, 터질 게 터진 것이다.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로 인식과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간증을 통해 용서받고, 권위 있는 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또 상을 타는 세상이다. 가해자들이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인정받고 잘 나가는 세상이 계속된다면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북지역 한 문학인은 이번 사태를 두고 다시 문단의 침체기가 오진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최영미 시인이 지난 사건을 두고 뒤늦게 SNS를 통해 문학계 전반적인 폐단인 것처럼 비치게 말한 것은 부정적인 시각이다. 정권이 바뀐 후 문단에 조금씩 빛이 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으로 다시 문단의 침체기가 오진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의 논란을 떠나 현 사회에서의 여성 인권 문제는 짚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적받은 부분은 반성하고 성인 성교육 등을 통해서라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각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나이 대는 낡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악의를 갖는 경우도 있지만 성 문제라는 인식도 못 한 채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문인 사이에서는 동지처럼 가깝게 지낸다는 명분 아래 남성 문인이 고의 없이 내뱉은 성적인 표현이 여성 문인에게는 수치심을 느끼게 할 때가 있다. 모두가 경각심을 갖는 것은 물론 자체적인 (성 문제 논란의) 기준이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민주·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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