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오후 전북대학교 병원에서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40대 북한이탈주민 여성은 손글씨로 “기쁘다”라는 말을 전했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전북하나센터 김의남 상담팀장(47)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병마와 싸우며 남북정상회담의 모습을 보는 여성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김 팀장의 일터는 북한이탈주민의 지역 생활 적응을 돕기위해 개소된 (사)전북하나센터다. 8년 전 첫 상담사로 들어간 김 팀장은 190명의 북한이탈주민을 돕고 있다.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책임전문상담사’ 1기로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서류, 실습, 면접 등 심사가 꽤 까다롭더라고요. 전북지역 탈북자 상담사 가운데 ‘최초’라는 수식이 붙는데, 다행히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해 쉽게 취득한 것 같아요.”
그는 주로 ‘탈북 여성’의 고민을 듣고 있다. 전북지역 이탈주민 530명의 80%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여성을 중국에 돈과 거래하는 인신매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오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 이유다.
북녘에서 온 여성들은 어떤 고민을 할까. 그는 “여성들이 나이가 들면서 건강 상태가 남한 주민보다 좋지 않은 것 같다”며 “특히 병원,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북한이탈주민의 경우에는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혼’ 문제도 있다. 북한에서 결혼한 여성은 남한에서 다른 남성과 결혼하려면 이혼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 팀장은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연결해 서울가정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완주 출신인 김 팀장은 전북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장신대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밟다가 ‘북한이탈주민’과 인연을 맺었다. 완주군 이서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의 목욕 봉사를 하다 분단의 아픔을 덜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나서다.
“목욕봉사를 오래 했어요. 어르신들 만나면서 말동무도 했는데, 통일을 간절히 바라시더라고요. 때마침 전북하나센터가 개소되고,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전문상담사를 뽑는다는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죠.”
전주대 진로지도상담 심리대학원에 진학한 그의 가족사에 콧등이 시큰했다. “슬하에 2남 1녀가 있어요. 이중 고등 1학년, 초등 6학년 아이는 입양을 했습니다. 제가 아버님을 일찍 여의면서 그 소중함을 알거든요. 그래서 이들에게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했죠.”
가족에 대한 애정이 많겠다고 하자, 김 팀장은 통일 얘기를 했다. “제 아내가 전북대병원에서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 근무합니다. 통일이 되면, 아내는 임종을 앞둔 환자를 돌보고 싶어하고, 저와 아이들은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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