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7만 명이 거주하는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에서 7번째로 큰 도시다. 프랑스 도시인구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이는 역사적 특수성에도 기인하지만 지방도시에 사는 시민들의 삶의 질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스트라스부르는 비록 전라북도 도청 소재지인 전주보다도 작은 도시다. 그러나 이곳에는 유럽연합의 유럽의회와 유럽인권재판소, 유럽 평의회가 소재한 유럽연합정치 1번지로 불린다.
본보 취재진이 만난 롤랜드 리즈 스트라스부르 시장은 더 나은 균형발전과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정치활동을 지양하고,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북일보 취재진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더 나은 지방분권 모델을 고민하고,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시장님의 관점에서 바라본 프랑스 지방분권의 현 주소는 어떻습니까.
“프랑스의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일단 수도권 과밀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도시 중심으로 성장한 유럽과 중앙집권 역사가 긴 한국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20세기 농경문화가 쇠퇴하고 산업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시작된 지역불균형발전은 어느 나라나 비슷했습니다. 프랑스는 파리 인구가 2차 대전 이후 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인구과밀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부터 각종 수도권 억제 정책과 더불어 지방분권·분산 정책을 시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지방분권정책은 80년대 이후에나 조금씩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봅니다. 스트라스부르는 20세기 후반 이후 지방분권화의 흐름 속에서 가장 많이 발전하고 있는 도시로 꼽힌다고 자부합니다.”
-그렇다면 지방분권이 자리 잡는 데 30여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렸단 말씀인데 전환점이 온 계기는 무엇인지.
“1981년 지방분권을 앞세워 당선됐던 미테랑 대통령이 강력한 중앙정부 권한축소와 함께 지방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만 균형발전이 아닌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파리에 기반을 둔 기득권층의 반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 일일이 가로막히면 균형발전은 물 건너 간 것이죠. 실제 프랑스에 지방분권이 급속하게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개헌이 성공하면서 부터입니다. 2003년 개헌을 계기로 지방분권의 기본적 가치는 법적으로 보장됐으며, 이후 지방자치를 완성된 형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정부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했으나 국회에 막혀 개헌논의가 잠잠해진 상황입니다. 프랑스 지방분권 개헌은 분명히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고 생각하는 데 개헌추진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프랑스의 지방분권개헌 추진도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많은 기득권과 도시민의 반발이 있었고 각 지역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에 대한 의문도 많았습니다. 제1차 개혁이라고 부르는 2003년 개헌 직전까지 지방분권과 관련한 법률은 40여 개나 제정되고 시대 상황에 맞게 개정돼 왔습니다. 당시까지는 제가 속한 정당인 사회당이 개혁을 주도했다고 봅니다. 2003년 이후 프랑스의 지방분권은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상당 부분 넘기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국가 조직을 각 지방에 분산시키는 방식을 도입한 것도 국가권력분산의 의미였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관료들은 파리가 아닌 자신이 이전한 지역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이는 성공한 정책이라고 봅니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정부에 예산을 의존하는 방식은 이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특히 지역정치가 중앙당에 얽매이는 것도 재정 문제 때문입니다. 여기에 중앙관료위주의 지역재정분배문제는 지역사회가 학연, 지연, 혈연에 집착하게 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지방의 진정한 자치행정을 보장하는 방법은 ‘재정’을 자발적으로 집행하고 확보할 수 있는 길도 열어 주는 것이죠. 그러나 지방은 거둬들이는 세금이 중앙에 비해 적기 때문에 이 부분이 딜레마로 작용합니다. 현재 프랑스는 3단계 지방행정체계(레지옹·데파르트망·꼬뮌)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자체일 뿐입니다. 재정에 있어서는 각자 차이가 있지만 말이죠. 프랑스의 개정 헌법은 개정 헌법은 ‘재정분권’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과세표준과 세율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했으며, 지자체 간 발생할 수 있는 재정 격차를 바로잡기 위해 재정조정 제도 등을 신설했습니다. 권한 배분과 이양에 대한 규정도 별도로 마련하도록 설계됐죠.”
-수평적 재정조정제도는 독일과 프랑스가 대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데 혹시 반발이나 부작용 없었나요.
“반발과 개선점이 없는 제도가 어디 있겠습니까. 각 지역의 입장과 대변하는 정치권의 이야기가 다른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지방분권에 따른 지방간 격차 해소를 위해 재정력이 우수한 지방이 열등한 지방에 재원을 지원하는 재정방식을 도입한 것은 저는 성공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사무권한의 지방 이양에 따른 제반 경비를 국가에서 부담해 지방정부의 부담을 최소화했죠. 부처 간 또는 중앙과 지방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인 ‘다타르(DATAR·프랑스 국토균형발전추진단)’는 1963년 설립돼 각자의 이익을 조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듣기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비합리적인 주민세와 지방자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는데 무슨 이야기인지요. 실제 그는 지난해 지방교부금 4000억 원을 삭감한 일로 지방정부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죠. 이에 대한 시장님 의견이 궁금합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젊은 개혁가답게 문제점으로 지목됐던 많은 정책을 보완하고 혁신하고자 하는 부분을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만, 이에 따른 불만도 생기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지방교부금 삭감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은 일부 지자체의 방만 경영을 혁파하고 유럽연합(EU)이 권고한 재정적자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긴축정책은 필요할 때 시행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각 지역의 사정에 맞춰 형평성 있게 시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에 대해 들려주신다면.
“지방정부가 재정을 중앙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스스로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속가능한 지역균형발전은 꿈에 불과합니다. 시민들이 나설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시민자치를 이루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지역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롤랜드 시장은
트램 설치·고속철 노선 개선 주민 편리한 지방자치 고민
롤랜드 리즈 스트라스부르 시장(73)은 사회당 소속의 정치인이자 행정가다. 그는 독일접경지대에 있는 스트라스부르와 알사스 지방의 역사를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롤랜드 시장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교통문제 해결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트램 설치로 시내교통을 원활하게 만들었으며, 고속열차 노선을 개선시켜 500km 정도 떨어진 파리에서 스트라스부르까지 2시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롤랜드 시장은 지역민을 위한 예산분배와 집행은 물론 시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지역민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지방자치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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