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임대료 때문에 가게 문을 닫을 겁니다.” 지난 5일 오전 전주 한옥마을에서 떡갈비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인찬 씨(48)는 의연한 모습이었다.
이달 말 폐업을 앞둔 박 씨는 지난 2012년 떡갈비 전문점을 열었다. 월 임대료 170만 원인 가게를 440만 원에 인수했다. 관광객도 밀려드는 시기여서 처음엔 그럭저럭 매출도 났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25일 440만 원이던 임대료가 1320만 원으로 무려 3배나 껑충 뛰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경기침체 등을 겪으면서 손님은 뚝 떨어졌다. 박 씨는 “너무 높은 금액의 임대료를 내기 힘든 상황이 폐업을 결정한 이유”라고 했다.
박 씨의 임대료 부족분은 보증금에서 깎여 나간다. 이달은 보증금 1억 8000만 원이 0원이 되는 시기다.
박 씨는 “하루 임대료만 50만 원꼴인데, 하루 총 매출이 그 정도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그동안 보증금에서 임대료를 깎아 나갔는데, 이제서야 가게를 정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가게를 내놨지만, 높은 임대료 탓에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자신이 계약당시 냈던 보증금을 모두 소진하는 길을 택했다.
바로 옆 치즈꼬치 점포를 운영하는 안동수 씨(53)는 임대료로 무려 2000만 원을 낸다. 안 씨는 “임대료가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며 “10년 전만 해도 임대료는 20~30만 원정도 였다”고 머리를 저었다.
아내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안 씨는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자정 무렵 문을 닫는다. 그는 건물주에게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서 6개월 전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안 씨는 “일대 점포들이 계약갱신을 앞두고 기존 임대료보다 2~3배 높은 상승률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면서 “인수자도 열악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가게를 내놔도 연락도 없다”고 했다.
전주 한옥마을 일대 점포들은 평균 보증금 1억 이상으로 임대료가 500~1000만 원 수준이다. 인건비를 아끼려 가족이 나서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장에서는 일부 부동산업자들이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는 행태를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에서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망치까지 휘두른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의 발단도 결국 높은 임대료 인상이었다.
안 씨는 “부동산업자가 건물주에게 우리가 임대료를 더 높게 쳐서 세입자를 구해주겠다면서 부추긴다”며 “그런부분들이 쇠락하는 전주 한옥마을의 임대료 상승기조의 이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착한 건물주’는 경제 상황에 따라 임대료를 줄여주기도 한다”면서도 “그러나 상당수 건물주는 빌다시피 사정해도 높은 임대료를 깎아주지 않는다. 모두가 망치를 들 순 없는 노릇인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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