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전 불교 사찰은 공권력과 특정 종교를 가진 불법 폭력단체의 탄압을 막는 피신처이자 무장대와 토벌대의 격전지 역할을 했다. 시든 동백꽃 송이가 툭 떨어지듯 스러져간 민초들의 아픈 삶이 다시 꽃처럼 피어난다.
제주4·3사건의 진실을 바로 공유하고 한국 불교의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가 전북에 마련됐다.
김제 금산사 보제루에서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제주 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展.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제주4·3 범국민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는 지난 2017년부터 순례와 답사를 통해 이번 결과물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부, 제17교구본산 금산사, 제23교구 신도회,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평화재단의 후원을 통해 전북도민에 선보이게 됐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박진우 ㈔제주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은 “70여 년 전 한반도 최남단 섬 제주에서 있었던 야만스러운 역사가 특정 종교 세력이 개입되어 주도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불교가 말살되고 제주민들이 최소 3만 명에서 최대 9만 명까지 희생되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재발을 막는 교훈을 얻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에는 이수진·윤상길·김계호 작가의 작품을 담았다.
이수진 작가의 작품 ‘상생의 종’은 4·3당시 해안가 사찰에 있던 종으로 무장대가 산으로 옮긴 후 산에서 무장대들이 예불을 드리며 산사람들과 함께 하다 4·3항쟁이 끝난 후 다시 해안 마을로 돌아온 종을 작품화했다.
윤상길 도예가는 전통 망댕이 장작가마에서 백분토와 조합토, 무유, 백유 등의 재료를 이용해 중생구제가 화두였던 스님들의 ‘순교’를 표현하며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 발원을 기원했다.
4·3작품을 위해 제주로 귀농했다는 김계호 작가는 토벌대의 야만적인 탄압을 피해 흥룡사 경내 용장굴에 피신했던 제주민들이 동굴이라는 암흑과 촛불로 지켜냈던 부처의 자비와 생명의 고귀함을 표현했다.
특히, 이수진·김계호 작가의 공동 작품 ‘피어나소서’는 “야만의 시대인 4·3당시 학살된 승려가 열반의 경지에 오른 성인의 모습인 연꽃으로 환생해 부처님의 대자대비를 온 누리에 비치도록 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금산사 일원 주지스님은 전북 지역 불교계를 대표해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발의와 함께 미래통합당에서도 4·3특별법 개정안 발의 움직임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시의적절한 행사로 본다”며 “4·3의 진실을 공유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회 관람은 체온 측정 후 이상이 없을 경우 회당 10인 이하를 대상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기획자와 작가들이 참여해 해설을 진행한다. 전시 관련 문의는 ㈔제주4·3범국민위원회(02-786-4370 혹은 010-5301-3866).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