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형상들은 선(線)으로부터 시작된다. 드로잉 이란 주로 선으로 그리는 회화적 표현이며 일반적 개념으로 보면 많은 선이 그어져서 입체적 작업이 이루어져 가는 과정 속에 데생이라는 용어로 구분되지만 드로잉과 데생은 작품을 완성해 가는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도형의 기본요소가 점∂선∂면이라면 그중에서도 선(線)이 지닌 역할은 인간으로 해야 할 역할을 지탱해온 가장 위대한 정신활동이라 할 수 있다. 점이 움직여 시작된 선의 기능은 시간예술이라 하는 음악과 공간예술이라 하는 미술 창작을 리드하는 인간의 우뇌로부터 생성 된다고 볼 수 있다.
르네상스를 태동시킨 문학의 단테는 명확한 언어로 메시지를 드로잉 하듯 표현하였고 서양화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지오토는 기하학적인 드로잉의 형태에서 현실적인 드로잉을 구사하여 르네상스의 전성기에 공기원근법, 스푸마토 기법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피렌체 대성당과 같은 거대한 돔 건축양식과 회화와 조각 등을 드로잉이라는 조형언어를 통해 공간예술의 원천으로 승화시켰다.
동양화에서도 선으로 윤곽을 나타내는 구륵법(鉤勒法)이나 먹의 농담으로 선과 명암을 표현하는 몰골법(沒骨法) 같은 묘법 드로잉이 있다.
선(線)의 예술은 기원전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에서 보여주는 드로잉에서부터 2018동계 올림픽 때 첨단 기기를 이용 창공에 그려진 드론들의 드로잉과 빙상경기장 피겨스케이트의 날에 의해 그려진 수많은 선들은 인간의 창조적인 천재성이 만들어낸 시공을 초월한 최고의 작품들이다.
드로잉은 인류의 보편적인 조형문화 활동이다. 꼭 필기구와 같은 표현 도구가 아닌 정신적 표현 활동으로서의 드로잉은 인간만이 창조활동으로서의 환희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마당에 막대기로 또는 벽에 숯덩이로 그어대던 그리기 놀이는 본능적 감각의 표출이며 창작의 기본적 놀이행위였다.
창의적 사고에서 비롯된 모든 선은 의도적이든 우연적이든 자신의 자아를 표현하는 행위로서 결정된 명확한 이미지를 더해 형성된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기술이 바로 드로잉 이다.
드로잉이 미술의 기본교육이나 단순한 밑그림 또는 습작 차원의 논리로 미술시장에서는 값싼 의미로 해석된 적도 있었으나 근대 이후의 드로잉은 혁신적 표현을 추구한 인상파와 추상표현주의로 이어지는 미술의 다변화에 따른 새로운 조형 활동은 미래의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콘텐츠로서의 가장 중요한 창조행위로 재인식되고 있다.
한국의 드로잉(線) 미학은 우수함이 차고 넘친다, 농악 중 상모놀이는 모자에 매단 기다란 띠가 허공에 그려 대는 공간 드로잉이고 한복의 저고리에서 치마 버선으로 이어지는 곡선미는 3차원의 입체 드로잉이며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유려한 드로잉을 바탕으로 완성된 현대종합예술의 극치이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따라가는 손은 그저 따라갈 뿐이다. “손보다 머리를 먼저 작동해야 한다”라고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말했다. 머릿속에 과녁의 이미지를 그리고 손끝으로 화살을 당겨 과녁 중앙에 명중시키는 세계 최강 우리나라 양궁 궁사들의 드로잉처럼 팬데믹 사태로 복잡한 우리네 희로애락을 각자의 자아를 찾아 종착점에 이를 때까지 수없이 많은 선을 쌓아보자 반복되는 드로잉의 과정 속에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예술가들과 더불어 우리 모두 드로잉이라는 언어로 편하게 그려보고 대화해 보자. /이기전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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