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그 시대를 반영하기에 현 상황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 탐색의 방법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동미술관에서는 8월 3일부터 9월 5일까지 <철학을 업은 현대미술> 展이 진행되고 있다. 철학을>
이번 전시는 전라북도 미술계 내부 또는 현재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담론을 다룬 작품을 통해 갑작스러운 변화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기획한 전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획초대전은 ‘인문학’과 ‘예술’의 만남을 주요 테마로 잡고 있다.
전시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현대미술의 장르를 망라하면서 철학적 사유가 짙게 배어있는 작품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 미술가 4인(김성민(회화), 윤철규(회화), 임택준(회화·설치), 조헌(회화))을 초대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현실 속에서 철학적 반성의 가치를 조망하고 있는 이들의 작품을 만나본다.
김성민(회화) ‘작업복에서 시작된 작업, 주변의 풍경을 찾아 자신만의 이야기·언어로 다가가려 노력하는 작가’
김 작가는 최근 갯벌 연작을 그리고 있다. 시원한 붓 터치로 드러난 갯벌의 황량하고 고독한 정경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눈앞에 선하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마음속의 울림으로 껴안게 되는 그림이다. 김 작가의 풍경은 화려하거나 예쁘지 않다. 마치 우리의 인생이 꼭 예쁘고 아름답지 않은 것처럼, 그저 소소하고 정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은 때로는 인생살이의 ‘무거움’ 까지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윤철규(회화) ‘쏟아지는 별밤과 애완동물을 모티브로 삶의 무상함을 표현하는 작가’
윤 작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나이가 오십이 훌쩍 넘어버렸고 그마저도 중반이 지나갔다고 말한다. 화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림을 시작했던 그는 그것이 바로 어제 일 같이 생생하며, 지난 일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그림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왜 숙명처럼 주어졌는지 알지 못하고, 왜 그림을 그리면서 기뻐하고 아파하고 또 즐거워했던 여러 감정들을 느꼈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단지 그림을 좋아했고 행복만을 좇을 뿐이었다. 작가의 작품주제는 일상의 풍경을 소재로 한다. 달과 별, 그리고 애완동물과 사람들의 표정을 그린다. 특히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밤의 풍경은 관객에게 상상력을 부여한다. 작품에서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느껴진다. 이 작품들을 통해 윤 작가는 그런 애환 가득한 서민들의 삶에 희망을 주고자 하였다. 더불어 그의 <4월>, <첫눈> 등의 작품에서는 흘러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또한 우리의 일상 속 흔히 마주 할 수 있는 ‘생선’, ‘찐빵’, ‘짜장면’, ‘라면’ 등의 소재로 그린 <뭘 더 바라랴> 라는 제목의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처한 화가의 현실을 역설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재치가 느껴진다. 뭘> 첫눈>
임택준(회화·설치) ‘회화는 물론 공예,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
임 작가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예술가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 즉 ‘사이’에서 고민하고 긴장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혼을 밖으로 뿜어내는 작업 방식을 즐긴다. 그에게 적당히 얼버무린 중간은 없다.
(작가노트) 무릇 좋은 예술은 어느 한 극단으로 기울면 안 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 즉 ‘사이’에서 고민하고 긴장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예술혼은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예술가를 예술가이게 만드는 것도 경계인의 자리에 고통스럽게 서 있을 때 이다. 그 경계는 적당히 얼버무린 중간이 아니라 양쪽을 팽팽하게 만드는 힘의 중심을 말한다.
조헌(회화) ‘탄탄한 데생력과 색채에 대한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묵묵하게 작업을 펼쳐온 작가’
그는 시간이 스며들어 형태까지 무너진 경계가 모호한 ‘징후적 풍경’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붓이 마찰을 일으키며 파생하는 자취, 상처 그리고 물감 자체의 물성이 공존하면서 이루어내는 상황이 흥미롭다.
(작가노트) 근 몇 년간 나의 작업의 중심에는 다소 추상적 이면서도 포괄적인 개념으로 풀이 될 수 있는 “느낌의 무게”라는 주제가 있어왔다. 작품으로 표현되어진 어떤 상황이나 현상이, 이를 대하는 관람자들로 하여금 작가의 일방적 메시지만을 전달받기보다는 제시된 출발점으로 시작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융합해 낼 수 있기를 추구하면서 이끌어 낸 주제이다. 작품에는 다양한 상징성들이 표현되어진다. 황량한 들, 그곳을 방황한 개, 적막에 감싸인 밤,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들, 그리고 인간! 인간과 자연이 공생을 도모하고, 또한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한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그림안의 개를 비롯한 생명체들은 우리의 또 다른 메타포이다. 작품의 제목 ‘징후적 풍경’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그 상황에 따른 설정을 스스로하고 상상하며 작품과 교감되어 지기를 바라며 차용되었다.
김완순 교동미술관 관장은 “ <철학을 업은 현대미술> 展은 ‘인문학’과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기획초대전시로, 전라북도 미술계 내부 또는 현재 사회적 상황에 대한 담론을 다룬 작품을 통해 갑작스러운 변화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기획하였다. 철학적 관념을 지닌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미술작가 4인(김성민, 윤철규, 임택준, 조 헌)을 초대한 이번 전시는 인문학과 예술이 작가들의 미학적 사고 안에서 재탄생 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팬데믹의 현실에서 철학적 사유의 가치를 조망하고자 하였다. 작품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현 사회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 탐색의 방법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감상하시며 미적탐구가 가득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철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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