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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위드 코로나, 주변인의 얼굴을 바라보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위드(With) 코로나.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돌파감염 등으로 코로나19 펜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다. 이는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는 것보다 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치명률을 낮추는 등 새로운 방역체계를 도입해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이 되는 돌파감염 사례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자는 위드 코로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전주 교동미술관 작품 이미지
전주 교동미술관 작품 이미지

이에 따라 교동미술관에서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를 두었던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되짚어보고, 다시금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이어나가고자 <주변인의 얼굴> 展을 기획하였다. 이번 기획초대전에서는 지역미술계 안에서 만의 담론을 뛰어 넘고자 충청북도 청주 지역작가들을 초대하여, 회화·조각·설치·영상 등 현대미술의 장르를 망라하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주 쉐마미술관 작품 이미지
청주 쉐마미술관 작품 이미지

작년 10월, 청주 쉐마미술관(관장 김재관)에서 진행되었던 ‘청주-전주 현대미술 교류전’에 이어, 올해는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청주의 예술가들과 쌍방향적인 교류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타자들과 함께 전시를 진행, 코로나19 펜데믹의 현실에서 차별이 아닌 차이를 관찰하고자 마련했다.

전시는 2021년 9월 14일(화)부터 9월 26일(일)까지 약 2주간 교동미술관 본관 1·2전시실에서 진행됐으며, 전주 지역작가 12인(강현덕, 국승선, 김두해, 김부견, 김완순, 송재명, 이광철, 이보영, 이일순, 이재윤, 이홍규, 조현동)과 청주 지역작가 12인(김로이, 김성미, 김영란, 김재관, 박진명, 심재분, 오승언, 이경화, 임은수, 장백순, 최민건, 최익규)이 참여하여 작품을 선보였다.

 

강현덕(회화·설치) - ‘36.5’

강현덕 - 눈을 가리고 보는것, 100×70cm, 장지에 채색, 2021
강현덕 - 눈을 가리고 보는것, 100×70cm, 장지에 채색, 2021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언제부터인지 그러한 일상에 익숙해져 갔고, 음식점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QR코드 체크 또는 명부를 작성 한다. 자연스럽게 체온을 재는 일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36.5˚. 항상 우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열이 나거나 춥거나 해야 우리는 소중함을 인지한다. 온도, 관계 모두 그렇게 일정한 거리나 온도를 유지해야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했지만 실은 항상 온도나 인간의 관계 등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었고, 저온과 고온사이를 팽팽하게 유지해야만 이 세상을 더불어 순리대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완순(공예) - ‘공존’

김완순 - 봄, 70×55.2cm, 우피, 가죽염료, Mixed media, 2021
김완순 - 봄, 70×55.2cm, 우피, 가죽염료, Mixed media, 2021

한 공간에 두 개 이상의 사물이 존재하는 것을 ‘공존’이라고 부른다. 이번 출품작 <공존> 은 사람과 사람의 공존을 뜻 할 수도 있고,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뜻하기도 한다. 문득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조화를 이루고 서로 이해하며 공존하는 것이야 말로 나와는 다른 타자(他者)와의 성공적인 상생이라는 생각이 들어 작품을 통해 풀어내게 되었다.

 

이일순(회화) - ‘소확행(小確幸) :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이일순 - 아는사람, 73×73cm, Acrylic on Canvas, 2021
이일순 - 아는사람, 73×73cm, Acrylic on Canvas, 2021

요즘 ‘소확행’이란 용어가 대유행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찾고 또 스스로 자신을 대접하는 일에 좀 더 적극적이 된 것 같다. 과거에는 먼 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현재의 나를 무한 단련시키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요즘은 아픈 상처의 치료를 미루지 않고 수고와 노력에 작은 보상을 하며, 지나면 다시 올 수 없는 현재를 잘 살아내자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작품을 통해 매일 매일의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 한다.

 

김재관(회화) - ‘나의 작품에 대한 단상(斷想)’

김재관 - 시각의 차이, 2019-3, 104×40.2cm, Acrylic on shaped Canvas, 2019
김재관 - 시각의 차이, 2019-3, 104×40.2cm, Acrylic on shaped Canvas, 2019

예술이라는 것은 좀 더 인간적인 좌절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힘에 겨운 삶의 존재와 경험을 통하여 비로소 신념과 회의와 겸허함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 속에 있는 허상을 끄집어내어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 내기도 하고 철학적 이치와 개념을 지닌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연으로의 회귀. 예술은 ‘꼭’ 미학적, 조형적 원칙과 원리에 따라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마음속에 있는 생명의 무늬를 씨줄 날줄로 엮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 공간에 ‘빛’을 넣고 있다.

 

박진명(회화) - ‘겨울이 지나가고2’

박진명 - 겨울이 지나가고2, 57.4×110cm, 종이위에 먹 과슈, 2020
박진명 - 겨울이 지나가고2, 57.4×110cm, 종이위에 먹 과슈, 2020

어쩌면 그날의 수많은 이야기와 기억이 숨어있었는지 모른다. 하얀 달 아래 일렁이는 장면은 또 다른 기억과 이미지를 생산하고 피어나고 사라졌는지 모른다. 무심코 지나쳐서 스치듯 지나간 그 날의 기억과 이미지의 잔재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되고 나름의 새로운 기억으로 각인된다. 달이 떠 있는 어둠의 기억과 그 아래에서의 순간이 겹쳐지질 반복하여 재생되는 이미지는 고스란히 하나의 장면으로 화면에 스며든다. 잔잔히 부는 바람이 부는 그날 그달 아래에서 또 다른 잔상이 뇌리에 새겨진다.

 

임은수(영상·퍼포먼스) - ‘나는 지금 이곳에 있다 6 / 보은 원정리 들판에서’

임은수 - 나는 지금 이곳에 있다 6보은 원정리 들판에서, 08m10s 퍼포먼스 비디오, 2021.06.27
임은수 - 나는 지금 이곳에 있다 6보은 원정리 들판에서, 08m10s 퍼포먼스 비디오, 2021.06.27

바이러스 변이와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재해 소식에 불안하기만 하다. 과학자들은 이미 지구의 자정 활동이 시작되었고 미래도 또한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변덕스러워진 날씨로 자주 일기예보를 주시한다. 보은, 원정리 들판에는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고목은 작년에 고사해 자리만 남아있었다. 긴 시간 생명을 이어온 나무도 기후변화를 견디지 못했나 보다. 그러나 들판은 마구 자란 풀들과 넝쿨들로 풍성하고, 논에는 벼들이 잘 자라고 있다. 작물이든 이름 없는 풀이든 서로 엉키고 붙어 들판이 한껏 풍성해져 다행이다. 혼란스런 환경에서도 식물 씨앗이나 곡물을 수확해 야무지게 씹어 먹으며 변화에 적응하고 상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논길을 걸어 고목이 있던 곳에서 멈추어 섰다. 천을 풀어 바람을 감지하고는 씨앗을 뿌리며 이 땅에 생명이 지속되길 기원했다.

(왼쪽부터)이재윤 - 인연 No.1 - SPRING, 42×45cm, Oil on canvas , 2016 / 조현동 - 자연-경계 Nature-Boundary, 110×110cm 천에 아크릴과슈, 자개, 은박 2020 / 김두해 - 틈, 97×130.3cm, 유채화, 아크릴 2021
(왼쪽부터)이재윤 - 인연 No.1 - SPRING, 42×45cm, Oil on canvas , 2016 / 조현동 - 자연-경계 Nature-Boundary, 110×110cm 천에 아크릴과슈, 자개, 은박 2020 / 김두해 - 틈, 97×130.3cm, 유채화, 아크릴 2021
(왼쪽부터) 국승선 - 즐거운 사랑이야기 2021, 152×107cm, Mixed media, 2021 / 김부견 - 우리동네-고향생각, 116.8×91.0cm, Acrylic on Canvas, 2021
(왼쪽부터) 국승선 - 즐거운 사랑이야기 2021, 152×107cm, Mixed media, 2021 / 김부견 - 우리동네-고향생각, 116.8×91.0cm, Acrylic on Canvas, 2021

김완순 교동미술관 관장은 이번 기획전시에 대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로 비대면 환경이 활성화 되며 가상세계를 현실의 일부분처럼 받아들이는 메타버스(Metaverse)의 세계로 도래하고 있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소중함을 돌아보고자 <주변인의 얼굴> 展을 기획하였다. 가상세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세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가장 좋은 관람은 현실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에서 오는 감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시를 통해 주변의 소중한 누군가가 떠오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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