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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석열 손편지와 호남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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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논설위원

이메일과 소셜미디어로 안부를 주고받다 보니 요즘 손편지 쓸 일이 없다. 친지의 손글씨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연하장이나 결혼 초대장 정도다. 개인간 정을 주고받던 편지가 일상에서 유물이 됐으나 정치영역에서는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선거철이면 후보의 인사편지가 쏟아진다. 대개 친필 서명조차 없는, 사람 냄새 나지 않는 의례적 인쇄물이지만 후보로선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만으로도 홍보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설 명절을 전후해 호남 유권자들에게 보낸 손편지를 두고 뒷말이 많다. 국민의힘은 선거법상 허용되는 예비 홍보물 모두를 윤 후보의 손편지로 호남 유권자에게 보냈다. 윤 후보가 진정성을 전하기 위해 손으로 직접 눌러 쓴 편지란다. 반면 대선 후보의 그저 정책 홍보물을 포장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후보 편지가 얼마나 호남 표심을 흔들지 모르겠지만 일정 부분 반향을 일으켰음은 분명하다. 인쇄물이지만 대선 후보의 손편지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호남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한 보수당 후보의 적극적 구애라는 점에서 역대 대선에 없었던 이례적 이벤트로 받아들여지면서다. 내용상으로도 호남을 한껏 치켜세우고 지역발전 약속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감성과 공약으로 표심을 자극했다.  

윤 후보의 손편지를 두고 당장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호남·제주지역 청년 1000여명이 엊그제 “윤 후보의 호남을 향한 진심이 담긴 손편지를 보고 뜻을 모으게 됐다면서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손편지를 홍보전략으로 십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한편에서 광주전남 대학생진보연합은 윤 후보의 손편지를 버리는 SNS 캠페인을 벌였다. 여기에 일부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 윤 후보의 호남 손편지를 조롱하는 글들도 SNS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보수당 대선후보의 행보가 이렇게 호남에서 논란거리로 떠오른 것만으로 `윤석열 편지정치`가 먹혔다는 이야기다. 실제 윤 후보에 대한 호남 지지세가 예사롭지 않다. 호남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28%에 이르는 근래 여론조사도 있다. 물론 손편지 하나만의 영향이라고 할 수 없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때 국민의힘은 호남지역구를 맡아 자신의 지역구처럼 챙기는 `호남동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윤 후보는 재경전북도민회 행사에 참석해 호남이 홀대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호남 민심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역대 보수정당이 펼친 `호남 포위론` 에서  `호남 존중론`으로 선회한 셈이다.

국민의힘의 이런 호남공략은 부울경 텃밭을 민주당에게 잠식당한데 따른 선거공학 측면의 변화로 읽힌다. 과거 호남포위론으로 정치세력화의 한계를 절감한 것이다. 그렇다고 호남유권자들이 국민의힘에 쉽게 마음을 열지는 미지수다. 편지 한 통과 몇몇 이벤트로 몇 십년간 꽁꽁 언 호남의 마음을 녹이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선거공학적 접근으로는 더욱 안 될 말이다. "호남에서 저에게 주시는 한표 한표가 호남을 발전시킬 책임과 권한을 저에게 위임해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편지 속 글이 그 점에서 걸린다. 호남에서 받은 표만큼만 호남을 발전시킬 책임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로지 선거공학에 갇힌 구애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윤 후보의 손편지는 국민의힘 호남공략의 상징이 되고 있다. 윤 후보의 호남에서 득표와 상관없이 존재감을 보여줬다. 텃밭으로 여긴 민주당에게도 자극제가 됐을 터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열려는 노력이 계속되길 바란다. 여야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때 지역정치도 한단계 더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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