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용 논설위원
동물원 기능은 계속 변화해 왔다. 과거 야생의 희귀한 동물들을 시설에 가둬놓고 보여주던 동물원의 역할이 지금은 동물의 보전과 연구, 교육기능을 더 중시하게 됐다. 특히 철창에 가둔 전시를 동물학대로 여길 정도로 동물보호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면서 동물원 시설의 획기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3년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쇼가 동물학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서울대공원은 여론조사와 시민토론회 등을 거쳐 남방큰돌고래를 바다로 방사시켰다. 동물원 속 동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새롭게 해준 계기였다. 그럼에도 동물원은 도시에서 야생동물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여전히 중시되고 있다. 시민들의 지적 호기심과 유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전주동물원의 존재 가치는 지금도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전주동물원이 1978년 개원할 당시 전북지역 전체를 통틀어서도 변변한 유희 시설이 없었다. 황량한 축사에 동물 4백여마리로 개원했음에도 동물원을 찾는 관람객이 연간 30~40만명에 이를 정도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전북뿐 아니라 대전 오월드 동물원(2002년)이 설립되기 전까지 전주동물원은 중부권까지 아우르는 명소였다. 그렇게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추억과 재미를 안겨준 공간이 전주에 또 있을지 싶다.
그러나 전주동물원의 위상은 갈수록 떨어졌다. 과거 대전권에서 전주동물원을 찾았으나 지금은 역으로 전북 도민들이 대전 동물원을 찾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40년 이상 오랜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정작 차별화를 꾀하지 못했다. 현상유지에 급급할 뿐 획기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뒤늦게나마 전주시가 전주동물원을 생태동물원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어 다행이다. 콘크리트와 철창 등으로 이뤄진 동물원 내부를 풀과 나무, 꽃 등으로 구성된 숲이 더욱 확대되고 동물이 이들 숲 속에서 뛰어놀 수 있는 환경으로 재구성 하고 있다. 동물의 특성에 맞게 토종동물 숲과 초원 숲, 종보전센터, 새들의 숲, 맹수 숲, 생태 숲, 아쿠아리움, 에코돔 등으로 공간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 한마디로 동물 친화적 여건을 조성해 동물들도 행복하고, 관람객도 즐겁게 하는 방향이다.
실제 전주동물원 모습이 최근 몇 년 새 많이 바뀌었다. 철창이 거의 사라졌고, 사육 공간도 넓어졌다. 그러나 전주동물원의 현재 공간은 협소해 서식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야생 동물을 놓아기르는 자연공원에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차 안에서 구경하는‘사파리’는 언감생심이다.
최근 전주시의회 이남숙 의원이 전주동물원 내 놀이기구를 이전하거나 신축할 것을 촉구했다. 기본적으로 생태동물원과 위락시설은 어울리지 않는다. 전주시가 동물원 내 수영장을 개설하려고 했을 때 시민단체에서 반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어린이 놀이시설이 없는 마당에 무작정 철거가 능사는 아닐 것이다.
대안으로 제2동물원을 조성하면 어떨까. 현 전주동물원은 어린이동물원으로 기능하도록 하고 현대적 개념에 맞는 동물원을 새로 만들자는 것이다. 현 동물원 내 위락시설은 철거하고 그 자리에 어린이동물원에 걸맞은 교육전시관과 체험장을 둬 산교육장으로 활용한다. 위락시설은 민간투자 유치를 통해 인근에 대단위로 설치한다. 제2동물원은 야생동물 보존에 우선을 두고 기존 동물원과 확연히 차별성을 갖도록 한다. 꼭 전주 도심일 필요는 없다. 다른 시도의 경우 공영동물원 외에 민간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이 많다. 인근 광주·전남만 하더라도 등록된 민간 동물원만 8개나 된다. 제2동물원이 만들어지면 매년 어린이날 전주동물원이 막상 사람 구경이 되는 상황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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