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보면 많은 고민들을 쏟아내 주시곤 하는데 나이와 성별에 따라 고민거리가 현저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비교적 젊은 분들은 자신의 재산을 재투자할 대상을 추천해 달라고 하고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어렵게 모은 재산을 자녀들에게 안전하게 이전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재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고민의 깊이가 매우 깊은데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 때문에 사전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 좋을 지 물어 오기도 한다. 이 경우 은행에서는 유언장보다 내 의지대로 집행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권하고 있다.
2012년 ‘신탁법’의 전면개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허용되기 시작한 ‘유언대용신탁’은 자신의 재산을 금융기관(수탁자)에 맡기고, 생전에는 위탁자(자신)가 원하는 대로 관리, 운용하다가 사망한 이후에는 생전에 미리 정해둔 수익자에게 미리 지정한 방법으로 상속을 진행하는 방식의 신탁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위탁자)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자신이 수익자(생전 수익자)로서 재산을 관리하고, 사후에는 미리 지정해둔 대상(사후 수익자)에게 생전에 미리 지정해 놓은 방법대로 상속하는 것이다.
필자가 경험한 여러 가지 신탁 사례 중 몇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특히 재혼 가정과 상속 분쟁, 유산 기부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은 사례이다. 58세 남성인 김경남(가명)씨는 오래전 이혼하고 재혼을 앞둔 상황인데 재혼할 상대도 자녀가 있어 향후 본인이 사망 시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와 상가가 배우자의 자녀에게도 상속된다고 하여 재혼 전에 명확하게 선을 긋고 싶다고 해서 재혼 전 형성된 재산은 각자의 자녀들에게 상속되도록 설계한 사례이다.
75세 여성 장숙영(가명)씨는 아들 2명과 딸 1명이 있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사망하면서 유산 관련하여 형제들끼리 다투는 것을 보고 가입한 사례이다. 사위, 며느리를 비롯한 자녀들이 배우자의 유산 상속과 관련하여 서로 다투고 더 받아야 한다고 따지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아 본인한테 상속된 재산을 현재 부양을 하고 있는 둘째에게만 상속되도록 설계하였다.
90세 여성 강말숙(가명)씨는 남편과 사별 후 자녀가 없고 여동생과 같이 거주 중이고, 해외 거주 오빠는 사망한 상황이라 살아 있는 동안에 필요한 생활비, 병원비, 요양비 등을 충분히 사용하고 남은 재산이 있다면 기부 단체(천주교재단, 장학재단)와 여동생에게 상속하고 싶다고 해서 거주 아파트와 보유 예금을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서 계약 체결을 한 사례이다.
이 외에도 1인 가구, 가업승계, 주식 환원 문제도 ‘유언대용신탁’으로 해결 할 수 있으며 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금전채권 등 다양한 재산을 신탁할 수 있다.
재산 이전의 이견으로 인해 드라마 속 사연들이 넘치는 현실이다. 내 재산을 아름답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재산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감소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세훈 하나은행 익산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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