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에 적힌 이름 석자 보느라고 3년이 걸렸네. 그래도 오니까 좋아.”
제67회 현충일인 6일 국립임실호국원 6·25 참전용사 묘역. 유족의 마음을 대변하듯 내리는 빗줄기 속에 우산을 쓰고 묘비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를 하는 참배객들이 보였다.
전남 광양에서 왔다는 김정숙 씨(76)는 한동안 묘비에 떨어지는 빗물을 닦아내며 말없는 남편에게 “오랜만에 와서 미안하다”고 속삭였다. 그리고는 묘비에 적힌 '이병호'라는 이름을 마음에 새기는 듯 손으로 훑어 내려갔다.
코로나19로 호국원 참배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3년만에 남편을 찾아왔다는 그는 가족과 다함께 오고 싶었지만, 자녀들이 생업으로 바쁜 탓에 홀로 임실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여기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해 남편에게 많이 미안하다”며 “아이들도 함께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임실 호국원에는 호국영령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기억하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부분 망자를 추모하려는 발길이었지만, 현충일을 맞아 아이들의 교육 차원에서 호국원을 찾은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8살 된 아들을 키우는 최형민 씨(42)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 교육차원에서 국립 5·18 민주묘지나 제주 4·3공원과 같은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가곤 한다”며 “이번에는 현충일을 맞아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국립임실호국원에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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