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엔 도민 사이에서 전해오는 수많은 전래동화가 곳곳에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전래동화를 꼽자면, 단연 ‘콩쥐팥쥐전’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권선징악형 전래동화라 할 수 있는 콩쥐팥쥐전은 전북에서 탄생한 향토 동화다. 그러나 콩쥐팥쥐전은 알아도 그 유래의 배경이 전북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도민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어린이에겐 다소 잔혹한 콩쥐팥쥐전의 결말도 여러 이야기가 뒤섞여 중구난방식으로 세간에 떠돌고 있기까지 하다.
이에 도내 한 작은 마을에서 탄생한 전북의 이야기, 콩쥐팥쥐전의 유래와 현황에 대해 자세히 파헤쳐본다.
△콩쥐‧팥쥐의 고향은 어디?
‘전주성 서문 30리 밖 최만춘 댁’. 콩쥐팥쥐전에서 밝힌 주인공 콩쥐와 팥쥐의 집 주소다. 물론 콩쥐와 팥쥐 모두 실존 인물은 아니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콩쥐팥쥐전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 분포를 보이던 관련 설화를 1914년 대창서원에서 각색해 출판한 고전소설이기 때문이다.
콩쥐팥쥐전의 배경인 ‘전주성 서문 밖 30리’는 오늘날 완주군 이서면과 김제시 금구면 일대를 지칭한다. 인근 도로 명칭도 ‘콩쥐팥쥐로’인 만큼 이곳 지역과 콩쥐팥쥐의 연관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완주군과 김제시는 지난 2005년부터 지역에 남아있는 콩쥐팥쥐 관련 명칭을 근거로 서로 ‘콩쥐팥쥐의 본고장’임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완주군은 이서면 앵곡마을, 김제시는 금구면 둔산마을이 '콩쥐팥쥐의 고향'이라고 각각 주장했다.
실제로 완주군 앵곡마을과 김제시 둔산마을은 거리상 200m 떨어진 이웃 마을이기에 두 마을의 주장 모두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췄지만, 학계는 여러 고문헌 등을 근거로 완주군의 손을 들어줬다.
콩쥐팥쥐전의 배경인 ‘전주성 서문 밖 30리’의 정확한 위치는 완주군 이서면과 정확히 들어 맞으며, 이곳에 '콩죽이 팥죽이' 등 관련 지명이 상당수 남아있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어린이 동화맞아?” 콩쥐를 죽인 팥쥐를 처단해 계모 배 씨에게 먹인 원님
완주군 앵곡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콩쥐팥쥐전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전주성 서문 밖에 사는 최만춘은 아내 조씨에게서 콩쥐라는 딸을 두었다. 이후 아내 조 씨가 세상을 떠나자, 최만춘은 팥쥐라는 딸을 가진 배 씨를 후처로 맞아들였다. 배 씨는 친자식인 팥쥐만을 총애하면서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한 시련을 주는 등 콩쥐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착한 콩쥐는 여러 동물의 도움을 받아 여러 난관을 헤쳐나가고, 선녀가 준 꽃신의 인연으로 고을 원님과 혼인까지 하게 된다. 이후 콩쥐를 괴롭히던 팥쥐와 계모는 벌을 받고, 콩쥐는 원님과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콩쥐팥쥐전은 이처럼 아름다운 묘사만이 가득한 동화는 아니다.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 다소 어린이가 받아들이기에는 잔혹한 부분이 내포돼있기 때문이다.
실제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대창서원판 ‘콩쥐팥쥐전’의 결말 부분에 따르면, 팥쥐는 원님과 혼인한 콩쥐를 연못에 빠트려 익사시키고 자신이 콩쥐 행세를 하며 원님을 속인다. 이후 부활한 콩쥐에 의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원님은 팥쥐를 거열형(사지를 밧줄에 묶어 수레의 힘으로 각각 반대 방향으로 당겨 찢어 죽이는 형벌)에 처한 뒤, 그 시체를 젓갈로 담가 계모 배 씨에게 보낸다. 이에 배 씨는 극도로 큰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즉사하고 말았다.
이처럼 콩쥐팥쥐전의 결말은 오늘날 받아들이기엔 잔혹한 부분이 농후해 시중에 유통되는 어린이용 동화나 책에서는 ‘팥쥐와 계모 배 씨가 죄를 뉘우치고 콩쥐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형식으로 순화돼 출판되는 경우가 많다. 콩쥐팥쥐전의 본고장인 앵곡마을에 남아있는 이야기 속에서도 이 같은 잔혹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는다.
△지역 전래동화 활용한 관광 콘텐츠 마련
앞서 콩쥐팥쥐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한 완주군은 콩쥐팥쥐를 완주 대표 브랜드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콩쥐팥쥐 살림집과 외갓집, 연못 등을 재현한 테마마을 조성과 함께 군립 도서관의 명칭을 '콩쥐팥쥐도서관‘으로 짓는 등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자체 차원에서의 노력에도, 여전히 전래동화 콘텐츠를 통한 관광 효과는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콩쥐팥쥐마을의 방문객이 하루 평균 100여 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이곳을 단순 캠핑장이나 숙박시설로 알고 찾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은 남원시 아영면에 조성된 '흥부마을'도 마찬가지다. 전래동화 '흥부전'의 본고장인 이곳 역시 관련 테마마을을 조성했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관광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콩쥐팥쥐마을 관계자는 "방문객을 상대로 자체적으로 이곳이 콩쥐팥쥐 본고장임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전래동화를 접목한 다양한 관광 문화콘텐츠 마련에 힘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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