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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가담항설] (1) 모악산에 김일성의 시조묘가 존재한다?

모악산에 김일성 시조 묘⋯전주 김씨, 연관성 부정
북한군, 6‧25 전쟁 때 전주형무소 수감 민간인 학살
대북 군사 안보전문가 "전주도 정밀타격 대상 가능"

전북은 고대 마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수천 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지역이다. 그만큼 전북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설켜 탄생한 수많은 이야기가 지역 곳곳에 담겨 오늘날까지 도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담항설(街談巷說)'은 거리나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뜻한다. 전북에 살거나 여행하면서 들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과연 사실일까' 한 번쯤 고개를 갸우뚱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획보도에서는 그런 '오래된 소문' 중 특히 젊은 층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들을 모아 '소문의 진실' 을 짚어본다. 

"만약 전쟁이 나더라도 김일성의 시조 묘가 있는 전주는 폭격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의 무력 도발이 빈번해지는 요즈음 전주 시민의 입에 간간이 오르내리는 말이다. '김일성의 시조 묘'에 대한 이야기는 청소년부터 6·25 전쟁을 겪은 노인까지, 전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북한이 핵 쏠 징후가 보이면 무조건 전주로 피난 가야 한다'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과연 김일성의 시조 묘가 전주에 있고, 이러한 이유로 전주는 북한의 무력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모악산 현장을 가봤다.

 

△ 김일성의 시조 묘가 있는 모악산

전주와 김제, 완주에 걸쳐 있는 모악산. 아기를 안고 있는 형상을 띠고 있어 ‘어머니의 산’이라 불리는 이곳 모악산은 북한 김정은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전주 김씨' 시조 김태서의 묘가 있는 곳이다.

북한의 무소속대변지 ‘통일신보’는 김일성 일가의 본관은 전주 김씨이며, 그의 시조 김태서가 1254년 고려 고종 41년에 일족을 데리고 전주에 정착했다고 지난 1999년 3월6일자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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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모악산에 위치한 전주 김씨 시조 묘. /사진=이준서 기자

김일성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 에도 김일성의 조상이 전주에 살다 살길을 찾아 이북 지역으로 이주했고 증조부인 김응우 대부터 만경대에 정착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김일성 일가에겐 만경대뿐만 아니라 전주도 태생적 뿌리가 되는 관심 지역이었던 셈이다.

북한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가 6‧15남북공동선언 4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특집에 따르면 지난 2000년 6월15일 환송오찬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자신이 '전주 김씨'라고 밝혔으며, 그해 8월에는 방북한 언론사 대표 중 장영배 당시 전주MBC 사장에게 '시조 묘가 있는 전주에 꼭 방문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당시 전북경찰청은 김 위원장의 방문을 가정해 전주 김씨 시조 묘 주변에서 경호 훈련을 했으며 완주군은 모악산 입구와 시조 묘에 이르는 구역을 정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전주 김씨 종친회는 김일성 일가와의 연관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전주 김씨 종친회 관계자는 "족보에 김일성 일가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고 했다.

1915년 편찬된 전주 김씨 대동보가 6·25전쟁을 거치면서 소실됐고, 이때 김일성 일가가 살았던 평양남도 대동군 일대가 누락돼 전주 김씨와의 연관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정희 정권 시절 반공 정서를 고려해 전주 김씨 가문에서 김일성 일가와 관련된 내용을 삭제' 한 것으로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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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9월25일부터 27일까지 북한군은 전주형무소에 있던 500여 명의 재소자를 학살했다. /사진 제공=국립중앙도서관

△6·25 전쟁 당시 전주서 민간인 학살한 북한군

전주 김씨 종친회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회고록 등을 근거로 '김일성 일가의 본관이 전주 김씨' 라는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무력 공격에 대한 위험이 제기될 때마다 “전주 김씨 시조 묘가 있는 모악산 일대의 전주와 완주는 무사할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막연한 입소문과 달리 정작 북한군은 6·25전쟁 당시 전주를 점령한 후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했다.

1950년 6월 25일 기습 남침 후 한 달여 만에 전주를 점령한 북한군은 미처 피난하지 못했던 도내 우익 인사를 전주형무소(옛 전주교화소)에 수감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소장된 한국전쟁 관련 문서에 따르면 당시 전주형무소에는 민간인 900여 명에 우익 인사까지 모두 1040여 명이 수용돼 있었다.

이후 국군과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 등 반격으로 전황이 불리해지자 북한군은 9월 28일 퇴각을 앞두고 전주형무소 재소자 500여 명을 공산주의 체제에 반하는 반동분자로 분류해 사살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전주형무소 학살 사건은 유족들의 노력으로 세간에 알려졌으며, 지난 2019년부터 전주시를 중심으로 유해발굴조사가 진행됐다.

유해발굴조사에 참여했던 전주대학교 한 교수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희생자 293명의 유해를 수습해 봉안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북한군의 전주형무소 민간인 학살 사례로 볼 때 '김일성 시조 묘가 있는 전주는 폭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는  믿기 어렵다. 그런 비극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북한의 무력도발이 현실화된다면 전주와 완주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북 군사 안보전문가인 북한대학원대학교 김동엽 교수는 "군산에 주한 미군 공군 기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전주가 북한의 정밀타격 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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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모악산 #김정일 #북한 #6.25전쟁 #전북 #전주 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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