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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지금 종이 신문을 읽고 있는 나와 당신-기성세대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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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웅 전주대 실감미디어혁신공유대학 교수 

종이 신문으로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독자는 아마도 대부분 중, 장년층이상 그러니까 기성세대일 것이다. 반면 2~30대 젊은 세대에게 신문이나 책, TV, 심지어 극장에서 보는 영화까지 올드 미디어는 흥미롭지 않고 시간낭비일 뿐이다. 이들은 20시간짜리 드라마를 30분 남짓 요약본으로 보고 영화를 소위 ‘짤(긴 콘텐츠의 핵심만 잘라 짧게 편집한 영상)’로 감상하는 것을 선호한다. 학생들과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보면 ‘그런 장면이 나왔어요?’로 마무리되고 만다. 솔직히 전체 이야기와 극적인 장면 몇 개에 불과한 ‘짤’이 한 영화, 드라마의 전부라면 뭔가 씁쓸하고 괜히 서운하지만 이건 비단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종이 책장을 넘기며 소설을 읽고, 4시간 넘는 영화를 보고 뿌듯해하며, 온 가족이 모여 하나의 콘텐츠를 시청하고, 방송사 시상식을 보는 것으로 한 해를 마감하던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이다. 

더 나아가 부당한 폭력과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광장에 모였던 다급했고, 간절한 신념들도 점차 과거의 유산이 되어가고 있다. 예전처럼 분노해야하고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할 일들은 여전히 현실에서 차고 넘치지만, 우리는 침묵을 선택하고 인터넷 뉴스 댓글창과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텍스트로만 표출한다. 이런 미디어에는 전문가처럼 보이는 글재주와 과거 유산에 대한 그리움, 현재에 대한 냉혹한 비판의 글이 가득하다. 젊은 세대들은 원래 자신들의 놀이터였던 이 곳을 버리고 조용히 짐을 싸 어른들은 모르는, 새로운 미디어로 옮겨갔다. 남은 건 컴퓨터와 인터넷을 글로 배운 기성세대뿐이고 그 공간에는 미래와 젊은 세대를 걱정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런 우리를 젊은 세대는 이렇게 바라본다. 

풀기 어려운 숙제를 잔뜩 미뤄둔 채로 작디작은 권한조차도 포기하지 않는 세대. 혼내고 가르치려고만 하면서, 매너는 없고 막무가내로 말만 많은 세대. 정의와 민주주의의 수호자처럼 굴다가 스스로의 모순과 탐욕으로 무너지는 세대. 애초부터 돈과 권력만 좇는 세력으로만 기능하는 꼴통 세대. 자본과 부동산을 독식하고 더 불리려 젊은이를 상대로 사기 치는 세대. 무엇보다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대...... 이런 기성세대가 주축이 되어 수립한(지지했든 아니든) 윤 정부가 들어선 지 400일이 넘었다. ‘아님 말고’ 찔러대기 식 말잔치 혹은 고도의 막말 전략이 반복되고 있다. 상징적으로 보이지만 이 프로세스에는 미래에 대한 숙고와 배려, 공감이 전혀 없다. 이런 식이다. 

술자리든 어디서든 누군가의 가십/의견을 듣는다 > 지난 정부 탓인지 판단한다 > 공식 석상에서 강하게 말한다 > 반응을 살핀다 > 사고 쳤음을 깨닫는다 > 부정한다 > 우리 편 중 책임질 사람을 정해놓고 질책한다 > 외부 공격 대상을 특정하고 화력을 집중한다 > 편을 갈라 우리 편은 챙겼으니 됐다고 평가한다 > 공론화(?) 과정을 수행한 카리스마 넘치는 개인기를 자화자찬한다 > 후폭풍은 무시하고 잊힐 때까지 모른척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이고 G7을 꿈꾸면서도 선진국의 노동조합이나 복지, 소비자 권력에는 무관심한 나라를 기어이 만들고 말았다. 젊은 세대들을 자본과 착취의 틈에 끼워 넣고 MZ니 뭐니 이름 붙여 무시한다. 좋은 일자리는 독차지하고, 젊은이들은 도전정신으로 창업해야 한다고 내몰더니 결코 그 상점의 고객은 되지 않는다. 우연히 들러 핀잔과 잔소리만 늘어놓는다. 그런 우리에게 젊은 세대는 한마디 대꾸도 없고 소통을 포기한다. 여러분이 있는 곳이 조직이든 회사든 어디든 젊은이를 보라. 맘대로 떠드는 입을 다물고 그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작은 것부터 점차 큰 것까지 그들이 결정내릴 수 있도록 하자. 우리에게 염치란 게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박형웅 전주대 실감미디어혁신공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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