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났다. 전북 총선을 되돌아본다.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몰표와 싹쓸이였다. 전북 정치의 ‘독점적 구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선거의 결과들이 진정으로 전북을 위해 작동해왔는지,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인지, 이대로 괜찮은지, 많은 의문이 생긴다.
정치는 표심을 향해 작동한다. 표심을 움직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움직이지 않는 표심은 정치권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어 충청표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노 대통령도 “재미 좀 봤지”라며 행정수도이전 공약이 충청표심을 움직였음을 시인했다. 덕분에 충청은 세종을 얻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에 가덕도신공항을 선물했다. 보궐선거 귀책사유 시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규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후보를 낸 탓에 결과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지만, 공항 선물이 표심이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은 분명하다.
어떤 경우에도 표심이 움직이지 않는 전북은 정치권 투자리스트의 맨 하단에 있다. 37년 전 노태우 후보가 립서비스로 던진 새만금이 생생한 사례다. 공사는 매우 느리게 아직도 진행 중이고, 공항은 아직도 그림만 그리고 있을 뿐이다.
전북은 한쪽에게는 항상 잡힌 물고기이다. 잡힌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그러니 항상 배고프다. 한쪽은 무슨 미운 짓을 해도 표를 받는다는 것이 정해져 있으니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한쪽은 무슨 예쁜 짓을 해도 표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정해져 있으니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 어느 쪽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전북은 방치된다.
전북의 선거는 투표 전에 결과가 먼저 정해진다. 때문에 당선이 예정된 당의 권력자는 전북을 고려하지 않고 충성심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정한다. 후보나 의원들은 권력자에 대한 충성 경쟁에 몰두할 뿐, 일을 잘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결국 당도 의원도 전북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전북은 또 방치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독점의 폐해는 심각하다. 독점 구조에서 공급자는 갑이고 소비자는 봉이다. 전북 정치도 독점의 폐해가 심각하다. 소비자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을 아는 정치 공급자는 소비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서비스나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북의 정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변방으로 밀려난 전북 정치는 중앙은 고사하고 전북조차 챙기기 버겁다.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경제를 추동하지 못한다. 정치와 경제가 함께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북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독점적 정치 구조를 깨트려야 한다. 몰표와 싹쓸이는 정신승리는 될지언정 삶을 개선하는 진짜 승리는 아니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정치를 만드는 것이 진짜 승리다. 경쟁구도를 만들어 구애경쟁을 시켜야 한다. 경쟁을 시키면 정치는 수시로 선물을 들고 찾아와 머리를 조아릴 것이다.
전북이 잘 살기 위해서는 전북 정치가 살아나야 한다. 전북의 정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복원되고 경쟁구도가 형성되어야 한다. 전북 정치의 다양성과 경쟁구도는 전북이 잘 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전북이 잘 살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조배숙(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국민의힘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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