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고된 하루를 끝내고 드디어 월급을 손에 쥐었다. 마음이 설렜다. 오랜만에 아이들 옷도 사주고, 아내에게는 고생했다며 작은 선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길. A씨는 낯선 이와 어깨를 스친 뒤 주머니가 허전한 것을 깨달았다. 월급봉투가 사라진 것이다. 그는 망연자실 한 채 한동안 서 있었다. 한 달간의 인생이, 가족들의 웃음이 모두 사라져 버린 듯했다.”
전북 지역에서 A씨처럼 월급을 절도(미국과 유럽에서는 임금체불을 ‘임금절도(Wage theft)’ 또는 ‘임금사기(Wage Fraud)’로 표현)당한, 아니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가 2024년 10월 기준 6200여명, 체불금액은 410억 여 원에 이른다. 고용노동부 군산지청 관할인 군산, 부안, 고창지역만 해도 1600여명의 약 100억 원이 체불됐고, 전년에 비해 46% 이상 증가했다.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사용자가 지급하는 금품’을 말한다. 근로자는 이를 통해 자신과 가족의 생활은 물론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한다. 따라서 임금을 체불하는 행위는 개인의 삶을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물건을 훔치는 절도는 범죄라고 생각하는 반면,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사업이 어려우면 그럴 수도 있지”라며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업주 또한 체불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임금체불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서는 정부의 엄정한 제재도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사회 구성원들의 ‘임금체불=중대범죄’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은 임금체불 예방과 청산은 물론, 임금체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신고사건 처리 절차를 사법처리 중심으로 개선하고 사업장에 대한 사전 근로감독을 확대한 것 등이 그 예이다.
특히 올해 연말까지 ‘체불임금 집중청산 기간’을 운영하면서 기관장이 직접 현장에 나가 지도하고, 전담팀을 운영하여 체불근로자들이 신속히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또한 고액·집단체불 사업장은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고의 또는 악의적인 체불사업주는 강제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임금체불을 중대범죄로 상정하여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임금을 체불하였으나 청산 의지가 있는 사업주에게는 융자를 지원하고, 임금체불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에게는 생계비를 융자하여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활동도 병행 중이다.
지난 10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25년 10월 2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 정부지원사업 참여 제한, 공공입찰 불이익, 체불액의 3배에 달하는 손해배상 등 강력한 제재가 담겨있는 이 개정안의 시행은 임금체불 근절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식의 전환없이 단순히 제도개선이나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제재만으로는 임금체불이 근절되기 어렵다. 우리는 임금을 단순한 ‘돈’이 아닌 ‘근로자의 인생과 교환한 어떠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체불하는 것은 심각한 인격권의 침해이자 중대범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는 A씨와 같이 월급을 소매치기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의 임금체불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며,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전대환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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