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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이앙기가 툴툴 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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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못자리에 모가 한 뼘쯤 자랐습니다. 또록또록 잘 여문 버선 배미 씨나락, 아버지가 항아리에 갈무리해두었지요. 쟁기질해 물 잡아 둔 논배미 이랴이랴 써레질했지요. 오늘은 우리 논 내일은 뒷집 논, 품앗이였습니다. 못줄잡이에게 몰리다 보면 벌겋게 장딴지를 빤 거머리가 제풀에 떨어져 나가곤 했습니다. 흙탕물 속 미꾸리를 보았을까요, 잠방이를 걷어붙인 백로도 겅중겅중 뛰었고요. 못밥 광주리를 머리에 인 어머니는 찔레꽃 핀 무넘기를 돌아왔습니다. 누렁이는 앞장서고 막걸리 주전자를 든 누이동생은 뒤를 따랐지요. 

 

모판 모도 사다 심는 세상입니다. 트랙터가 쟁기질하고 써레질한 논에 이앙기가 모를 내네요. 한걸음에 8줄씩 꽂습니다. 드론이 농약을 치고 콤바인이 추수할 겁니다. 보습 분무기 낫, 녹슨 지 오래입니다. 이앙기가 툴툴 툴툴, 못밥도 왁자하던 이웃도 없어 심심하다고 툴툴거립니다. 완두콩 놓은 흰 쌀밥에 하지감자 숭덩숭덩 빨간 풀치 조림은 이제 전설 속 그림입니다. 쌀도 공장에서 만들어 낼까 두렵네요. 자주 지나는 도로 옆 바둑판 논배미가 어느 틈에 파릇합니다. 쌀 米, 여든여덟 번 손이 가야 밥이 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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