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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향하는 동학농민혁명, 국내 정서부터 한 걸음] ②정읍 고부관아터-"남은 건 학교 한 켠에 돌덩이 뿐"

1894년 1월 전봉준 농민군 고부 군수 조병갑 몰아낸 역사적 현장
농민혁명의 봉화 올린 이곳에 남아있는 건 '돌덩이와 안내 팻말' 뿐
일제 '민족말살정책' 역사 왜곡·말살 위해 관아터 철거 후 학교 건립
위원회 측 "문화재 중요성 온전히 알리기 어려워"⋯'복원 사업' 필요
'120년 역사' 학교 '이전' 논의 활발⋯담당자 "올해 사업, 성공 예상"

"고부성을 격파하고 군수 조병갑(趙秉甲)을 효수하라." 

1894년 1월 10일, 녹두장군 전봉준이 이끄는 1000여 명의 농민군이 전라 고부(현 정읍) 관아로 향했다. 그들의 목표는 탐관오리 고부 군수 조병갑을 처단하는 것이었다. 당시 전봉준의 아버지 전창혁은 '만석보'를 이용해 수탈을 일삼는 조병갑의 폭정에 저항하다 곤장형에 처해 사망했고, 이 사건은 동학농민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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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사발통문.

1893년 11월, 전봉준과 20여 명의 농민 지도자들이 고부 서부면 죽산리 송두호의 집에 모였다. 탐관오리를 처단하고 탐욕스러운 아전을 징벌하기 위해 혁명을 모의하는 자리였다. 이때 작성된 것이 바로 '사발통문'이다. 사발통문은 사건의 주동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사발 모양으로 둥글게 이름을 적어 넣은 통문이다.

각지에서 모인 농민군 대오를 정비한 지도자들은 대나무로 만든 죽창을 앞세우고 고부관아로 향했다. 1894년 1월이었다. 이들은 아전들을 끌어내 처벌하고 억울하게 갇힌 죄수들을 풀어줬으며 부당하게 거두어들인 양곡을 거둬 농민들에게 나눠줬다. 농민들은 수탈의 상징인 '만석보'도 허물어버렸다.

혁명의 시작을 알린 사발통문은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23년 5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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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김철모 고부관아복원추진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방문한 옛 고부관아터 현장. /김지원 기자

지난달 23일 사발통문의 배경이 됐던 고부관아터를 찾았다. 혁명 당시 고부 군수 조병갑이 지내던 고부관아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고부관아가 있던 자리에는 초등학교(고부초등학교)가 세워졌다. 오늘날 이곳이 고부관아의 터임을 알려주는 것은 학교 입구 화단 위에 놓인 기념패와 고지도가 전부였다.

일제강점기, 일본제국의 민족말살정책으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역사는 왜곡되고 지워졌다. 고부관아 역시 일제에 의해 모두 철거당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동학농민혁명을 이끌었던 전봉준의 혁명을 향한 첫 발자국이 외세에 의해 의도적으로 지워진 셈이다. 이후 고부관아터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는 묻히고 말았다.

고부관아터의 역사적 장소성을 살리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있다. 고부관아복원추진위원회(위원장 김철모)다.

"고부관아는 동학농민혁명의 봉화를 올린 역사적인 장소"라고 강조한 김철모 위원장은 "혁명의 정신을 후세에 온전히 알리기 위해선 이 자리에 고부관아터를 복원하거나 혁명의 시작을 기념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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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관아가 있던 곳 위에 자리 잡은 고부초등학교의 모습. /김지원 기자

그러나 고부관아터 복원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고부관아터 복원을 위해선 터 위에 자리 잡은 고부초등학교의 이전이 불가피하지만 고부초등학교 동문들과 일부 주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부관아터가 역사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문화유산임은 틀림없지만 1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고부초등학교의 역사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혁명의 가치와 학교의 역사가 저울 위에 놓인 상황에서 역사 유적을 복원함과 동시에 학교의 역사를 보존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읍시 동학문화재과 담당자는 "과거 고부관아터 복원 사업은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동문과 일부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고부관아터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논의를 통해 주민 간 합의가 원활히 이뤄졌다. 이번 복원사업은 전보다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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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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