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 관심 갖는 세대 곧 사라져"
잊혀지는 혁명 정신 계승할 사업 필수
"누군가 한 줄만 남겨도 명예는 지켜지는 겁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잊힐 뿐입니다."
올해로 130년을 맞이하는 동학농민혁명. 농민들의 피와 눈물로 써진 역사는 오늘날에도 연구와 논의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유족들도 고령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잊혀 가는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되살리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읍 각 지역의 동학농민혁명 등 역사 기록을 다룬 '면지' 집필에 힘쓰고 있는 곽형주(70)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도내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혁명에 대한 관심이 끊길 것을 우려하던 그는 "현재 혁명군의 후손들이 동학농민혁명에 관심을 갖는 마지막 세대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혁명 정신의 계승은 끊길 것이다"며 "그전에 혁명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곽형주 이사장은 "동학의 유족들마저도 혁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슴 아픈 상처를 들춰보는 것이 힘들다는 건 이해하지만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 지역의 소위 리더라는 분들도 관심이 부족해 어려운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4년 정읍 동학농민혁명 기념행사에 참여한 그는 지역에 대한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단상에 농민 대표는 한 사람도 없고 전부 공무원 출신만 올라섰기 때문이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그는 "100주년 기념식에 농민 대표가 없다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 곧바로 항의했다"며 "그다음 행사부터 바로 개선됐지만 당시 이런 사소한 이야기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분위기였고 실제 행동에 옮기는 사람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기록 남기기'에 열중하게 된 것은 의병활동을 하던 의증조부의 억울한 죽음 때문이었다. 그는 "일제시대 때 외증조부께서 총에 맞아 돌아가시고 그의 아들이란 이유로 내 외종조부는 열다섯의 나이로 손톱을 대침으로 찔리는 고문을 당해 정신병자가 됐다"며 "아직도 무덤을 찾지 못했고 역사에 이름 석 자 남기지도 못했다. 결국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읍농고를 나와 농사일에 전념했던 그는 지난 2005년 11월 영원면지 '영원사람들의 삶과 역사' 발간 추진위원으로 활동하며 마을의 유래 및 땅 이름, 다양한 지역의 문화를 찾아 자료를 구하고 만들어내는 등 면지 발행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애착으로 영원을 포함한 정읍 대부분 지역의 혁명 기록을 남기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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