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문학적·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고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춘향과 몽룡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로 오랜 기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왔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하 도립국악원) 창극단의 제57회 정기공연 ‘춘향’이 지난 13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번 작품은 지난 2012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초청작 ‘춘향아씨’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춘향전’을 토대로 제작한 대형 정통 창극 작품이다.
제작총괄에는 유영대 도립국악원 원장이 나섰다. 총감독 김차경 창극단 예술감독, 각본·연출 김민호 극단 시민 대표, 작창 김세미 수석단원, 작곡·지휘 이용탁 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예술감독 등 이번 공연은 새로 부임한 원장과 창극단 예술감독을 비롯해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는 제작진들의 협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공연은 작품의 도창을 맡은 김영자 국가무형유산 심청가 보유자의 선창에 이어 어사가 된 이몽룡이 역졸들에게 탐관오리를 잡아 올 것을 명령하는 긴박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광한루에서 그네를 타는 춘향에게 첫 눈에 반하는 대목, 한양으로 떠나는 몽룡과 이별하는 춘향의 모습, 남원에 새로운 사또로 부임한 변학도가 춘향에서 수청을 들라 명령하는 장면 등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춘향전’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특히 정통 창극을 선보이겠다는 도립국악원의 본 계획에 맞게 공연장 구조부터 차별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공연장은 본무대와 별개로 후무대에 판을 펼침으로써 기존의 무대 공간을 좀 더 확장시켰다. 이로써 평소 관객들이 쉽게 접하는 현대극장을 이야기에 참여하는 마당이라는 '열린 공간'으로 재구성해 18세기 판소리의 원형을 이어가고자 한 노력이 엿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극의 전개가 지루했다는 평과 함께 정통 창극의 면모가 부족했다는 현장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또한 판소리 오바탕 중 가장 화려한 멋을 지닌 ‘춘향가’의 묘미인 변학도가 기생을 고르는 ‘기생 점고 대목’ 속에서 기생들의 의상이 소복으로 구성돼 있어 오색찬란한 볼거리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실제 어사가 된 이몽룡이 역졸과 함께 탐관오리를 잡으러 가는 장면 속 오방기를 비롯한 무대 소품과 함경남도 북청군의 ‘북청사자놀음’이 전라도 남원을 바탕으로 한 ‘춘향’의 무대에 오르는 등 현실 고증이 부족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왔다.
또한 극 중 과거 사랑을 회상하는 나이 든 춘향의 역할인 도창이 되려 극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김영자 명창의 소리는 흠잡을 것 없이 탁월했다지만, 워낙 탄탄한 원작의 골격에 더 많은 시도를 추가함에 따른 과유불급이었다는 평이다.
더불어 일반 관람객들에겐 도창의 역할이 ‘나이 든 춘향’임을 알아채기 어려운 개연성 역시 아쉬웠다. 마지막 김 명창이 혼자 무대에 올라 ‘사랑가’ 대목을 부르는 장면이 없었다면 도창의 역할이 ‘나이 든 춘향’이 아닌 이번 공연 사이사이 맥을 정리하는 변사로 전락할뻔했기 때문이다.
김민호 연출은 “예술 공연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공연을 찾아주신 관객분들의 관점에 따라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나뉠 수 있어 관객이 보는 시선이 정답이라고 생각된다”며 “부족한 점이 있다면 제작진들이 더욱 노력해 완성도 등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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