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백제의 왕도(王都)인 전주에 후백제 관련 역사 문화를 조사·연구하는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가 들어선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전주가 이제 경주와 더불어 전국적인 고도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는 명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유산청(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실시한 ‘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 후보지 공모’에서 전주시 완산구 교동 낙수정 일원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오는 2030년까지 국비 450억을 투입해 건립 예정인 후백제역사문화센터는 말 그대로 전주가 메카로 인정받았다는 거다. 후삼국시대 짧은 시기였으나 어쨋든 한 시대를 풍미했던 후백제의 역사와 그 흔적을 조사·연구하고, 결과물들을 시민과 관광객들이 공유할 수 있게됐다. 지난 2022년 말, 전북을 중심으로 후백제 역사문화권을 추가하는 내용의 ‘역사문화권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후백제 역사문화권 신설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후백제 역사문화권의 유적·유물의 조사부터 정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예산 지원의 법적인 근거가 생겼고 결과적으로 후백제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복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앞으로 전주가 명실공히 전국 최고의 고도로 자리매김하려면 전주에 국립 후백제 역사문화센터 건립은 물론, 후백제 역사공원 조성, 한문화원형콘텐츠 체험관과 연계한 후백제 컨텐츠 개발 과제도 속도감있게 추진해야만 한다. 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는 하나의 작은 성과물에 불과하다. 앞으로 전주의 역사 문화자원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경주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도시로 만들어야만 한다. 견훤왕이 전주를 도읍으로 정하고 ‘백제’ 건국을 선포해 37년간 통치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와 ‘고려사’, ‘동국여지승람’ 등 다양한 문헌에서 확인된 바 있다. 동고산성과 도성벽 유적, 건물지, 사찰 터 등 후백제 관련 유적이 도시 곳곳에 산재해있다고는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그 가치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낙수정 새뜰마을 도시재생사업과 승암산 인문자연경관 탐방로 조성사업 등 기존에 추진해온 사업들과 연계해 후백제 역사 문화를 기반으로 한 ‘왕의궁원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로 만들어야 하는데 관건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없는 것도 잘 포장해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때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적극 문화관광 자원화하는데 전주시가 확실한 의지와 성과로 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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