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09년 ‘폐자원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 대책 실행계획’을 세워 SRF(고형연료) 사용이 확대되면서, SRF 사용시설과 관련한 집단갈등은 전국 각지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갈등의 주요 쟁점은 소통의 부재, 미흡한 행정적 절차 등 다양하다.
24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고형연료발전시설 관련 주민수용성 문제 사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충남도청 내포신도시의 집단에너지시설은 본래 SRF 발전시설로 건설되던 중 주민들의 반대로 LNG로 발전연료가 변경됐다.
가장 큰 쟁점은 연료 사용 시 유해물질의 대기 배출 우려였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충청남도는 2017년 8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연료 전환을 건의했다.
논의 끝에 산업부와 충청남도, 에너지 공급업체 측은 LNG로 연료를 전환하기로 합의했고, 건설 중이던 고형연료 발전소를 취소했다.
전환의 조건은 사업자 비용 부담 보전 등이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결코 적지 않았다.
또 지난 2016년 6월 전주 팔복동의 한 폐기물재활용업체는 SRF 발전시설 허가를 산업부에 신청했고, 허가증을 받았다.
이어 11월, 이 업체는 전주시의 건축허가를 받고 고형연료 소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시설 건립을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2017년 9월 주민설명회가 개최되고 하루 64톤을 소각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만성지구 등 인근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반발이 이어지자 전주시는 공사 중지 및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고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업체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2020년 2월 전주시는 2심까지 패소했다. 현재 관련 재판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팔복동 북부지역에서 SRF설치업체와 인근 주민간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포항에서는 배출시설 굴뚝 높이를 두고 주민들과 업체가 충돌하는가 하면, 나주에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SRF 관련 내용 전달이 잘 이뤄지지 않아 마찰이 생기는 등 전국 곳곳에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갈등들의 공통점은 결국 유해물질의 대기 배출에서 비롯되는 주민 건강권 침해 우려다.
또 환경영향평가 기준도 미흡해 발전시설 설치와 관련해 주민들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설비용량이 10MW를 넘지 않으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위해선 천차만별인 지자체 조례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주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설비용량 이하의 SRF는 갈등유발 예상시설로 분류돼 주민 사전고지 대상이 되는데, 최대 1km 반경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다.
아울러 SRF 발전소 건립을 위한 법적 기준은 있으나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주민 수용여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등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정부와 지자체에선 서류상 절차만 충족하면 된다는 식의 행정편의주의가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민간 기업이 주도해 경쟁이 발생하고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SRF 사업의 특성상 폐기물 처리와 연료 품질 관리 규정이 더 명확해져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대표는 “현재 SRF는 자원순환 측면에서 사용되기는 하지만, 가연성 쓰레기를 약간의 가공을 통해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법률에 고형연료 품질과 쓰레기 기준을 더욱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 세분화됐던 규정이 오히려 현재 개정을 통해 통합된 부분이 있어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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