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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②] 문학적 토양과 예술적 확장성,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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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석정문학회 회장 

1. 문학적 토양

  한승원 선생님의 토굴에 간 적이 있었다. 마침 방문객이 없어서 방 한가운데 찻상을 펴 놓고 제법 오래 말씀을 들었다. 물론 소설 쓰는 따님 이야기도 하셨다. ‘아버지 한승원’을 뵈러 간 자리라 ‘따님 한강’ 이야기는 곁들이 정도로 들어 넘겼었다.

  내가 ‘한강’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몽고반점」이다. 단행본이 아닌 철 지난 문학잡지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처절하고 슬프고 안타깝고 아픈 이야기를 이렇게 감정을 달래면서 써 내려갈 수 있구나. 읽는 내내 오히려 독자인 내가 감정을 다스리기가 힘들었다. 나중에야 이 작품이 『채식주의자』 속에 있는 작품인 줄 알았다. 그리고는 ‘한강’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함께 소설가 아버지 한승원과 소설가 오빠와 동생, 그리고 국문과에 다니는 아들, 소설가가 직접 운영한다는 작은 책방까지 모두 떠올랐다. 한강 소설가의 삶은 문학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을 만큼 문학적 토양이 정말이지 비옥하고 찬란하기도 했다. 이 토양이 한강 소설가를 성장시킨 것이다.

 

2. 예술적 확장성

  한강 소설가의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사진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강 소설가가 직접 부른 노래도 다시 떠오르고, 그가 거론한 악동뮤지션의 노래도 다시 떠오른다. 소설가의 작품을 연극으로 옮긴 ‘휴먼 푸가’도 찾아보고 굴렌 굴드도 다시 찾아본다. 때를 만난 듯, 모두 손잡고 떠오르고 있다. ‘한강’의 작품은 수상 이후에 더 많은 연극과 영화로 제작될 것이다. 사진 한 점에서 촉발된 예술적 영감은 소설로, 음악으로, 연극으로, 영화로, 다양한 예술 장르로 변주될 것이다.

  사람들은 한강 소설가의 작품을 다시 읽을 것이다. 벌써 출판계와 서점가가 흥성이지 않은가? 나도 오래된 책더미를 몇 번이나 뒤적거렸다. 이젠 우리가 받았던 위로와 감동을 전 세계 사람들도 받게 된다. 한강 소설가가 우리에게 던졌던 삶의 본질에 관한 질문은 세계인들에게 같은 질문으로 던져져 그 파문이 널리 번질 것이다. 이것이 한강 소설가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증명된 예술의 힘이요 확장성이다.

 

3. 그리고 우리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는 그 시각에 나는 컴퓨터 앞에서 보조금 정산과 씨름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문단 행정 따위는 집어던지고 마을의 작은 모퉁이를 돌아가서 혼자서 노을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거기서 바람이 버드나무의 머리카락을 쌀쌀 씻어주는 소리에 가만가만 귀를 열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일도 더 좋은 작품을 창작하고 싶어 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는 예술인들에게 봉사하는 일이라며 애써 나를 달랬다.

  ‘한강’의 작품은 우리 문학을 끌고 가는 손잡이고 기둥이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소설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문학도 드디어 부력을 얻을 것이다. 번역의 문제나 지원의 문제, 심지어 이데올로기의 문제 등으로 터덕거리던 한국문학이 스스로 해법을 터득하고 세계의 하늘 높이 떠오를 것이다. 

몇 번을 축하해도, 몇 날을 기뻐해도 오히려 모자란 날들이다. 축하드린다. /김영 석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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