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벼 이삭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의 선물이 가득한 풍요로운 계절이다.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는 농민들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시기이다.
이런 계절에 생산되는 쌀은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주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천 년간 한국인의 식탁을 지켜온 쌀은 전통 문화, 역사 그리고 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서 쌀의 경제적 중요성은 변화되고 있다. 농업의 구조적 변화, 글로벌화, 식습관의 변화 등이 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경제적 문제들은 매우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초근목피(草根木皮)라는 말이 있었던 196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허덕였다. 그러나 70년대에 이르러 통일벼 육종 교배를 성공하여 쌀 자급자족을 달성하게 되었다. 2024년에 이르러서는 전체 농업생산액의 20%, 8조원을 넘어섰고 환경보전, 지역사회 유지 등 공익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3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도 있다.
이렇게 우리 삶에 중요한 쌀은 도시화, 인구감소, 서구적 식습관, 과잉 생산과 가격하락 등으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80년대 대비 쌀의 소비는 50%이상 급감하였으며 농촌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로 인하여 장기적인 쌀 생산 기반이 약화되어 안정적인 쌀 생산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는 쌀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산업은 여전히 경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품질 쌀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프리미엄 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기존 생산량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쌀을 생산하여 농업소득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쌀 가공 사업에서도 다양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쌀을 원료로 한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여 일차원적인 쌀 소비를 넘어서면서 쌀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 해외시장으로 쌀 소비 확대를 통해 쌀 산업을 지속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도 있다.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품질이 우수한 한국 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쌀 산업은 한국 경제와 문화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과거 우리 삶과 문화의 중심에 있던 쌀 산업을 포기 할 수는 없다. 우리 민족의 뿌리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쌀 산업의 보전과 발전을 위해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은 2024년을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밥먹기 운동’의 원년으로 삼고 쌀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식습관을 올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고 쌀 산업 지킴이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해 오고 있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아침부터, 나부터, 우리가족부터 삼시세끼 밥을 먹는 습관을 되살리고자 한다. 지난 한달 여 동안 진행한 전 국민대상 ‘밥상머리 수필공모전’에 참가한 쌀밥이 주는 다양한 경험담과 지혜의 이야기들을 잘 정리하여 나누다 보면 더 큰 결실을 맺으리라 확신한다.
여든 여덟번 농민의 정성어린 손길이 들어가야 생산되는 쌀의 가치를 더욱 되새겨 ‘밥이 보약이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더 이상 옛것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 하고자 한다.
쌀을 단순 수급논리로 경제적 측면(米)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그 안에 담고 있는 소중한 밥상머리 가치(美)로도 평가될 수 있도록 필자와 전북농협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쌀이 살아야만 경제가, 그리고 나라가 산다!
김영일 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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