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ns에서 책을 한 권도 못 팔았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책방의 계정을 언팔로우 했다는 글을 읽었다. 안 팔릴게 뻔한 업종을 선택해놓고 안 팔린다고 징징대는 꼴이 보기 싫다는 내용이었는데 글의 대상인 책방주인이 안타깝고 애처로웠다. 대부분의 동네 책방들이 비슷하겠지만 나 역시 한 권도 못 파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 어느 날은 괜찮다가도 어느 날은 막막함이 몰려온다. 동네책방이 뭐라고 왜 사줘야 하느냐 혹은 동네책방에 가서 살펴만 보고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된다는 댓글을 읽으니 조금 더 막막해졌다.
책은 공공재의 역할을 부여받은 상품이다. 어느 지역에나 주민들이 마음껏 무료로 책을 빌려볼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 운영중이고, 지역의 동네책방들은 개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판매보다 공공도서관에 책을 납품하며 근근이 명맥을 이어간다. 그마저도 관행과 독점으로 소외되어 납품조차 하지 못하는 책방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런 동네책방들이 손님 없음조차 한탄하지 못하고 대형서점과의 생존경쟁을 해야 하니 막막하지 않을까. 앞으로 망하지 않고 오래오래 책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얼마나 기쁜 일인지, 소식을 알게 된 날 저녁에는 마치 내가 수상에 기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책방 손님들과 얼쑤절쑤 기쁨을 나누고,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물개박수를 치며 칭찬을 했다. 다른 물건과 책이 무슨 차이가 있길래 더 사주어야 하느냐며 책방 주인을 비난하던 목소리들은 이제 내 귀에는 안 들린다. 구차하게도 책의 가치와 동네책방의 필요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할 뻔했지만 이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한강 작가님 감사합니다. 노벨문학상의 권위여 영원하라.
그래서 노벨문학상 덕분에 동네서점의 책 판매량이 늘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지 3주 째, 이제야 대형서점에서 지역서점에 책을 공급하려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를 제한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출판사와 직거래를 대량으로 하는 대형서점과 달리 동네책방은 중간 유통을 거쳐 책을 사입하고,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중간유통을 통해 사입하는 가격과 비슷하다. 심지어 대형서점은 지역서점의 중간도매상 역할을 한다. 대형서점은 뜻밖의 호재에 도매물량을 차단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울러 몇십만부씩 한강 작가님 책을 팔다가 그들의 공급을 받는 지역서점들의 항의에 못 이겨 지난 3주 간 독점한 물량을 이제야 나누어 주겠다 한다. 그것도 겨우 일주일 간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만 제한한다고 하니 전국의 동네책방들은 대형서점의 오프라인 재고를 골고루 나누어 일주일간 판매대행을 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주시는 것은 감사히 받아야지. 다음부터는 제 때에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덕분에 책이 없어 몇주간 무수한 문의를 받았고, 사과를 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손님들이 책이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구매해 주셨다.
이래서 망하지 않는다. 대형서점이 나누어 주는 콩고물 때문이 아니라, 불편하고 느린데도 동네책방을 찾는 손님들 덕분에 망하지 않는다. 그런 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끊임없이 책을 읽고, 고르고, 갖추는 노력을 해야 망하지 않는다. 망하지 않아야 누구나 동네에서 슬리퍼를 신고 동네책방으로 책을 고르러 갈 수 있다.
유새롬 작은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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