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소가 없네요.”
소 등 축산물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도입된 ‘축산물이력제’가 연이은 자살골을 넣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와 경찰수사에서 축산물이력제와 관련된 문제가 계속 부상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신뢰도 저하 및 불만은 최고조를 향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8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이병진 의원은 농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직접 구매한 한우 선물세트 7종을 송미령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전달하며, DNA 동일성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해당 한우 선물세트들은 모두 축산물이력제에 등록된 소와 다른 DNA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축산물 이력제는 축산농가의 생산, 이동, 출하에 대한 거래내역 등을 기록·관리함으로써 축산물 유통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원산지 허위표시 등 둔갑판매 방지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는 한우를 판매하는 모든 업체에게 적용돼 제품 외관에 12자리 이력관리번호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소비자가 해당 번호를 관련 사이트에 입력할 시 소의 출생부터 도축까지 모든 정보에 대한 열람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축산물이력제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최근 보험을 들지 않은 소들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가축재난보험 보험금을 편취한 축산업자 22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해당 축산업자들은 소의 축산물이력제를 위해 부착하는 ‘귀표’를 무작위로 교체했으며, 해당 행위에는 축산물 관리 업무를 하는 축협 직원들도 동참했다. 이 같은 행위로 인해 귀표가 교체된 소들은 모두 축산물이력제에서 이력과 다른 소가 유통되게 된다.
현재 소의 귀표 관리는 150두 이상의 축산농가에서는 축산업자가 직접 귀표를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품질이 낮은 소에 품질이 높은 소의 귀표를 부착해도 DNA 검사 외에는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축산물이력제에 적발되면 처분은 고작 과태료에 불과하다.
특사경 등 지자체는 단속활동으로 허위 이력이 적발될 시 7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2차례 이상 적발 시 이력제에 위반 사실이 공표된다. 형사처벌 등의 처벌은 유통업자 및 축산업자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자체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전주의 한 정육점에서 만난 김모(65·여) 씨는 “1++등급이라고 적혀 있어서 비싼 가격에도 좋은 품질값이라고 생각해 큰 마음을 먹고 구매를 했었는데, 해당 품질이 사실이 아니라면 너무나도 괘씸한 기분”이라며 “계속 소비자가 속는 기분이 든다면 한우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질 것 같다. 최근에 아들이 미국산 소고기를 사와 처음 먹어봤는데, 가격도 싸고 맛있었다”고 푸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력제를 한 자체가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해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인데, 그 자체를 속인다면 소비자들이 굉장히 실망을 하고, 한우에 대한 불신도 커진다. 소비자들이 언론을 통해 이력제가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집단 피해보상도 할 수 있고, 행위 자체가 표시광고법 위반이다”고 지적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한우를 더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하는 이유는 국산품이고, 품질이 좋고, 안전성이 높다는 점 등이 이유이다”며 “지금 축산이력제를 속인다면 근시안적인 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미래적 관점에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 가격하락과 판매량 저조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엔 이러한 행동들로 인해 유통업자와 축산업자들 모두 힘들어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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