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국극을 활용한 드라마 정년이가 화제를 모으면서 전북의 여성국극도 재조명 받고 있다. 국극은 소리‧무용‧연기가 한데 어우러진 오늘날 뮤지컬과 비슷한 장르로, 소리의 고장 전북에서도 여성 국극이 활발했었다. 다만 TV‧영화매체 등장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됐고 2000년대 들어서는 간신히 명맥만 잇고 있다.
△창극의 변형양식 ‘여성국극’
여성국극은 1948년 여성 소리꾼 30명이 남성 중심의 국악계에 반발해 여성국악동호회를 결성하면서 태동했다. 기존의 창극이 소리 중심의 공연 양식에 머물던 것과 달리, 여성국극은 소리와 춤, 그리고 연기가 곁들어진 공연예술로 확장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여줬다. 판소리를 토대로 하되 대중적인 음악과 화려한 의상, 무대장치 등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여성국극 배우는 여성 역할은 물론 남성 역할까지 맡아 자유롭게 애정표현을 하고, 대중성을 바탕으로 공연을 선보여 팬덤 문화를 만들어냈다.
△홍성덕‧이소자…전북에서 여성국극 화려한 부활 꿈꾸다
1960년대부터 영화의 흥행과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여성국극은 급격히 쇠퇴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재기의 움직임이 시도됐고, 1980년대 말 이옥천, 홍성덕 선생 등이 중심이 되어 전통 국극의 부흥에 힘썼다. 부안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소리꾼으로 자란 홍성덕 선생은 판소리 명창으로 시작해 여성국극의 부흥을 이끈 인물. 국악의 발전과 국악인의 처우 개선에 힘쓰며 오직 ‘국악’에만 열중했다. 1993년부터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를 조직해 매년 한 편 이상의 여성국극 작품을 올리며 부활 신호탄을 쏘고 있다. 여성국극 전성기 시절을 이끌었던 이소자 선생도 ‘여성국극’의 온전한 부활을 꿈꾸며 지난 2013년 남원에 햇님여성국극보존회를 설립했다. 남원과 특별한 연고는 없었지만, 전 재산을 여성국극 기금으로 내놓으며 남원을 여성국극을 살려내는 터전으로 만들고자 했다.
△국악계 전체 긍정적 영향력 기대
1987년도부터 여성국극 부활에 헌신하며 매년 1편씩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홍성덕 명창은 29일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리의 고장’ 전북에서 여성국극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지역에서 여성국극을 선보일 무대 자체가 없다보니 주로 서울‧수도권에서밖에 공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홍 명창은 “드라마 흥행으로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생겨 무척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무작정 활성화하려기보다는 정말 멋있는 소리와 춤을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정년이 흥행으로 국극뿐 아니라 국악계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영대 전북도립국악원장은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국극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주목받고 있는데, 결국 국극은 창극보다 관객친화적인 장르”라며 “우리소리와 우리 극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수 있도록 창극을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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