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라는 인물만큼 ‘파란만장’이라는 단어가 딱 맞아떨어지는 국내 정치인은 드물다. 조 대표는 인생의 밑바닥까지 경험하며, 정치적∙사회적으로 재기가 불가능해 보였으나 22대 총선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런 그가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국회에 입성한 지금까지도 조 대표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밖으로는 대통령실과 여당, 야권 안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견제를 받아왔다.
지난달 30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만난 그는 “윤석열이라는 검사가 조국이라는 사람을 관에 넣고 관뚜껑에 못질까지 했다. 그런데 그 관 속에서 저를 꺼내 현 정권에 경고를 날린 건 다름 아닌 전북도민”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조 대표는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윤석열 정권 종식’을 1순위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권 종식이 민생의 시작’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전북 등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경쟁해 지방 선출직 공직자를 30% 이상 배출하겠다고 했다.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선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압도적’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100일째가 되셨습니다. 조국혁신당이 원내 3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냈다고 보시는지.
“정치검찰 개혁에 쇄빙선과 예인선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 검찰개혁을 위한 수사와 기소 분리법, 그 다음에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검찰개혁법을 유일하게 조국혁신당이 발의했습니다. 그 점에서 검찰개혁에 있어 가장 선봉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사로서의 ‘조국’이 강조되는데 일각에선 정치인들의 끝없는 싸움에 지친 국민도 많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민생과 정책이 정상화하기 위한 첫걸음을 윤석열 정권 종식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와 당이 민생정책에 관심이 없었다는 게 아닙니다. 정책적으로는 국민 주거권과 양육권 두 가지를 저희가 전면적으로 개혁해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 어떤 정당보다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안과 정책도 준비해서 곧 발의를 앞두고 있습니다.그리고 최근 ‘지방 살리기 5법’이 혁신당을 통해 발의됐습니다.”
혁신당이 원내 3당임에도 민주당 2중대 정당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조국혁신당은 출발부터 지금까지 민주당의 도움을 받지 않고 성장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정체성은 총선에서부터 달랐습니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 정당이 기호 3번이었죠. 저희는 9번이었고요. 그런데 정권 심판을 바라는 유권자 분들이 물론 3번도 많이 찍었지만, 그 이상으로 9번 혁신당을 선택해서 우리가 원내 제3당으로 국회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다만 총선 이후의 과정에서 민주당과 차별이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는 있죠. 그건 윤석열 정권 타도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어서 그렇고, 또 그 부분에 있어 민주당과 혁신당은 상생관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민주당 2중대라고 하기엔 정책적인 부분에서 저희 혁신당은 더욱 선명합니다. 금융투자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에 관련해서도 저희는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 명확합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재보궐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이 한국정치에 던진 의미가 적지 않은 것 같은데요.
“지난 영광군수와 곡성군수 선거의 평균을 내면 혁신당이 30% 정도를 얻었는데, 아직 부족함이 있었지만 민주당의 독점 구조에는 균열이 생겼다고 봅니다. 지방선거때는 더 달라질 것이라 보는데 보궐 선거과정에서 전남이 아닌 전북 당원들이 600명 이상 새로 가입하셨어요. 이게 호남정치에 큰 변화죠. 전북에서 대통령은 어떻게 누가 되든 간에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집권당 또는 여당이었단 말입니다. 또 지방에선 견제할 세력조차 없었어요. 순기능도 많았지만 역기능도 많았을 겁니다. 공천경쟁 과열과 권력의 독점 등이 그러한 현상 중 하나겠지요. 지방자치에서도 행정부와 입법부의 견제가 필요한데 그 기능을 혁신당이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어요. 혁신당이 등장해서 민주당과 경쟁하는 건 호남에도 좋은 일이지만, 민주당에게도 선의의 경쟁을 통한 발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만은 않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궐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난이 거셌습니다.
“민주당은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세를 자랑하는 거대 정당입니다. 혁신당은 12석의 신생정당이죠. 이러한 객관적 전력 차이가 있는데도 조국혁신당 또는 조국을 마치 적군 대하듯 하는 과열분위기가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서로 적군으로 생각하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일이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혁신당 지지자 분들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지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때문일 듯 한데요. 실제로 이재명 대표 다음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야권지도자 중 한명으로 평가되고요.
“일각에서 그렇게 평가하는 사실도 알고 있고 제가 여론조사 대상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대선 지지도에서 여야 통틀어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1위입니다. 다음이 좀 큰 차이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이고, 제가 7~8%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봐도 이 대표가 저보다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지자 분들이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저 조국과 혁신당을 바라봐주시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넓고 크게 본다면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정당임이 분명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요즘 더 거친 강공을 퍼붓고 있는데, 분노가 커 보입니다.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는 이제 진보진영 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도 이미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저만 분노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80%가 이들은 대통령으로서 지지하지 않습니다. 보수에서는 이미 보수의 수치라고 하잖아요. 저는 진보는 물론 보수 진영과 기업 쪽 사람들 이야기에도 귀를 열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끄럽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미 대통령으로서 ‘격’과 ‘권위’가 땅에 떨어졌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에 왔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이 정부들어 더욱 짜증과 화가 많아졌어요. 왜 그렇겠습니까. 우리 국민이 지금 하고 싶은 게 많고 꿈꾸고 싶은 게 많은데 윤석열 정권에서는 꿈꾸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이 안되는 거예요. 저희 당이 오는 22일 전주에서도 ‘탄핵다방’을 열 계획인데 많은 분들이 오실 겁니다.”
정권심판론에 가려져서인지 ‘조국의 정치’에 ‘조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잘 조명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을 ‘사회권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쉽게 말해 검찰 공화국을 종식하고 제7공화국을 만드는 일인데 제7공화국은 사회권 선진국을 목표로 나아가는 사회입니다. 사회권이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누릴 권리인데요. 이 중에서도 주거권·보육권·교육권·건강권이 보장되는 나라가 사회권 선진국입니다.”
조국은 누구인가
조국 대표는 법학자 출신 정치인으로 서울대학교 법대 교수 시절부터 정치 참여에 활발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중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비서관과 법무부장관으로 봉직했다.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22대 국회에서 자신을 비롯한 12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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