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울 美는 양 羊과 큰 大의 합자입니다. 큰 것이 아름답던 시절이 있었지요. 앨범 속 빛바랜 흑백사진 들춰보듯 옛 골목을 갑니다. 겨우 연탄 리어카나 다니던 골목이 자동차가 오가는 제법 큰길이 되었네요. 다시 못 올 시절이, 가물가물한 것들이 그저 그립습니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자 서양 것들이 물밀듯 들어왔지요. 우리 것들은 자꾸만 밀려났지요. ‘현대수퍼마켙’, 간판 칠이 바래고 녹슬었습니다. 2국에 6421번, 전화번호로 보아 반백 년 전 새마을운동 때의 것입니다. 이름만 ‘현대’인 현대수퍼마켙, 시절 따라 ‘구멍가게’란 이름을 버렸겠지요. 구멍과 가게가 아니라 수퍼(super)와 마켙(market)이 되었겠지요. 눅눅해진 세월에 바람과 햇볕을 치려는 듯 늙은 주인 홀로 나앉아 있습니다. 초점 잃은 눈에 보이는 건 그때 그 시절일까요? 그때 그 사람들일까요? 이젠 그 누구도 콜라를 사러, 담배를 사러, 소주를 사러 오지 않습니다. 어쩌다 낯선 외지 사람 몇 찰칵찰칵 들르곤 할 뿐이지요. 향교를 지나 이어지던 골목 끝 어디에 친구가 자취하고 있었지요. 소주잔 홀짝이며 밤새 도란거리던 시절이 있었지요. 어떻게 저 낡은 자전거로 가버린 시절을, 가버린 사람을 뒤쫓을 수 있을까요? 추억엔 젖어도 절대 비에는 젖지 말라는 듯 우산을 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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