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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기사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다짐 "포기하지 않고 오래오래 쓸 것"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인터뷰
이주경·장용돈·김수현·김정숙 당선자, 글쓰기 정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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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전북일보 회의실에서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열려 (좌측부터) 단편소설부문 장용돈, 동화부문 김정숙, 수필부문 김수현, 시부문 이주경 씨가 상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춘문예 작품을 보내고 몇 날 며칠 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지냈다. 올해는 나에게도 기회가 올까. 12월 중순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오지 않자 낙담했다.  신문사라는 첫 마디에 가슴이 뛰었다.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이주경(49·시)‧장용돈(55·단편소설)‧김수현(30·수필)‧김정숙(63·동화) 씨는 당선 소식을 접한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독자들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이들은 앞으로 각자의 작품으로 한국문학을 이끌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7일 네 명의 당선자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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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경 씨

△이주경 “시 쓰기는 또 다른 나와 세계를 발견하는 일…힘들지만 절대 놓지 않을 것”

이주경 시인에게 시 쓰기는 매 순간 치열하고 새로워야 한다는 깨달음을 알려준 존재다. 시를 쓰는 일은 또 다른 나와 세계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시를 쓸 때 설레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어려움에 길을 잃기도 한다”고 전했다. 

당선작 ‘카카리키 앵무’는 좌절과 낙담의 순간 포기하지 않고 완성한 작품이다. 그의 시는 심사평에서“기성의 미적 감각과 안목을 돌파해 주는 신선함 속에서 시적 설득력을 발휘하는 새 힘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적 대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사유의 인식과 이미지 비유, 묘사까지 시적 본질을 깨우치기 위해 다년간 노력해 온 그가 일궈낸 성과다. 

그에게 시는 삶의 갈증과 물음에 맞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용기이기도 하다. 인생의 방향성이 흔들릴 때마다 이 씨는 문학을 더욱 가까이에 두었다. 삶을 가장 풍요롭게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와 문학뿐 이었기에. 그는 “문학을 통해 또 다른 나와 세계를 계속해서 발견해 낼 수 있었다. 힘든 순간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다 보니 지금의 나를 만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는 더욱 치열하게 꿈꾸는 시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힘들더라도 시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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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돈 씨 

△장용돈 “누군가에게 위로 주고, 작은 느낌표를 던지는 소설가 되겠다”

단편소설 당선자 장용돈 씨는 문학과 무관한 생업에 종사하면서 수십 년간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응모했다. ‘이 길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지만, 매년 날씨가 쌀쌀해지는 10월경이 되면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최종심에 올랐지만, 한차례 고배를 마셨다. 절치부심의 1년을 보낸 뒤 소설 ‘넋두리’로 당선됐다. 장 씨는 “20대 문청 시절부터 거의 30년이 걸려 듣게 된 당선 소식”이라며 “수십 년째 가슴에 박혀있던 뜨거운 응어리가 겨우 걷힌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동아대학교 재학시절 동아문학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문학에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 전태일 문학상까지 받았지만 신춘문예와는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다. 당선작 ‘넋두리’는 농촌을 배경으로 소를 키우고, 소를 잃은 농부의 이야기다. 작품 속 화자는 지역어를 사용해 농촌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공동체 안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내면에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  “소설이 가져야 할 여러 미덕을 갖추고 있고, 지역어의 복원을 통한 유려한 문장은 이 시대의 소설이 필요로 하는 좋은 예”라는 심사평처럼 시대적 반영이 응집된 작품이다. 

소설가로서 첫 발을 내디딘 장 씨는 “소설 쓰기는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부당한 권력에 맞서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며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주고, 누군가에게는 느낌표를 던져줄 수 있는 소설을 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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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씨 

△김수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쓰지 않을 것…꿈꾸는 세상 글로 표현하겠다”

수필 당선자 김수현 씨는 작년 초 주변 사람들에게 글쓰기 중단을 선언했었다. 그는 글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위해서 새벽까지 학교의 빈 강의실에서 공부했다. 그래도 마음이 허전한 날에는 책을 읽었다. 종이에 속마음을 적었다가 태우기도 했다. 

지난 1년간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적 없었지만, 어느새 하고 싶은 말들을 꾹꾹 눌러 담아 한편의 글로 완성했다. 본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작 ‘겨울에도 꽃은 핀다’는 그렇게 완성됐다. 김 씨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고 있었던 것 같다”며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억지로 쓰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꿈꾸는 세상을 글 속에서 만들고, 노래하고 그러면서 현실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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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씨 

△김정숙 “휴대전화에 빠진 어린이들이 동화책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재밌는 동화 쓸 것”

손녀를 돌보며 지내고 있는 김정숙 씨는 글쓰기와 멀어져가는 현실이 슬펐다. 신춘문예에 수없이 도전했지만, 계속되는 탈락에 10여 년 전부터는 도전을 멈췄다. 매년 겨울이면 신춘문예 생각이 났지만 ‘너무 나이가 많은 게 아닐까’ 싶어 주저하다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응모했고, 덜컥 당선의 영광을 안게 됐다.  김 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동화 작가를 꿈꿔왔다”며 “신춘문예에 수없이 도전해 탈락한 경험과 당선까지 이 모든 과정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며 얼떨떨해했다. 

동화 ‘재주 내기 한 판 할래’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품었던 동화 작가의 꿈을 50년 만에 이뤄낸 그는 휴대전화를 이기는 작가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씨는 “휴대전화에 빠진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재밌고 신나는 동화를 쓰고 싶다”며 “묵혀 두었던 동화를 퇴고해 책으로 출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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