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이름을 알리지 않았지만 지역문학에 윤기를 더했던 문학인들은 많다. 따라서 우리가 특별한 눈길을 준 적 없는 곳에서 조용히 살다간 문학인과 그들의 작품을 찾아내 세상에 알리는 일은 그만큼 소중하다. 정렬시인(1932년-1994년). 고향 정읍에서 외롭게 문학의 길을 지키다가 세상을 떠난 그의 시세계와 생애를 다시 만난다.
전북작가회의가 발간하는 ‘작가의 눈’3호에서 특집으로 조명한 그의 시세계는 한동안 그를 잊고 있었던 많은 문학동료들과 독자들에게 그를 다시 만나는 기쁨을 안겨준다. 그의 진중한 시세계를 조명한 이 특집은 문학평론가 이경수교수(원광대) 박순호교수(원광대)의 꼼꼼한 해석과 분석, 백학기 시인의 대담글, 그리고 유고시와 연보로 짜여졌다.
‘정렬시인에게 있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들여다 본 이경수교수는 많은 시인들이 죽음을 염라대왕과의 만남이라는 전통적인 의인화 수법에 의존했듯이 정렬시인 역시 그 수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지만 그 상상력은 막힘이 없이 활달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죽음은 혼자서 맞이하는 것이라는 절대 고독의 경지를 통해 혈육에 대한 애정과 문학에 대한 열정마저 되돌아보게 한다”고 분석하는 이교수는 구상과 추상의 세계를 동시에 거느리는 그의 시세계는 일면 삶의 현장인 동시에 일면 그것을 초월한 시정신의 세계다고 소개했다.
중학교 시절 처음 시인을 만났다는 박순호교수는 작가론을 통해 빼어난 시세계도 좋았지만 시보다도 더 사람좋았던 사람이 정렬시인이라고 회상하고 있다. 사람좋고 맑은 품성을 고스란히 닮은 그의 유고시를 만나는 즐거움은 더욱 크다.
‘하늘이 푸른 것은 너무 높기 때문이다. 강물이 푸른 것은 너무 깊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높지도 깊지도 못해 항상 탁하고 흐려있다.-사람- ’
‘빗자루’를 비롯한 유고시 여섯편은 짧은 시어속에 진한 서정과 감동을 전한다.
작가회의는 이번 특집에 이어 시인의 유고시집 발간, 시비 건립, 문학적 성과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작가의 눈’ 3호는 정렬시인을 집중탐구한 특집외에도 우리 시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를 가늠케 해주는 창작시들과 수필 동화, 극본, 소설, 서평 등 각 장르의 작품을 담았다. 문단에서 활발항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들의 창작시 속에서 젊은 세대들의 신선한 시편들이 두드러져 보임은 이번호의 수확이다. 작가회의에 끈을 대고 있지 않아도 초대된 몇편의 시들과 함께 20-30대 시인들의 창작시가 소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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