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잊혀진 오래 전의 일, 엿을 파는 엿장수가 있었다. 엿판을 등에메고 가위를 짝 짝 치면 어김없이 동네 어린이들이 모여들었다.
떨어진 신발짝, 구멍 뚫린 냄비등 온갖 폐품이 쏟아지면서 모두 손에는 엿 몇 가락이 쥐어졌고 그것을 먹는 맛이란 천하 일품이었다.
먹거리가 별로 없던 시대에 어린이, 어른 할것 없이 군입정으로는 엿이 안성 맞춤이었다. 엿장수가 걷어간 고물은 종류별로 분류되고 공장에서 원료로 재활과 재 이용되는 순환형 생산체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런데 개발연대 이후 생산과 소비의 고도화는 쓰레기와 폐기물 배출을 대량촉진 시켰다. 소비가 미덕이라 조금만 유행이 지나면 폐품처리 됐고 폐기물의 재생은 필요성이 살아졌다. 엿장수가 없어졌고 엿은 저질 과자에 불과 하였다.
생활 쓰레기는 넘쳐 났고 폐품의 재생은 수지도 맞지 않거니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었다.
이런 속에서 폐기된 가전제품을 수집하는 수집상이 여기저기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큰 냉장고, 텔레비젼, 선풍기 등을 가득 넣고 쌓다 보니, 장소가 좁아서 길거리까지 내어 놓아 보행인에게 폐를 주기까지 한다.
보기는 흉물스럽지만 엿장수 이래의 고물상이고 폐기물을 활용하는 자원순환형적 산업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자원을 재활용하는 세계적인 움직임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선진국은 이미 계분이나 음식찌꺼기의 비료산업, 빈병이나 빈깡통의 재생산업, 폐기된 가전제품의 부품이용산업 등이 국책사업으로 지원되고 성업 중에 있다.
오늘날 우리의 중고차가 해외에서 인기리에 수출되고 있거니와 중고 가전제품이 수리되어 수출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게다가 폐품된 자동차와 가전제품은 재이용 가능한 부품을 분해하여 재사용, 재상품화하고 남은 골체는 압축하여 철의 원료로 매각하면 된다.
이를테면 폐기된 자동차, 가전제품을 재활용하는 순환형 산업은 도시형 광산의 신 광맥을 채굴하는 격이다.
지금까지 동맥산업에서 정맥산업으로의 전환되는 중요한 계기라 할 것이다.
폐품의 재생산업은 환경산업 육성을 위한 법령정비, 재생품의 가격 보호책, 양질의 폐기물을 모으는 수집의 기법 축적 등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한편으로는 폐기물의 재활용으로 정맥산업을 이룩하는 자치행정의 열의가 있어야 한다. 뿐 아니라 폐기물을 적치하고 작업하는 최종처분장을「산업폐기물 재생단지」인 특정지구로 지정하는 정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맥산업은 폐기물을 산업분야의 원료로 사용하고 생활 쓰레기를 감량시키는 순환형 사회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환경관련 연관산업의 하나 이기도 하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
대학 연구소나 기업이 실제로 폐기물을 최종처분장에서 처리하고 재생하는 모델을 만드는등의 사전 학술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자치체와 소비자, 제조업자와 주민의 이해와 협력이 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하다.
나타난 폐품상은 장사의 목적으로 출현되었다. 그러나 폐 부품에는 모타, 동,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의 주요 원료가 분해되고 재생 내지는 재활용되면서 새로운 산업의 후방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정맥산업은 쓰레기를 감량시키면서 환경 컴비나트를 구성시키는 지역재생의 성과가 클 것이다.
/ 장명수 (우석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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