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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박물관과 문화도시

필자는 국립전주박물관장으로 부임한 이래 우리 박물관이 지향하는 수준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를 고민해 왔다. 고민의 끝은 국립전주박물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정신 나간 소리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누구나 주목할 수 있는 아주 뛰어난 소장품도 부족하고 시설이나 부지, 인력과 예산의 규모도 크지 않은 박물관이 어떻게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고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전주와 전북이 가진 문화적 자산이 아주 풍부하고 그것이 품고 있는 가치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반해 세계 최고를 지향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주를 포함하여 전북지역은 일찍부터 문화예술이 발달하고 꽃피운 고장이다. 굵직한 것만 보더라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 유적과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정읍 무성서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판소리 등이 있고 전통한지와 전통 장담그기 문화도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초기철기시대의 정교한 청동기, 출판·인쇄문화, 조선시대 후기의 서예와 그림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하고 폭넓은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특히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왕실의 본향인 전주는 선사시대부터 지역의 중심지로서 기능하며 오랜 시간 쌓여온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와 예술을 품고 있다. 전주시가 다양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역사·문화자원과 전통을 현재에 맞게 변화,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외부인의 시선으로 ‘전주’를 보았을 때 한옥마을, 전주국제영화제 외에 크게 떠오르는 요소가 별로 없는 듯하다. 달리 말하면 수많은 문화자원을 아직 구슬로 만들지도, 그리고 이를 제대로 꿰어 보물로 만들지도 못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우리 지역이 가진 문화자원을 잘 가꾸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가 가진 것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 보겠다는 도전정신이 아닐까 한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스스로를 평가하는 데 매우 인색했다. 하지만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국 문화가 점점 영역을 넓혀가며 세계인으로부터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즉 우리가 가진 것이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향이라 불리는 문화에술의 도시인 전주가 세계적인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지역이 가진 문화자산을 따로따로 떼어놓기보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전통한지와 인쇄·출판문화, 인쇄·출판문화와 판소리를 별개로 보기보다 연결시켜 본다면 훨씬 이야기도 풍부해지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이든 우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우리끼리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최고를 만들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완벽한 마무리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고 쉽지 않은 과정일 테지만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면 세계적인 문화도시 전주가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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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4 18:39

지역사회의 숨은 일꾼, 사회복무요원

우리사회는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2%이며, 2025년에는 20%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심각한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경제활동 인구는 물론 병역자원도 계속 줄어들고 있으나 노인 복지 등 사회서비스 수요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때 사회복무요원 인력을 잘 활용한다면 병역이행 뿐만 아니라 명실공히 사회서비스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무 제도는 1969년부터 시행된 방위병제가 폐지되고, 1995년에 공익근무 제도가 신설되어 운영되다가 2008년 보충역 자원의 사회서비스 분야에서의 우선 활용을 위해 도입되었다. 전북지역에는 총 530여개 기관에서 1,900여명의 사회복무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사회복지 분야는 약 1,410여명으로 74.2%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은 사회복지 분야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노인보호 시설에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고, 특수학교 장애학생 곁에서 1:1 맞춤 지원을 하는 등 숨은 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북지방병무청은 이렇게 어려운 곳에서 성실히 복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이 긍지와 자긍심을 갖고 복무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노력하고 있다. 첫째, 정기적으로 복무기관을 방문하여 소통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및 복무기관장과 소통함으로써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복무경험이 사회생활의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인식시켜 성실히 복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끔 복무기관 담당자로부터 사회복무요원이 직원 한사람 몫을 넉넉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뿌듯하다. 둘째,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자긍심 고취 및 사기진작이다. 모범사례를 적극 발굴하여 언론에 홍보하고, 정기적으로 ‘모범 사회복무요원’과 ‘자랑스런 HERO’를 선발・포상하고 있다. 특히, 사회복무요원의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시범적으로 사회복무요원과 현역병 상호 간 임무 교차체험을 실시하였다. 현역병은 전・후방 곳곳에서 국토수호의 역할을, 사회복무요원은 장애학생을 돌보는 힘든 일을 하고 있음을 서로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셋째, 복무부실 예방 중심의 선제적 관리로 성실복무를 유도하고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못 막는다’ 라는 속담이 있다. 사소한 사건・사고 상황에도 복무지도관이 복무기관을 즉시 방문하여 갈등 상황을 해결하여 사회복무요원들이 복무에 정상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개인적・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전문 청소년상담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상담을 의뢰하여 치유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인력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비스 질이 좋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등을 통해 사회복무요원 직무역량이 향상되어야 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사회복무요원들의 자긍심도 높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도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도 현장에서 묵묵히 복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에게 힘찬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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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7 18:27

꼭 해야만 하는 일, 선생님 끝까지 지키기

초등학생이 교감선생님의 뺨을 때리고, 얼굴에 침을 뱉는 영상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 그리고 대학교 교수인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6명의 담임교사가 학생을 떠나게 되면서 최근에서야 일곱 번째 담임을 맞이하게 된 것에 맞서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학부모가 근무하는 대학교 진입로에 근조화환 200여 개를 배달시킨 사연을 담은 시사프로그램 방영, 바로 우리 전북자치도에서 최근에 발생한 교권 침해 사건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낯설고 충격적인 사건일 수 있지만, 컴퍼스로 담임교사를 찔러 죽이겠다고 달려들다 컴퍼스를 빼앗기자 재차 가위를 들고 위협한 초등학생, 자녀로부터 매 쉬는 시간마다 담임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달받고 매 쉬는 시간마다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해 항의하는 것도 모자라 학교로 찾아가 교장선생님부터 보건교사까지 상담을 강요하는 학부모, 4학년 학부모가 4년간 담임교사 4명을 고소하고, 그 중 1건에 대해서는 CCTV 확인 결과 허위로 고소한 사실이 밝혀져 오히려 무고로 기소된 사건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교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에서는 더 이상 낯설거나 충격적이지 않은 사건이다. 이렇듯 교권 침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지만,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신분을 상실하게 되는 교사들 입장에서는 학부모의 보복성 아동학대 고소로 수사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두려운 반면,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이나 그 학부모에 대한 행정상 제재나 형사처벌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교권 침해 신고 대신 차라리 병가를 내 불편한 상황을 피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권 침해는 담임교사에 대한 비율이 매우 높아 피해를 입은 담임교사가 병가를 선택하면 자연스럽게 담임교사를 대신할 교사를 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학급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교육 붕괴 도미노로 이어진다. 그래서 교권 침해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간헐적인 교육만으로는 교권 침해를 막을 수 없고, 현실적으로도 교권 침해자는 물론, 침해 방법, 시기 등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오히려 예방보다 교권 침해 학생 및 학부모에 대한 신속한 분리와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의 요구는, 보복성 아동학대 고소를 우려한 피해 교원이 교권 침해 신고를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은 고사하고 침해자와 분리조차 할 수 없고, 소위 ‘배째라’는 식으로 처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학부모에게는 의미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에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소년보호사건이나 가정보호사건과 같이 형사사건과 구분하여 학교보호사건으로 처리하여 교사의 신분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보복을 위한 무고성 아동학대를 고소한 학부모에 대한 무고죄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엄히 처벌함으로써 피해 교원이 교권 침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권 침해 학부모의 교권 침해 사실을 공표하거나, 학교 접근 및 연락 금지 등 다양한 제재방안을 마련해 반복적인 교권 침해를 차단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서거석 전북자치도교육감께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교육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교권이 바로 서야 한다. 이를 위해 악성민원으로 인한 명백한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고, 피해 교원과 학생들에 대해 법적․교육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미 있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신속한 조치로 전북자치도 교육이 하루빨리 교권 침해로부터 벗어나 정상화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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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0 17:47

저출생, 지방소멸의 위기와 통합

통합 추진 3개월 만에 서로 등을 돌렸던 대구와 경북이 다시 만나 서울시에 준하는 특별시를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잠시 조용했던 지역간 행정통합 논의들이 다시 활발해지고, 전북 지역에서도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한 움직임이 한층 분주해진 분위기다. 이런 변화된 환경이 갈등의 재현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그간의 국내외 통합사례들은 행정통합이 동전의 양면처럼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통합이 지역문제 해결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하는 통합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해서 지역통합의 추진 자체가 명분을 잃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상적인 통합의 내용은 계획 단계뿐 아니라,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야할 장기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산업문명의 대전환 시기에는 지역통합을 요구하는 절박한 위기가 무엇인지, 거시적 관점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우선하여 집중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밑그림을 둘러싼 논쟁만 지속하다가는 자칫 밀려오는 위험에 휩쓸려 모든 걸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역통합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방소멸의 위기 상황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즉, 통합은 지방이 벼랑 끝에서 선택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방은 인구 유출과 저출생,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 산업과 일자리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그로 인해 의료, 대중교통, 문화시설 같은 생활 인프라가 취약해지고 정주기반이 와해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 경제와 생활 기반의 약화는 결국 국가 경쟁력의 하락이라는 치명적인 결과까지 불러온다. 조사에 의하면 2023년 현재 전 국민의 52%가 지방소멸 위험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지속되면 2047년이면 모든 국민이 소멸 위험 지역에 살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파괴적 상황은 저출생, 수도권 집중 같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직결돼 있어 해결책을 찾기가 녹록지 않다. 작년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인구의 절반이 넘는 51%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통계치가 보여주듯, 지금의 위기는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극복할 수준을 훨씬 넘어서 버렸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지역간 통합과 협력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생산 단위를 긴밀하게 연결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며 창조적 발전을 견인할 시너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6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기술이 가미되면 지리적 통합을 넘어선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통합도 가능해진다. 전북은 14개 시군 중 11곳이 인구감소와 관심 지역으로 분류돼 있는데, 도내 총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사실상 전북 전체가 지방소멸의 위험을 마주하고 있다. 완주군의 경우 다행히도 인구가 늘고 있지만 전북 전체의 현실과 미래를 고려할 때 그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오롯이 전주와 무관한 완주군 지역발전 정책의 효과인지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은 주변 지역이 소멸하면 내 삶의 터전도 붕괴한다는 공동체적 위기의식이 절실한 대전환의 격변기다. 완성형 통합체를 향한 소모적 논쟁의 지속보다는 합리적인 미래형 공간을 창출하는 협의적 행동과 사고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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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3 18:47

책의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

얼마 전 한강 작가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도서・출판계에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후 일주일 만에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40%나 늘었다고 하니 노벨문학상 수상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하게 한다. 또한 비단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한강 신드롬이 일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모습은 한국인으로서 매우 낯설고 놀라운 경험이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나 위상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문화가 가진 힘, 소프트 파워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작년 12월 국립전주박물관에 부임하여 몇 달 동안 지내면서 놀란 점이 있었다. 바로 전주의 도서관이다. 전주에는 다른 도시에서도 운영하는 일반적인 공립도서관 외에 특색을 가진 ‘작은 도서관’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 수가 10여 개에 이르지만 규모도 작고 하니 별로 볼 것이 없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우연히 들른 동문헌책도서관과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을 시작으로 몇 곳을 방문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 만큼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는 걸 느꼈다. 비록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각기 나름의 특색이 있는 매력적인 장소로 꾸며 놓고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다양한 도서관을 갖춘 것을 넘어 운영에도 열심이어서 마치 도장깨기를 하듯 도서관을 모두 방문해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도서관 방문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특징들이 눈에 들어왔고 전주시가 도서관을 운영하는데 아주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전주시가 도서관뿐만 아니라 ‘전주 국제그림책도서전’, ‘전주책쾌’, ‘전주독서대전’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비롯해 ‘생애 첫도서관 이야기’, ‘고전 100권 함께 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우연히 만나게 된 도서관 관계자에게 행정조직으로 ‘도서관본부’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도 들었다. 그러면서 전주시가 왜 이토록 도서관과 책에 진심일까 하는 궁금함이 생겼다. 그 궁금함에 대해 필자가 찾은 나름의 답은 전주가 가진 출판・인쇄문화의 전통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이 10월 1일 개막한 특별전 <서울구경 가자스라, 임을따라 갈까부다-조선의 베스트셀러 한양가와 춘향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주가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출판・인쇄문화의 중심지였음을 알게 되었다. 유학이나 역사, 교육, 의서를 비롯한 한글고전소설 등 전주에서 출판된 다양한 종류의 책을 <완판본>이라 부르는데, 특히 조선후기에는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춘향전> 등을 출판하여 전국에 유통하기도 하였다.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는 그야말로 전주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출판도시’였던 셈이다. 조선후기 전주에서 전국적인 베스트셀러가 출판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인쇄・출판 관련 제반 여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거울삼아 매력적인 이야기로 작품을 만들어낼 우수한 작가가 모이고 양성될 수 있는, 또한 다양한 창작 기회가 제공되는 시스템 구축과 활용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노력은 이미 시작되었다. 전주시가 기획한 도서 관련 행사에서는 전문 작가나 출판인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데, 이는 독자뿐만 아니라 작가 지망생이나 도서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출판인에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새롭게 단장하여 재개관한 완산도서관에는 전문작가나 예비 작가의 창작활동 지원 공간, 글쓰기 및 출판 체험 공간도 갖추어져 있다. 이러한 틀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전주가 도서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어우러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책의 도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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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7 18:01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예비군은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은 로봇공학,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현재와 미래를 의미한다. 이로 인하여 긍정적인 전망은 기술이 진보되어 인류 전체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선전포고 없이 대규모 침공 공격을 감행하며 시작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2022년 양국 간의 전면적으로 번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전쟁의 장기화에 따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모두 예비군이 동원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예비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충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충무훈련은 전시대비계획의 실효성 검증과 시행절차를 숙달하기 위하여 실제 훈련 위주로 실시하는 지역단위 종합훈련이다. 이에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충무훈련을 2024.10.28.(월) ~ 2024.11.1.(금)까지 실시할 예정으로 군사작전 지원을 하기 위한 지정된 병력과 기술인력, 물자동원 등을 실제 동원하여 임무와 역량을 점검한다. 병무청에서는 충무훈련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기에 적정 충원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병력동원 집행을 비롯한 전시 임무 수행 절차 숙달에 전념하고 있다. 또한,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부처로서 국가동원령이 선포되면 평시 업무를 중단하고 병력동원 집행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다양한 적의 공격에 대비하여 신속·정확한 병력동원 준비 태세를 확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병력동원에는 우발 상황의 발생으로 추가적인 동원소요가 필요한 긴급동원과 계획된 정상동원이 있다. 긴급동원은 소집일 4일 전까지 지방병무청에 소요를 제기하면 지방병무청장은 소집일 1일 전까지 소집통지서를 교부하며, 정상동원은 사전 계획에 따라 평시 임무가 고지된 병력자원 대상으로 실시 하는 계획동원이다. 그래서 예비군은 병무청의 병력동원 계획에 따라 정해진 시간 안에 소집부대로 입영을 해야 한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해 군(軍)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저출산 시대에 병력동원 대신 드론과 전투로봇 등 첨단장비들이 그 역할을 대체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첨단장비를 조종하는 것은 병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을 상호 연결할 네트워크 관리와 조작·보완 등을 위해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공지능(AI), 네트워크 전쟁, 자동화, 무인화 등 이런 Key Word에 익숙해지다 보면 미래 군대에는 인간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하여 국방력과 예비전력 강화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병력이 매우 중요하다. 아인슈타인은 “컴퓨터는 믿을 수 없이 빠르고, 정확하며, 멍청하다. 사람은 매우 느리고, 부정확하며, 뛰어나다. 둘이 힘을 합치면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4차 산업시대에도 병력동원 준비태세 강화를 위해 무엇보다 역량을 갖춘 예비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병무청에서는 국가 비상사태 대비에 필요한 병력동원 소요 충원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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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0 18:38

우리의 미래,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노인복지법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매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매년 10월을 경로의 달로 정하고, 노인의 날에는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을 확산하는 행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10월 2일 제28회 노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김관영 도지사는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행복한 세상을 위해 다양한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건강하고 품격 있는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자치도는 2024년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432,191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4.86%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전남, 경북, 강원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전북자치도의 13개 시군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북자치도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에 노인 복지 예산으로 전체 예산의 15.2%에 달하는 1조 4,470억 원을 편성하고, 수요자 맞춤형 정책과 지원 체계 강화를 통해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한 가지 더! 바로 노인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학대피해노인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 미래에 노인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노인학대는 언젠가 피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된다. 그런데 2023년에 전국 37개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노인학대 피해 건수는 21,936건이고, 이 중 학대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7,205건이고,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 6,079건, 시설 679건 순이며, 학대행위자는 배우자 2,830건, 아들 2,080건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통계처럼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할 집과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학대를 받는 노인, 때로는 생명줄과 같은 돈을 빼앗기고 의식주조차 제공받지 못한 상태로 숨죽여 울고 있는 노인이 우리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의 미래를 바꿔야 한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먼저, 청소년 대한 노인인권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청소년에 대한 노인인권교육은 자연스럽게 그 부모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고, 꾸준한 교육은 노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변화시켜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노인학대범죄만을 규율하는 법령이 없고, 기존 형사법은 노인이 사회적ㆍ정신적ㆍ신체적 약자임을 고려하고 있지 않으므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같이 노인학대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와 피해노인에 대한 보호절차, 노인학대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을 명확히 규정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노인을 보호할 필요 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노인학대 신고는 참견이 아니라 도움이라는 국민적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범죄신고는 112, 노인학대 신고는 1577-1389다. 노인학대예방의 날은 매년 6월 15일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학대예방의 날의 취지에 맞는 행사와 홍보를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전북자치도는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노인 존엄을 이루고 전 세대가 다함께 살기 좋은 대한민국 1등 고령친화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해 보며, 때마침 전북자치도와 김관영 지사께서 노인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한 만큼, 노인학대예방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전북자치도의 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를 이용하는 노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행정상․재정상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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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3 17:27

선거도 경합과 협치의 공존이어야

10.16 재보궐선거는 기초자치단체 4곳과 서울시(교육감)에 한정된 선거이지만 현 정국에 대한 민심과 다음 지방선거 판세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호남지역에서는 영광과 곡성군에서 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는데, 전통적인 야당의 텃밭인 만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지난 총선에서 호남지역 정당 득표율 1위를 차지했던 조국혁신당이 과연 다음 지선에서 호남의 독점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는지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북도민의 관심도 높다. 이러다 보니 조국혁신당이 두 곳에서 초접전과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선거 판세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의 미래뿐 아니라 당대표의 사법위기 타개를 위해서도 호남의 지지가 절실한 민주당은 선거전에 전력을 쏟으며 연일 거칠고 날 선 비판 들을 쏟아내고, 이에 맞서는 조국혁신당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사실 호남에서의 이 두 당의 경쟁은 정당 정치 발전이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소이고, 선거 과정에서의 일부 과열된 모습도 선거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강성 당원과 지지자들이 내뱉는 막말과 독설은 도가 지나쳐, 과연 두 정당이 큰 틀에서 시대적 가치를 공유하고 선의의 경쟁 관계를 언제나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러한 공격적 상황은 결코 과열 경쟁이 낳은 우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협치와 공존의 가치가 사라진 적대와 배제의 정치가 어느덧 한국 정치의 모든 부문에서 일상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협치나 통합의 정치는 권력을 손에 쥔 집단만의 숙제가 아니다. 과거 정치사를 보면 오히려 권력 기반이 더 미약한 야권 정치세력에서 연합과 협치를 통해 시대적 과제를 주도하고 성과를 거둔 성공적인 리더십의 예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여러 노동 정당 가운데 약소 집단인 노동자당(PT)을 새로 창당해 대통령에 당선된 브라질의 룰라나 야만적인 차별 속에서 국민통합의 정신으로 남아공에 새로운 국가의 틀을 수립한 만델라 전 대통령의 포용과 권력분점의 정치가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국내의 경우,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연대를 통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 화해의 기틀을 마련한 고 김대중 대통령이 통합정치의 좋은 예다. 최근 발간된 ‘통합정치와 리더십(유재일 저)’이란 책에서 저자는 통합정치를 ‘시대가 당면한 과제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집단 간, 그리고 사회집단과의 협력과 경쟁을 축으로 삼아 합리적 결정을 이루는 정치적 행위와 문화, 제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통합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정치적 이익에 앞서 정치적 공동체라는 차원에서의 공공선을 먼저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갈등과 분열은 협력, 공존, 연대 같은 통합적 방식을 기초로 한 경합과 협치의 정치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합리적 결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올바른 민주적 정치문화와 제도, 리더십 또한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통합정치를 이해하고 보면 협치와 권력분점, 그리고 대화와 대타협을 배제하고 오로지 선거 승리에만 몰두하는 정당에 바람직한 정치를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정치적 자산이 풍족한 정치세력일수록 경합과 협치의 자세는 더 깊이 있게 갖춰져야 할 덕목임이 분명하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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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6 17:49

출판문화의 도시 전주

지난 7월 전주 남부시장에서 독립출판 도서 박람회인 ‘2024 전주책쾌’가 열려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제 막 시작된 행사임에도 이미 전주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은 듯하다. 조선시대에 책을 유통했던 중개상인 ‘책쾌’를 독립출판 도서 박람회로 끌어와 연결한 것은 아주 탁월한 발상이라 생각된다. 사실 조선시대 전기에는 상업용 출판과 유통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의 중앙기관이나 지방의 관아를 중심으로 서책의 출판과 보급이 이루어졌다. 특히 전라감영은 경상감영과 함께 가장 많은 서책을 출판한 곳이기도 하다. 이후 조선 중기 이후 서책 출판의 주체가 확대되고 수요가 늘어나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서 판매를 위한 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서책을 만드는 데는 나무를 다듬어 목판을 만드는 일부터 판각, 인출 등 단계별로 전문기술자가 필요하고, 또한 적합한 종이도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또한 제작된 목판을 보관・관리하는 데도 비용이 수반된다. 일찍부터 전주에서 출판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질 좋은 종이가 생산되고 있었고, 지역의 생산력에 기반한 풍부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 전기부터 전라감영과 전주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출판 기술에 조선 후기 경제력의 성장으로 수요층이 확대되고 상업의 발달이라는 변화가 더해지면서 상업용 출판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전주에서 출판된 책을 완판본이라고 한다. 출판 주체에 따라 전라감영이나 전주부에서 출판한 완영본(完營本)과 전주부본(全州府本), 사찰본(寺刹本), 사간본(私刊本) 그리고 민간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인쇄한 책인 방각본(坊刻本)을 아우르는 말인데, 좁게는 판매용 책인 완판방각본(完板坊刻本)을 이르기도 한다. 방각본은 서울을 중심으로 안성, 대구, 전주에서 주로 제작되었는데, 서울의 경판 다음으로 많은 종의 서적이 전주지역에서 간행된 완판이라고 하니 책의 인쇄・출판에서 전주가 가지는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전주지역에서 제작・유통된 완판방각본은 유학경전, 자녀교육용 도서, 가정 생활백과용 등의 비소설류와 한글고전소설류로 구분된다. 특히 한글고전소설류에는 영웅소설과 함께 지역에서 발달한 판소리 문화가 잘 녹아든 판소리계 소설이 포함되어 있다. 완판본 판소리계 한글소설에서는 해서체로 쓰여진 점, 내용이 이야기하듯 구어체로 쓰여지고 제목에도 적용된 점 등 다른 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특징들이 확인된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올해 하반기 특별전시로 <서울 구경 가자스라, 임을 따라 갈까부다-조선의 베스트셀러 한양가와 춘향전>(10.1.~’24.1.5.)을 개최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이 개최한 한양의 풍경을 담은 한글 노래를 주제로 한 특별전 <서울 구경 가자스라, 한양가>의 순회전시인데, 본래의 전시에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완판본 판소리계 한글소설인 춘향전을 더해 전주의 출판문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당시 사람들의 눈에 비친 수도 한양의 풍요로운 모습과 전주의 출판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지역에서 많이 찾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전시를 둘러보고 완판본문화관, 전주천년한지관 등도 함께 찾아 체험도 하면서 지역에서 자랑할 수 있는 전주의 출판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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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9 16:07

조선왕조실록 보호로 바라본 온고지신의 정보보호 실천

역사의 핵심은 기록이고, 기록은 바로 과거 데이터이다. 우리 역사에서 조선시대를 기록한 대표적인 데이터가 조선왕조실록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긴 단일왕조를 기록한 큰 규모의 역사서이며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은 전주와 인연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보존의 역사를 같이하고 있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에 우리 조상들의 목숨을 바친 항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선조가 전란을 피해 평안도 의주로 피난하는 등 혼란 속의 처참한 현장이었다. 이러한 전란 속에서 조선왕조실록도 많은 문화재와 함께 전쟁의 참화를 비켜 갈 수 없었으며 한양의 춘추관 사고 등 다른 곳은 모두 소실되었다. 천만다행히도 우리의 전주사고 실록만은 온전히 지켜졌다. 하지만 전란의 위기 속에서 전주사고 실록도 신줏단지 모시듯이 한자리에 고이 모셔두고 간수해서 저절로 보존된 것은 아니다. 역사 기록물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읍지역 선비 손홍록, 안의를 비롯한 여러 백성들이 혼신을 다해 우리 기록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한양까지 왜군 수중으로 들어가자 두 유생은 1,300여 권 60궤짝이 넘는 조선왕조실록 등을 내장산으로 옮긴 후 안전하게 보존하는 일에 앞장섰다. 이때 옮기지 않았다면 정유재란 당시 전주성 함락과 함께 여지없이 불타버렸을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지혜로운 노력으로 임진왜란이 끝난 후까지 무사히 보존되어 오늘날 세계에 자랑스러운 기록문화 유산으로 남아있다. 조선왕조실록을 현대에 비추어 보면 바로 한자로 기록된 국가 데이터이다. 외부 침략자 왜군들의 위협으로부터 실록을 무사히 보존했듯이 국민의 소중한 병역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병무청도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보호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병무청은 ‘사이버안전센터’를 10년 전부터 운영하며 범국가적으로 관계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고 있다. 또한 보안 전문인력이 통합관제시스템을 활용하여 병무행정시스템에 대한 실시간 보안관제를 365일 연중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 병역의무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병역자료를 분산 보관함은 물론이고, 각종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대용량 로그분석 시스템과 개인정보의 노출이나 유출 방지를 위한 통합 감시시스템, 개인정보 접근통제시스템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노후화된 보안 관제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지능형 보안관제 및 대응체계를 운영하는 등 최신 보안 위협에 선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 체계 고도화를 지속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 정보보호를 위해 해킹에 대한 모의훈련, 악성코드 이메일 대응 절차 숙달 등의 활동을 하며, 일상 속의 정보보호가 실천되도록 각종 이벤트 행사 등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보안활동으로 지난 5년간 7,000여 외부 사이버 공격을 받았으나 해킹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병무청은 선조들의 투철한 역사의식과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이어받아 끊임없이 공격해오는 악의적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소중한 병역자료를 보호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병역을 성실하게 이행한 우리 국민의 자료가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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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2 16:57

민주주의로 포장된 악성민원 해결에 이만한 꿀조합은 없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특정인에 대한 욕설과 비방이 대부분인 행정심판을 3년간 1만여 건 청구한 전북자치도민을 형사고소 하면서, 등기우편료와 반송료로 7,200여만 원의 세금이 낭비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악성민원 때문에 ‘철밥통’이라는 말로 부러움을 샀던 공무원은 이제 ‘찬밥통’ 취급을 받게 됐고, 많은 공무원들이 국민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악성민원에 우리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악성민원인은 2,874명에 달하고, 행정안전부는 해마다 4~5만 건의 악성민원이 제기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설문 결과에 대해 많은 사례를 들 필요도 없이 ‘포트홀 보수공사를 해 교통정체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하루 50건이 넘는 민원 전화에 시달린 끝에 ‘힘들다’는 글을 남기고 스스로 삶을 마감한 ‘김포시 공무원 자살 사건’만 보더라도 공무원이 직면한 현실을 알 수 있다. 혹자의 말처럼 민원이 국민의 권리이고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악성민원으로 공무원이 계속 떠나면 민주주의는 병들게 되고, 국민은 힘들게 된다. 그러니 불치병이 되기 전에 병든 민주주의를 치료해야 한다. 악성민원으로 병든 민주주의를 치료하기 위해, 먼저 기관장의 악성민원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악성민원은 상습․반복적 민원 제기, 폭언․폭행, 신상 털기, 과도한 정보공개청구 등이 있는데, 어느 수준의 민원이 악성이고 정당한 것인지를 기관장이 신속하게 판단하고 대응수준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2년에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을 개정해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인 등의 폭언ㆍ폭행,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반복 민원 등으로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원 처리 담당자의 신체적ㆍ정신적 피해의 예방 및 치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으나, 위반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만큼 위반 시 형사처벌과 같은 제재규정을 마련해 기관장이 적극적으로 악성민원에 대응하게 해야 한다. 또한 악성민원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민원전담공무원, 법률전문가, 주민 등을 위원으로 구성하고, 주 1회 이상 위원회를 개최하여 민원을 경청하고 그 과정을 전부 녹화하여 민원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악성민원을 이어가는 민원인에게는 행정절차법 제40조의3에서 정하고 있는 위반사실 등의 공표 절차 등을 통해 녹화 영상을 공개하는 등의 심리적 강제로 악성민원을 스스로 중단케 해야 한다. 끝으로 악성민원인에게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다만, 행정절차법 제54조에서는 ‘행정절차에 드는 비용은 행정청이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악성민원인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직 악성민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없어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병든 민주주의가 곪아 터지기 전에 신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한편, 행정심판법 제32조의2에서 ‘위원회는 심판청구서에 타인을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청구내용을 특정할 수 없고 그 흠을 보정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32조제1항에 따른 보정요구 없이 그 심판청구를 각하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행정심판청구권의 남용을 규제하고 있는 만큼, 이 경우에 한해서 만이라도 민사소송법 제98조와 같이 패소한 당사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속히 마련하면 앞서 제시한 사례와 같은 문제는 신속히 해결될 수 있으니, 쉬운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현명함을 정부와 국회에 간절히 부탁해 본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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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8 18:20

기후소송과 시민이 만드는 변화-헌재 결정이 정부∙시민 모두에게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지난주 헌법재판소가 아시아 첫 기후소송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탄소중립기본법 위헌소송에서 일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제8조 1항에 대해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수립되지 않아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는 결정인데, 이번 재판은 단순한 법리적 판단을 넘어 여러모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헌재는 정부의 대응이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적시하며 현 정부의 기후위기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며 국제사회는 탈탄소 전환을 더 가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며 도리어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것에 대한 일침이다. 실제로 현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관련 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비율은 기존의 14.5%에서 11.4%로, 재생에너지 비율도 30.2%에서 21.6%로 되려 축소됐다. 반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국제감축과 CCUS를 통한 감축 목표치는 높아졌으며 온실가스 감축 부담도 다음 정부에 크게 떠넘기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어리숙한 정책의 결과로 우리 미래 먹거리의 근간이 되어야 할 재생에너지 기술과 시장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태양광의 경우, 2019년 국내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던 국산 셀이 지금은 해외 기업에 거의 잠식당한 상태이다. 풍력산업의 현황도 열악해 두산중공업이 10MW 터빈을 개발 중인 가운데, 최근 중국은 이미 20MW급 풍력 터빈으로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한편, 이번 판결의 가장 고무적인 의미는 시민과 미래세대의 역할과 인식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번 소송은 청소년 기후소송, 시민 기후소송, 아기 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4건을 병합해 심리한 재판이었다. 힘들게 지속해 온 시민과 청소년의 문제 제기와 요구가 한국의 답답한 기후정책에 변화의 계기를 열어 준 것이다. 아울러 문제해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시민 스스로 마주한 현실의 장벽을 극복하려 노력해야 함을 이번 소송을 통해 깨닫게 된다. 실제 정책 오류와 별개로, 지역에는 여전히 이격거리 규제, 주민 수용성 문제, 농촌형/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거부감 등과 같이 지역 주민 주도로 풀어야 할 재생에너지 관련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 시민에게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영역이 많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농형 태양광 문제를 들 수 있다. 전북지역 농촌은 이미 인구 고령화, 농업 인구와 경작지 감소, 농업 생산성 하락 등으로 인해 지역소멸 현상이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함으로써 농지를 보존하고 농가 소득을 높여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농촌으로의 젊은 층 유입 효과도 얻게 된다. 이는 이미 해외에서 충분히 증명된 지역발전 모델이기도 하다. 실례로 최근 중부 유럽지역의 영농형 태양광 잠재량을 실증 조사한 결과, 효율적인 작물 선택에 따라 농업 생산량이 16%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생산도 3배로 느는 걸로 나타났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빠른 생각의 전환과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이번 헌재의 결정이 정부뿐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적극적인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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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1 15:38

전주가 지켜낸 위대한 보물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주는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의 고조부가 영흥으로 근거지를 옮기기 전까지 그의 조상들이 대대로 살았던 조선왕실의 본향이다. 조선 개국 후 왕실의 본향으로서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과 실록을 보관하기 위한 사고(史庫)의 설치를 들 수 있다. 조선은 고려와는 달리 오직 개국조인 태조의 어진만을 단독으로 모시는 별도의 진전을 마련하였다. 진전은 당시 주요 도시였던 경주와 평양, 태조가 태어나고 이후 정치적 터를 닦았던 영흥과 개경, 그리고 왕실의 본향인 전주에 세워졌다. 전주에는 전주부의 요청에 따라 1410년 경기전을 세우고 경주 집경전에 모셔진 어진을 모사하여 봉안하였다. 또한 1439년 조선왕조의 주요 기록물인 실록을 보관할 사고가 전주에도 설치되었다. 조선 초 사고는 충주 한 곳에만 설치되었는데, 위험을 분산하고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도성 내 춘추관과 전주, 성주에 추가로 설치하고 실록을 각기 1부씩 보관하였다. 각지에 세워진 진전과 사고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전란을 거치면서 모셔진 어진, 실록과 함께 불타 사라지는 피해를 보았다. 태조어진은 영흥의 준원전과 전주의 경기전에 모셔진 어진만이 마지막까지 보전되었고, 지금은 1872년 새로 옮겨 그린 경기전의 어진만이 온전하게 남아있다. 실록은 임진왜란 당시 모두 불타 사라지고 전주사고본만 피해를 면하였다. 이후 전주사고본을 원본으로 삼아 새로 출판하여 춘추관과 강화도 마니산, 봉화 태백산, 평창 오대산, 영변 묘향산에 사고를 마련하여 봉안하였다. 이때 전주사고에 봉안되어 있던 원본은 마니산 사고에 보관하였다. 병자호란 뒤 마니산 사고를 정족산으로, 묘향산 사고는 무주 적상산으로 옮겼다. 일제강점기에 정족산과 태백산 사고에 보관되어 있던 실록은 조선총독부와 경성제국대학을 거쳐 광복 후에는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었고, 태백산사고본은 1984년 다시 부산의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였다. 오대산사고본은 동경제국대학으로 반출되었다가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대부분 불타 없어졌고, 남아있던 일부가 2006년 국내로 반환되었다. 적상산사고본은 구황궁 장서각으로 이관되었다가 6.25 전쟁 당시 북한이 가져간 것으로 전한다. 태조어진과 조선왕조실록의 보전 과정에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전주에 보관되어 있던 어진과 실록만이 어지러운 전란의 와중에도 온전히 지켜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조선왕실의 본향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이를 지키고자 한 지역민과 관리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힘들게 지켜낸 태조어진과 조선왕조실록은 일찍이 국보로 지정되었고, 특히 조선왕조실록은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과 높은 신뢰성, 역사적 가치 등을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처럼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뛰어난 보물을 지켜낸 저력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우리 지역에는 전통문화의 고장답게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유산이 남아있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를 제대로 이어가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일찍부터 문화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곳이기에, 또한 태조어진과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냈던 저력이 있기에 지역의 문화자산을 훌륭하게 계승할 뿐만 아니라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시키리라 기대하게 된다. 국립전주박물관도 맡겨진 역할을 다하며 힘을 보태 기여하고자 한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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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5 16:28

국민을 향한 적극행정

장마가 끝나고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며 국민의 건강이 우려되는 시기이다. 매일 같이 울리는 폭염경보 안전안내문자는 이러한 기후 위기 속에서 우리의 안전을 챙겨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안전안내문자는 재난 상황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될 때 정부나 지자체에서 국민에게 관련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적극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적극행정이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발휘하여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극행정은 ‘불편’에 대한 새로운 문제인식과 관심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정부는 공직자들의 일하는 방식과 생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병무청은 적극행정이 조직 내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적극행정위원회’를 운영하여 현안을 심의하고 있으며, ‘적극행정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실천 노력을 보상하고 있다. 또한 매년 우수사례 경진대회 열어 우수 공무원을 선발하고 특별승급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공무원이 적극행정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전 컨설팅을 제공하고, 자체 감사 면책 제도를 마련하여 공무원들이 안심하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북지방병무청은 이러한 적극행정을 지원하는 환경을 바탕으로 ‘적극행정 살피소팀’이라는 특별한 회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국민의 불편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1차 회의에서는 실무자들이 업무현장에서 접하는 문제들을 논의하고 고객인 국민의 시각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한다. 2차 회의에서는 전문성이 있고 경험이 풍부한 부서장들이 참여하여 최종 개선방안과 민원 해결방법을 도출한다. ‘적극행정 살피소팀’의 중요성은 실제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한 예로, 병역판정검사를 받지 않은 한 병역의무자가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담당 공무원은 해당 의무자와 연락이 닿지 않자 그의 주소지로 직접 찾아가 그와 그의 가족을 만났다. 담당 공무원은 가족과의 면담을 통해 그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현재 장애등록이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북지방병무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시 적극행정 살피소팀 회의를 열었고, 부서장 및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대 의무자를 위한 최선의 해결방안을 도출했다. 이후 담당 공무원은 의무자 가정을 여러 차례 방문해 필요한 절차를 안내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장애등록 과정을 지원했다. 그 결과, 해당 의무자는 자칫 병역법 위반자가 될 뻔한 상황을 피하고 자신의 신체상태에 맞는 병역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징병제를 시행하는 우리나라에서 병무행정의 중심에는 항상 국민이 있다. 병무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어려움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단순히 정책을 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과의 신뢰를 구축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 우리는 그것을 ‘적극행정’이라 부른다. 전북지방병무청은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적극행정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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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8 16:35

사기에 대한 정의롭고 바람직한 결론, ‘몸으로 때워라!’

사기범을 변호하다 보면 “그래도 징역만 살고 나오면 연봉이 수억 원이라 괜찮아요”라는 취지의 말을 듣곤 한다. 사기범 입장에서는 사기를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징역형’이라는 다소 불편한 재판결과에 대해 의뢰인이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포함해 누구라도 모방범죄나 재범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기범의 무책임한 말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끝을 알 수 없는 사기범죄는 현재도 진행 중이고, 그 종류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피해자가 아니어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누가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변제의사 없이 돈을 빌리는 ‘차용금 사기’, 갭 투자를 빙자한 ‘깡통 전세 사기’, 원금을 보장하고 높은 수익금을 준다고 속여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다른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돌려막기 사기’ 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범죄가 활개치고 있다. 심지어 범죄수법이 알려지면 새로운 수법으로 진화해 또 누군가는 계속 속이고 누군가는 속아 넘어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불안의 연속이다. 국가통계포털의 2024년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더라도, 전국의 사기범죄율은 1분기 약 28.3%(총 범죄 37만8908건 중 사기 10만7222건), 2분기 약 32.3%(총 범죄 40만4072 중 사기 13만651건), 전북자치도의 사기범죄율은 1분기 약 30.1%(총 범죄 1만2004건 중 사기 3618건), 2분기 약 28.6%(총 범죄 1만2873건 중 사기 3687건)로 독보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OECD 사기범죄율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북자치도에서는 95명의 사회초년생에게 약 37억 원의 피해를 입힌 익산 원룸 보증금 사기 사건을 비롯해 600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발생한 완주 아파트 전세사기, 전주 전통시장발 수백억 원대 대부업 사기 등 누구라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생활밀착형 초대형 사기 범죄가 다수 발생하여 많은 전북자치도민을 큰 슬픔에 빠지게 했었는데, 특히 ‘전주 전통시장발 대부업 사기’로 약 20억 원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돕는 과정에서 ‘모악산 정상에 올라 발끝 절벽만 바라보고 있다’는 피해자의 연락을 받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이렇듯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주요 원인은, 피해자가 사기범과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 증거를 남기지 않고, 고소를 미루다 보니 수사 단계에서부터 혐의를 밝히기 어렵고, 기소가 되더라도 선고형이 낮아서 편취한 재산을 차명으로 빼돌려 두고 소위 ‘몸으로 때우면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 번 더 확인하고, 증거를 남겨 사기를 대비하고, 수사기관은 신속히 수사하여 기소하고, 법원은 피해자나 일반인이 수긍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범행에 대한 결심을 주저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의롭고 바람직한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것 말고 더 통쾌한 방법은 없을까?! 사기를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기범에게 선고하는 형과 별도로 피해 변제의 완납을 조건으로 한 노역장유치를 명하고, 일을 시켜 그 일당을 국가가 피해자에게 대신 지급하여 피해를 변제함으로써 사기범에게는 사기가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특별예방을, 피해자에게는 인과응보의 치유를, 일반인에게는 형벌의 무서움을 알리는 일반예방을 해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도시일용노임(보통 인부 기준 16만5545원)을 일당으로 하면 1억 변제에 약 3년이 걸리고, 빼돌린 재산으로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결국, 노역장 유치 대신 빼돌린 재산으로 피해를 변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기대해 본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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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1 17:19

또 하나의 기회, 전북은?

용인시에 들어설 세계 최대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할 인프라 준비가 미비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력 소비가 큰 반도체 산업은 RE 100 규제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없는 반도체 생산 단지란 사실상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LNG 발전으로 수요를 일부 충당하고 나머지는 서남해권에서 생산될 재생에너지 전력을 200km 이상 끌고 오는 송전선 연결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 역시 수조원대의 건설비용과 송전망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가스발전은 RE 100에 포함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이라도 반도체 클러스터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분산할 것을 주장한다. 반도체 지역 분산론은 실제로 RE 100 반도체 산업의 발전, 탄소중립의 실현, 지역소멸 문제의 해결이라는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책으로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새만금지역을 재생에너지 메카로 육성해 RE 100 산업단지, 그린 모빌리티, 재생에너지 신산업 선도지역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전북으로선 반가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전북 정치권 일각에서 이런 가능성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관심을 쏟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과는 별개로 막상 전북의 현실은 이를 기회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북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윤정부의 반 재생에너지 정서와 맞물려 정체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현재 새만금 태양광과 풍력 사업은 각종 수사에 휘말리며 거의 답보상태이고, 새만금 개발청마저도 재생에너지에 소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아울러 10여 간의 표류 끝에 2020년 재추진되기 시작한 2.5GW급 대규모 발전 용량의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도 여전히 시범사업 단계이고 계통 문제 역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한전이 호남권을 ‘계통관리 변전소’로 지정해 2031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추가 접속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가뜩이나 태양광 계통 연계 지연 수준이 여타 지역보다 높은 전북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도 이번 제한 조치가 신규 변전소를 건설할 해상풍력 발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산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린 만큼, 해상풍력의 개발 속도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풍력 사업자는 공사계획 인가까지 최소 68개월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최대 10개 관련 부처의 29개 법률에 따른 인허가를 직접 받아야 한다.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 또한 민간 사업자의 몫이다. 이러한 절차상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외국의 경우처럼 계획입지선정과 원스톱샵 제도 등을 통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의 실현성을 높이는 입법 작업이 국회에서 계속 논의 중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는 흐름에 발맞춰 전북에서도 군산시가 초기 입지와 타당성 조사를 먼저 수행하는 공공주도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반가운 마음이다. 여기에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해 기획하려는 진일보한 구상도 함께 담겨있다. 부디 이런 시도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성공 모델로 확산돼 전북의 RE 100 산단에도 삼성과 SK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임성진 전주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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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4 17:42

지역과 함께 하는 국립박물관

요즘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감이 매우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방소멸 문제는 급격히 낮아진 출산율로 인한 인구감소와 함께 수도권 집중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나 지방에서 청년층의 이탈이 심각하다고 한다. 가속화되는 청년층의 지역 이탈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좋은 직장에 이어 문화시설이 부족한 점을 그다음으로 꼽고 있다. 문화향유 기회가 거주지를 결정하는데 주요 고려 요소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문화기반시설 또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지방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향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문화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래전부터 지방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노력하여 역사적인 고도와 지방 거점도시 13곳에 국립박물관을 확충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해당 지역에서 핵심 문화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오고 있지만, 지역 내 소도시에까지 촘촘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러한 지역 간 문화향유 격차를 해소할 여러 방안을 고민하던 끝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과감한 사업을 계획하였다. 바로 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익히 알려진 국보,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소규모 전시를 꾸려, 지방 소도시의 공립박물관과 협력해 전시를 개최하는 방안이다. 사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중요한 전시품을 상대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 선뜻 내어놓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국립박물관이 지역 간 문화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데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진 전시가 바로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이다. 신라금관, 농경문청동기, 상형토기, 조선백자, 고려청자를 주제로 한 6개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 기획과 전시장 조성은 물론 연계 교육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국립지방박물관이 대상기관 선정, 전시품 운송과 설치 및 관리를 담당한다. 전시가 열리는 공립박물관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풍성하게 준비했다. 이렇게 중앙과 지방, 국립과 공립박물관이 함께 힘을 모아 준비한 전시는 상·하반기 각기 6곳, 모두 전국 12곳의 공립박물관에서 열린다. 우리 지역에서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순백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조선백자> 전시가 6월 18일 개막해 8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백자 달항아리를 비롯해 국보로 지정된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백자발 등을 선보이고 있다. 소규모 전시지만 조선백자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예년 같은 기간 대비 3배 가까이 많은 관람객이 찾을 만큼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하니, 지역의 문화향유에 대한 갈증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든다. 하반기에는 경주 금관총에서 나온 신라의 화려한 금관과 금제허리띠, 그리고 ‘이사지왕尒斯智王’이 새겨진 칼을 소개하는 <금관총 금관, 그리고 이사지왕> 전시가 장수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처음 시도해 본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가 새로운 발상과 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부족한 점도 있을 터이나 첫 도전에 호응이 좋아 용기도 얻고 보람도 느낀다. 앞으로도 국립박물관은 지방의 공립박물관과 협력하며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찾아갈 것이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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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8 15:06

병역판정검사, 청년 건강 관리의 시작!

우리나라 자살률이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2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6명)의 2배 이상을 웃돌면서 OECD국가 1위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10년 내 자살률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 중 한가지로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2년마다 실시하고, 내년부터 건강보험을 활용해 청년의 첫 진료비를 지원하는 등 청년을 구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이런 정책은 병무청이 추진하는 병무정책과 무관하지가 않다. 병무청에서는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청년 건강 지킴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반드시 받아야 하는 병역판정검사는 병리검사 항목을 확대하여 간검사, 혈구검사 등 기본검사만도 35종 57개 항목에 다다른다. 또한, ’17년부터 건강검진결과서에 세부 검사항목별 검사목적, 결과에 대한 임상적 의미 및 개인별 상세 질병 건강정보를 기재하여 제공하고 있다. 병역판정검사는 병역의무자에 대한 신체등급판정 차원을 넘어서 포괄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생애 첫 건강검진의 기회로 발전한 것이다. 특히,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과 연계하여 정신건강서비스 지원을 강화하였다. ’20년부터 보건복지부와 협업하여 병역판정검사 결과 정신과 4·5·6·7급 판정자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신속한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본인이 원하는 경우 병무청 임상심리사가 병역의무자의 상태를 가족들이 잘 이해하도록 상담을 시행하고 전문가적 입장에서 설명함으로써 적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심리상담 지원을 확대하였다. 또한, 기존에 선별적으로 실시하던 5종 마약류 검사에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2종의 마약류를 추가하여 7월 10일부터 입영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종합검진 수준의 병역판정검사로 청년들의 건강 문제를 조기 발견·관리함으로써 청년들의 건강증진을 지원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전북병무청은 청년 건강 증진은 물론 청년들의 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전주대자인 병원과 업무 협약을 통해 ’16년 7월부터 무료치료 지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초기에는 무료치료 대상과 질병과목이 경제적 사유로 치료중단 및 치료를 거부하는 경제적 약자와 정신과 질환이었다. 모든 병역의무자 및 전과목 질환으로 대상을 넓히기 위해 협약병원 확대 노력을 한 결과 ’24년 3월 예수병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병역문제 해결에 끝나지 않고 청년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지역 병원과의 협업이 이루어 낸 결과이다. ’23년까지 무료치료 혜택을 받은 인원은 110명에 그쳤으나 협약병원 확대로 보다 많은 병역의무자가 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거라 기대해본다. 청년은 미래를 이끌어갈 주체로, 청년의 성장과 도약은 국가 경쟁력 강화와 사회 전반의 활력 제고를 위한 핵심 요소이며, 청년이 안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의 선제적·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전북병무청장으로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미래의 주역인 청년세대에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 청장 △김성준 청장은 제38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임용된 뒤 국방부 기획관리관·인사복지실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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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1 15:12

전북특별자치도 소년들이여 “보이즈 비 앰비셔스!”

최근 아주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이성윤 의원(전북 전주 을)이 전주가정법원 설치를 위한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는 것이다. 전주가정법원 설치 법안은 2021년도에 전북지방변호사회(당시 회장 홍요셉 변호사)가 안호영 의원과 함께 처음으로 대표발의 했으나, 제21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넘지 못해 좌절된 아픔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정재규 전주지방법원장은 물론, 전북특별자치도민 모두가 가정법원 설치 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한 목소리로 내고 있는 만큼, 꼭 통과될 것으로 기대된다. 혹자는 ‘법안이 통과되어 전주가정법원이 설치되면 도대체 뭐가 좋아지는 것이냐’고 묻는데, 이혼, 가정폭력, 소년범, 성년후견 등 우리 도민의 가정과 그 구성원의 미래를 책임질 맞춤형 시설과 전문성을 갖춘 전담인력이 확충됨에 따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건 수와 매년 있는 인사이동으로 심도 있는 재판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없었던 단점이 전담법관 증원을 통해 개선될 것이고, 또한 오랜 기간 당사자들만 알 수 있게 축적된 가족 관계와 경험, 심리를 조사하고 상담하고 분석할 전문인력 배치를 통해 지속적인 전북특별자치도민 맞춤형 전문 가사법률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전북특별자치도민들을 위해 전주가정법원이 신속히 설치되어야 한다. 한편, 전주가정법원 설치와 함께 우리 전북특별자치도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소년분류심사원이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법원 소년부의 임시조치 처분에 따라 위탁된 소년(19세 미만인 자)을 수용․보호하면서 소년의 비행성을 진단한 분류심사 결과를 법원에 심리자료로 제공하고 인성교육에 활용하도록 하는 기관으로,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을 제외하면 주로 각 지역에 설치된 소년원에서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전주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임시조치 된 전북특별자치도의 위탁소년들은 광주소년원으로 보내지고 있다. 이는 법무부에서 전북특별자치도 모르게 임시조치 된 위탁소년 수가 적어 필요한 인력과 예산 대비 그 운영이 비효율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2013년에 전주소년원의 위탁기능을 광주소년원으로 이양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11년 넘게 전북특별자치도의 위탁소년들은 전주지방법원에서 광주 소년원까지 약 200km를 오가며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소년을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그 수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북특별자치도의 소년들을 광주로 보내는 것은 가족 접견권은 물론 헌법에서 보장하는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교정을 위한 조치를 통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소년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무엇보다 소년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소년보호사건의 관할이 소년의 행위지, 거주지 또는 현재지인 만큼 그 처우 또한 소년과 그 가족을 중심에 두고 위 관할에 따라야 할 것이지, 법무부의 편의로 정할 것은 아니다. 이에 전북특별자치도는 법무부가 더 이상 숫자로 전북특별자치도 위탁소년의 복지를 논하지 못하도록 한 번 더 큰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법무부는 전북특별자치도민의 법무부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전북특별자치도의 소년도 대한민국 모든 소년과 같이 헌법과 법의 울타리 안에서 건전하게 성장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전주소년원으로의 업무 이양과 시설 확충을 진행주길 당부한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박형윤 변호사는 대한민국 국회 입법지원단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북판례연구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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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14 15:31

6차 산업혁명 시대의 통합을 고민하자

지방자치 민선 8기도 어느덧 임기의 후반부에 접어든 가운데, 전북이 전주·완주 통합 문제로 또다시 시끄럽다. 그 와중에 2년 후 치러질 지방선거에서의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더해져 찬반 진영 간의 입장 차이는 갈수록 접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정치적 잇속 챙기기와 말 바꾸기 등 과거 통합을 놓고 벌어졌던 모습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 도민의 냉소적 분위기만 커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 냉철하게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고 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통합 논의는 결코 전주·완주에 국한되어서 다루어지거나, 찬반 진영의 세 규합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역간 통합 논의는 사실 전주·완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현재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그리고 충청지방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근본적으로 지역이 수도권에 맞먹는 거대 정치경제 체제를 설정함으로써, 지역 내 산업을 상호 연결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제적 효과와 생산성을 높이고 행정적 비효율성도 낮추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각 지자체가 개별적으로는 해결이 어려워진 극심한 지역 불균형과 지역소멸 문제에 함께 대응하려는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타지역의 초광역화 움직임은 전북이 특별자치도라는 지위를 활용해 자체적인 발전 프로그램을 막 시작하려는 현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행정적 측면에서 특별자치도라는 변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경제적으로도 더 큰 규모의 시장과 자본력을 가진 외부의 경제 블록이 전북을 에워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근거로 전주·완주 통합, 그리고 때마침 이슈가 되고 있는 새만금 특별자치단체까지 모든 걸 당장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타지역의 통합 사례를 돌아볼 때 통합 그 자체가 자동적으로 발전을 가져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 전북을 둘러싼 외적 상황은 과거의 소지역주의적 접근방식이 아닌, 급격한 시대변화에 따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통합의 내용과 형식, 그리고 규모에 대한 고민을 요구한다. 전북이 경쟁에서 살아남고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흩어진 산업과 기술을 촘촘하게 연결해 조절하고 혁신의 효과를 촉진해 공유하는, 새로운 차원의 시스템 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기존의 공간적, 지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통합에 대한 유연하고 혁신적인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이 6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영토의 덫”에 갇히지 않는 미래형 네트워크 통합 모델을 전북이 선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통합의 효과로 얻어지는 이익 또한 광역과 기초, 그리고 구성원 모두에게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내용과 절차가 설계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이와 관련해 지역간, 그리고 주민 간 투명하고 민주적인 논의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협업적 거버넌스의 구축도 필요하다. 두 지역이 하나의 뿌리에 근거하고 있다는 역사적 사실은 분명 통합에 대한 설득력과 가능성을 높여준다. 하지만 통합의 논의가 과거 역사로부터 근거를 찾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통합된 미래 비전은 그만큼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북형 통합의 정체성은 미래를 향한 합의된 비전을 찾는 데서 얻어져야 하며 이러한 작업은 전문가뿐 아니라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임성진 교수는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기후행동연구소 이사장·전북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며 전북일보 제11기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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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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