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의 리더십 없이 바람직한 정치적 성과는 어려워
10.16 재보궐선거는 기초자치단체 4곳과 서울시(교육감)에 한정된 선거이지만 현 정국에 대한 민심과 다음 지방선거 판세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호남지역에서는 영광과 곡성군에서 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는데, 전통적인 야당의 텃밭인 만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지난 총선에서 호남지역 정당 득표율 1위를 차지했던 조국혁신당이 과연 다음 지선에서 호남의 독점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는지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북도민의 관심도 높다. 이러다 보니 조국혁신당이 두 곳에서 초접전과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선거 판세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의 미래뿐 아니라 당대표의 사법위기 타개를 위해서도 호남의 지지가 절실한 민주당은 선거전에 전력을 쏟으며 연일 거칠고 날 선 비판 들을 쏟아내고, 이에 맞서는 조국혁신당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사실 호남에서의 이 두 당의 경쟁은 정당 정치 발전이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소이고, 선거 과정에서의 일부 과열된 모습도 선거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강성 당원과 지지자들이 내뱉는 막말과 독설은 도가 지나쳐, 과연 두 정당이 큰 틀에서 시대적 가치를 공유하고 선의의 경쟁 관계를 언제나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러한 공격적 상황은 결코 과열 경쟁이 낳은 우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협치와 공존의 가치가 사라진 적대와 배제의 정치가 어느덧 한국 정치의 모든 부문에서 일상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협치나 통합의 정치는 권력을 손에 쥔 집단만의 숙제가 아니다. 과거 정치사를 보면 오히려 권력 기반이 더 미약한 야권 정치세력에서 연합과 협치를 통해 시대적 과제를 주도하고 성과를 거둔 성공적인 리더십의 예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여러 노동 정당 가운데 약소 집단인 노동자당(PT)을 새로 창당해 대통령에 당선된 브라질의 룰라나 야만적인 차별 속에서 국민통합의 정신으로 남아공에 새로운 국가의 틀을 수립한 만델라 전 대통령의 포용과 권력분점의 정치가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국내의 경우,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연대를 통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 화해의 기틀을 마련한 고 김대중 대통령이 통합정치의 좋은 예다.
최근 발간된 ‘통합정치와 리더십(유재일 저)’이란 책에서 저자는 통합정치를 ‘시대가 당면한 과제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집단 간, 그리고 사회집단과의 협력과 경쟁을 축으로 삼아 합리적 결정을 이루는 정치적 행위와 문화, 제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통합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정치적 이익에 앞서 정치적 공동체라는 차원에서의 공공선을 먼저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갈등과 분열은 협력, 공존, 연대 같은 통합적 방식을 기초로 한 경합과 협치의 정치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합리적 결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올바른 민주적 정치문화와 제도, 리더십 또한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통합정치를 이해하고 보면 협치와 권력분점, 그리고 대화와 대타협을 배제하고 오로지 선거 승리에만 몰두하는 정당에 바람직한 정치를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정치적 자산이 풍족한 정치세력일수록 경합과 협치의 자세는 더 깊이 있게 갖춰져야 할 덕목임이 분명하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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