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와 반민주 그리고 독재와 반독재시대로 규정되는 대결정치시대도 끝났다. 지금은 세계를 향한 무한경쟁시대만 있을 뿐이다. 3김시대도 김대중대통령의 남은 임기 만료로 마무리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재보선 패배후 김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로 촉발된 여권 당내 개혁과 쇄신도 내홍을 거듭하면서 가닥히 잡혀 오는 4월 20일 대권과 당권후보를 선출키로 했다.
야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당내 민주화 바람이 여권에서 먼저 일어났다. 변화와 개혁은 분명 시대적 당위이다. 정치권이건 다른 분야건 간에 변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가 없다. 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가 우리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매김 된 이후 3차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지역할거주의 망국병을 우리는 지독하게 경험했다.
우리 나라 대통령은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 정치의 중심에 우뚝서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장차관 임면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주요정책결정과 국가예산 배분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권한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특히 그간 집권당 총재직까지 겸하고 있어 청와대가 정치의 중심에 서서 국회를 통법부 정도로 전락시켰다. 민주정치의 장은 분명 국회가 중심이 되는 것이 원칙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무소불위에 해당한다 해서 제왕적 대통령제(Imperial Presidency)라고 비판 받아왔다.
우리 정치는 많은 변화와 개혁을 요구 받고 있다. 그럼에도 IMF 위기를 거치면서 당리당략에 따라 정치권은 이전투구만 벌여왔다. 금모으기 운동으로 상징되는 IMF 고통을 고스란히 감수하며 국가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국민들 눈에 싸움질만 일삼는 정치권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국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정권욕만을 채우려는 정치권을 국민들이 이제 토사구팽시켜 버릴 기세이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이제 냉소를 넘어 허무주의에 가까울 정도다.극도의 정치불신에 희망을 잃고 있다.
중앙정치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풀뿌리민주주의라 일컫는 지방자치제가 이땅에 부활된지가 10년이 넘었지만 중앙정치의 못된 점만 닮아 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정서에 편승해 함량미달 인사까지 지방의회에 진출하다보니 당초 의도와 달리 관선때보다 못하다는 말까지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아직도 중앙집권적 요소를 다분히 안고 있는 제도적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적구성에 문제가 많다.
중앙정치와 마찬가지로 지방의원들에 대한 공천권을 그간 위원장이 독식하고 있는 마당에 줄서기 정치는 계속될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상향식 공천이란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 않던가.실로 지방 정치권까지 오염될 대로 오염되면서 국민들이 기대할 수 있는 정치가 근본부터 흔들릴 수 밖에 없게 됐다.
우리 말에 알아야 면장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지방의회도 지역살림을 도맡고 있기 때문에 상당 수준의 전문가가 요구된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이 들어갈 틈새가 없고 오직 지역 정서에 입각해 위원장에게만 충성심을 보이면 진입이 용이하기 때문에 지방의회도 오늘의 국회처럼 제 역할을 못한 원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인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권자가 나서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 밖에 없다. 이제 한풀이도 끝났다. 더이상 과거에 얽메여 가장 이성적인 선택행위에 속한 선거를 망칠 수는 없다. 뽑아 놓고 후회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도덕성에 흠결있는 사람은 안될 것이고 그간 임기 동안 거수기 노릇만 안 사람은 더더욱 안될 말이다.유급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고 지방의회 진출을 노리는 입지자들이 더 많아졌다고 들린다.
여기에는 돈 써서 공천 받아 입신양명의 길을 바라는 과거 회귀형 사람들도 눈에 띈다. 누가 진정으로 지역 살림꾼이 될 것인가를 유권자가 냉철하게 판단해서 선택하는 길 밖에 없다.
공은 유권자에게 넘겨진 만큼 선진 정치문화정착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졸부들만은 정치권에 발을 못붙이도록 해야 한다.
/ 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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