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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영화로 읽는 한 편의 외국 스테디셀러

 

 

1916년 무성 영화 '달타냥'(D'Artagnan)이후 '삼총사'는 할리우드 모험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프랑스 소설가 뒤마 페르가 1844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리슐리외 추기경의 음모로부터 앤 왕비를 구해내기 위해 나선 삼총사와 촌뜨기 달타냥의 모험을 담은 고전 명작.

 

이후 '아이언마스크''달타냥의 모험''머스킷티어' 등 수십 편의 속편 격인 영화가 만들어졌다. 또 '브라질론 자작(철가면)'(1848) '몽테크리스토 백작'(1844∼1845) 등 그의 상당수 작품들이 영화로 제작됐다.

 

나다니엘 호돈의 장편소설 '주홍글씨'(1850)는 1995년 롤랑 조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데미 무어·게리 올드만·로버트 듀발 등이 열연해 같은 이름으로 영화화 됐다.

 

스토리 전개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원작 소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동물적인 본능으로 성직자 딤즈데일과 은밀한 사랑의 열정을 사르는 데미무어의 관능 연기는 절정을 이룬다.

 

감동적인 소설 작품이 영화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처럼 많은 소설들이 영화로 변했다. 문학과 영화를 비교해가며 책으로 접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나는 일은 꽤 흥미롭다.

 

하지만 아쉽게도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를 찾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지금도 서점 한 쪽에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동성애, 마약중독, 갱과 폭력, 노조파업 등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허상에 가려진 오염된 미국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브룩크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울리 에델·1989).

 

브룩클린 부두에서 실제로 노동자 생활을 했던 허버트 셀비 주니어가 1964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소설이 출간되자마자 외설 논쟁에 휘말리며 미 전역을 휩쓸었던 것처럼 영화도 폭풍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허버트 셀비 주니어는 영화 '레퀴엠'(대런 아로노프스키·2000)을 통해서 미국사회의 마약 복용, 혼음파티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소련의 침공으로 체코의 인간적 사회주의를 주창하는 두브체크 정권이 무너지게 된 1968년을 배경으로 한 '프라하의 봄'(필립 카우프만·1988)은 체코출신의 프랑스 망명작가 밀란 쿤데라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어느 체제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한 자유주의자의 정체성에 관한 얘기가 시적으로 그리고 약간은 에로틱하게 표현됐다.

 

중년들의 '애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문제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클린트 이스트우드·1995)는 미국 작가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불륜이긴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의 원숙한 연기는 중년의 사랑에 낭만을 느끼게 할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장미의 이름'(장 자크·1989)은 움베르토 에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에 대한 처단이 과연 신의 뜻인가 인간의 잣대인가를 묻고 있다.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미묘한 긴장감을 영화에서 잘살려내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지만 산만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중세의 수사로 출연한 숀 코너리의 연기는 이러한 단점들을 다소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크리스천 슬레이터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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