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가 주목한 예술과 영화의 공존, 그 심오한 영화 세계의 선두에 서있는 거장.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기획한 자신의 회고전을 통해 영화 통념을 깨는 신선한 충격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프랑스 출신의 영화아티스트, 장 끌로드 루소(58)가 신작을 들고 찾아왔다.
그가 올해 지프에 내놓은 3개의 작품 중에는 지난해 전주에서 머문 동안 제작했던 17분짜리 '소나기가 오기 직전'이란 작품이 포함돼 있다. '소나기가…' 는 루소가 전주전통문화센터 인근 지붕에 테라스(천막)가 쳐진 매운탕집을 우연히 지나치다 촬영장소로 택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모습을 고정된 카메라를 통해 여과없이 담아낸 작품이다.
당초 영화 제작 계획이 없었지만 공간과 그 공간에서 전개되는 지속적 시간 개념을 중시했던 루소는 전주천변의 풍경을 그냥 놓치지 않았다. 영화제 사무국에서 빌린 카메라와 공테이프만으로 시나리오 없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나머지 두 작품, '사소한 재미'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서도 이같은 루소의 영화 철학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고정된 카메라에서 발산한 이미지는 한컷의 스틸 사진이나 정물화·풍경화 같은 정적 미술 장르 처럼 보여진다. 클로즈 업과 같은 촬영기법은 사용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이미지 개입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 안에 시간이 존재한다. 그래서 멈춰버린 듯한 이미지는 조금씩 미동(?)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의도된 것 처럼 영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작품의 의도성은 배격하는 대신 지속적인 시간이 개입할 수 있는 '정확한 구도 잡기'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영화 요소다.
촬영기법으로 원 씬-원 컷(One Scene-One Cut)이나 롱테이크(Long Take)를 주로 사용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특히 지프와의 인연은 프랑스 마르세이유로 '불똥'이 튀었다.
프랑스 영화 예술의 거장이 올해 만든 두 편의 신작이 모두 지프를 통해 첫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루소는 마르세이유 영화제측에서 이 때문에 서운함을 내비쳤다는 얘기도 전했다.
그는 27일 자신의 작품이 상영된 전북대 건지아트홀을 찾아 관객들과의 대화에 나섰고, 지난 26일에는 지프가 마련한 '영화보다 낯선'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하는 등 지프에서 만난 게스트 중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영화보다 낯선' 그의 작품들은 29일 오후 2시 전북대 건지아트홀에서 또 만날 수 있다.
1946년 파리 출생인 장 끌로드 루소는 법학을 전공했으며, 뉴욕으로 건너가 아방가르드 시네마를 접하고 아티스트로 활동해왔다. 그는 지난 83년 첫 데뷔작으로 45분짜리 중편 '창가에서 편지 읽는 소녀'를 제작했으며, 95년 작품 '갇힌 골짜기'가 99년 벨포트영화제에서 최고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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