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자정. 전주영화제의 특별한 아이콘 '불면의 밤' 첫 순서인 '컬트의 밤'은 6백8명의 관객이 초대됐다. 25일 오전 6시 3분까지 장장 3백63분 동안 밤의 기운을 허락한 이들은 5백여명. 졸면서 혹은 뜬눈으로 밤을 지샌 이들은 올해도 기이하고도 예외적인 전주영화제만의 문화를 생산했다. '불면은 밤'은 자정부터 새벽까지 계속 영화를 상영하는 섹션. 이제 30일 '금기의 밤'과 1일 '몽환의 밤'이 영화 키드들을 유혹한다.
행위예술가 막셀리의 전위 작품 '막셀리 라이브 퍼포먼스'(감독 막셀리 안투네즈 로카·스페인)가 '금기의 밤' 문을 열다. 사운드·애니메이션·행위라는 매체와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충돌시켜 고정관념을 흔들며 성적 에너지와 폭력성을 드러낸다. 올해 '불면∼' 중 가장 궁금증을 일으켰던, '야수'(감독 발레리안 보로브츠크)도 기대되는 시간.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25년간 상영 금지됐던 이 영화는 전주에서 다시 한번 노약자·임산부·청소년·심장이 약한 사람 등의 출입을 금했다.
1일 '몽환의 밤'은 10편의 영화가 4시간 21분 동안 불면을 이끈다. 15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걸린 체코 애니메이션 '핌파룸'(감독 아우렐 클임트·브리스타 포스피실로바)과 체코 지리바르타 감독이 선사하는 8편의 단편들. 몽환적 현실,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발견되는 몽환이다. 사회적 모럴의 이름으로 금기시된 영역을 폭로하거나 방문케 하는 영화들과 무의식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체코애니메이션 영화들은 잠들지 않는 전주와 숨가쁜 영화 키드들을 만나며 일상성으로부터 일탈하는 축제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한다. 전주국제영화제의 밤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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