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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듭시다. 네, 드시죠

본시 우리에게는 술 마시는 자리에서 여럿이 동시에 잔을 쳐들고 소리치는 그런 풍습은 없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손윗분들 앞에서 술잔을 쳐들어 그것을 쨍하고 부딪친다든지, 또는 마주보고 맞술을 마시는 행위 따위는 애시당초 우리의 주법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서구풍의 영향으로 공적이나 사적인 자리에서도 술잔을 부딪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고, 이 때마다 외치는 언사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한때는 ‘브라보(bravo)’란 외국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브라보란 원래 ‘잘한다, 좋다, 신난다.’라는 뜻을 가진 이태리어이다.

 

브라보가 외국어임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좀 경박하다고 느꼈음인지 최근 정부 주관의 공식 연회를 비롯하여 일반인들의 점잖은 자리에서는 “건배합시다. 건배!”라는 말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 같다.

 

‘건배(乾杯)’란 글자 그대로 잔을 말린다. 잔을 비운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쓰는 ‘간빼이’ 혹은 ‘간빠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말이다. 따라서 이 건배란 말은 1960년대 이전에 나온 국어사전(한글학회편이나 문세영편)은 물론, 최근 북한에서 펴낸 ‘조선어 사전’에도 수록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위하여’라는 말이 등장하여 위세를 떨치고 있으나 이 말은 본시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란 군사 용어로서 시작된 것이, 군인들이 제조한 폭탄주와 더불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널리 퍼지게 된 것 같다.

 

그 밖에도 ‘곤드레·만드레’, ‘지화자·좋다’, ‘얼씨구·절씨구’ 등이 후보에 올랐으나 요즘엔 시들해진 것 같다. 그러고보면 우리 전통의 우리식대로 그저 “듭시다·드십시오”하고 점잖게 권하면 “네, 드시죠”정도로 화답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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