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꿈의 사회)에 진입한 세계 1호 국가다” 미래학의 대부로 불리는 짐 데이토(73) 하와이대학 미래전략센터 소장이 얼마전 한국을 방문해 한 말이다.
한국은 '한류'(韓流)라는 이미지를 창출했고 이미지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아챈 최초의 국가라는 것이다.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지정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상품으로 포장해 수출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래문제 연구집단인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장을 지낸 롤프 예센은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인터넷에는 경계가 없다.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는 끝나고 정보사회 다음엔 '드림 소사이어티'시대가 펼쳐진다"고 단언했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꿈과 이미지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이다. 이전엔 노동과 자본, 지식과 정보가 생산수단이었지만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상상력과 이미지가 생산자원이다. 이야기(story)와 신화, 전설은 모두 원재료가 된다.
주몽 설화를 상상력으로 극화한 드라마 '주몽', 일본 가고시마현의 창조설화를 영상화하고 놀이공원을 조성해 자원화하고 있는 '신화(神話)마을 공원' 등도 '드림 소사이어티'를 이해하는 좋은 예다. 반딧불을 소재로 옛 추억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해 부가가치를 높인 무주반딧불축제 이벤트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
요컨대 경제의 주력 엔진이 '정보'에서 '이미지'로 넘어가고 상상력과 창조성이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과 자치단체, 국가가 새겨야 할 흐름이다.
얼마전 강신장 삼성경제연구소 상무이사가 전북경제포럼에 참석해 ‘전북만의 가치컨셉, 전북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훈수한 것도 그런 일환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만 탓할 게 아니라 이런 흐름을 읽고 대응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상상력의 힘을 전 세계에 과시한 중동 두바이 예 처럼 기업 뿐 아니라 이젠 자치단체도 세계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이야기, 즉 비전을 만들어야 할 때다.
특히 새만금과 군산해양자원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는 전북으로선 '드림 소사이어티'는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트랜드다.
이를테면 고군산의 해양자원은 과거식의 트랜드로 접근하면 바다와 그 가운에 점점이 박힌 섬일 뿐이다. 하지만 낙조와 낙조를 배경으로 한 연인들의 사랑 고백 랜드마크, 섬과 섬 사람 이야기를 원재료 삼아 상상력과 이미지로 접근한다면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전략산업, 혁신도시, 기업도시는 물론이고 각 지역의 여러 자원들도 어떻게 하면 전북만의 독창적인 가치컨셉을 반영시킬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롤프 예센의 지적 처럼 미래의 전쟁은 '콘텐츠 전쟁'이다. 헌데 상상력이 생산력이자 경쟁력인 시대에 정부는 정부만의 잣대로 지역의 상상력과 독창성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상상력의 나래를 펴기도 전에 간섭할 것부터 찾고 나서는 판이니 새만금과 군산해양자원 구상도 용을 그리려다 지렁이를 그릴 공산이 크다.
지역의 창의성이 극대화되도록 정부는 지역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한류’라는 이미지가 돈이 되도록 지원한 것처럼.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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