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는 시비와 선악을 판단할 줄 안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또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고 행복과 길운을 가져오는 신수(神獸)로 여겨진다. IMF시절 우리에게 친숙한 해태를 브랜드 명으로 써온 해태그룹이 해체위기를 맞으면서 해태의 상표값이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 이때 측정된 상표값은 무려 1조원이었다. 소비자 인지도와 품질만족도 등이 축적된 가치일 것이다.
유명 브랜드 제품은 시장진입에 유리하고 일반제품보다 10∼30% 높은 가격을 받는 게 통설이다. 스포츠 스타나 유명 연예인의 '몸값'도 결국 제품의 브랜드 가치가 반영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들도 이젠 제품의 브랜드 처럼 가격이 매겨질 날이 머지 않았다. 전북도가 오는 7월 정기인사 때부터 5급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에게는 '퇴출제'를, 하위직은 ‘실적가점제’를 추진키로 했다.
실적가점은 평균 0.3점에서 3점까지 주되, 법적 최대가점인 5점까지도 반영한다는 것이다. 실적가점 3점을 받으면 상위 5명 정도는 가볍게 제칠 수 있고, 당장 승진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니 기업식 인사파괴를 방불케 한다.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시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런 퇴출과 우대시스템이 제도적으로 도입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무능 태만 공무원을 퇴출시키지 않으면 시민들이 나를 퇴출시킬 것”이라고 한 박맹우 울산시장의 말은 상징적이다. 공무원들도 이젠 자기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고, 자기 브랜드가치를 창출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관행 운운하며 그야말로 옛날식 마인드에 젖어있다면 미래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대부인 피터 드러커는 이미 1960년대에 지금과 같은 지식사회의 도래를 예견하고 “지식이란 일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 개발· 혁신시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이 정의대로라면 학식을 많이 쌓았다고 해서 지식인이 아니다. 일하는 방법을 개선하고 혁신시키면 자장면 배달원이든 청소부든 누구나 지식인이다. 반면 20년째 색바랜 누런 노트로 강의한다면 아무리 박사학위를 갖고 있을 망정 지식인이 아니다. 지식사회에서 요구되는 것은 살아있는 지식, 현장속의 지식이다.
보통근로자는 근무연수에 의존하며 ‘평생직장’에 매달리지만 지식근로자는 자신의 브랜드가치를 창출하는데 전념하면서 '평생고용'을 생각한다. 보통근로자는 구조조정에 무기력할 수 밖에 없지만 지식근로자는 어느 직장에서든 ‘몸값’을 인정받는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똑같은 게 아니다. 일하는 방법을 개선하고 창의적인 일처리를 한다면 지식공무원이다. 기업유치, 혁신, 창안, 예산 확보 및 절감, 친절도, 신규사업 발굴, 정책개발, 민원처리 등의 업무가 모두 이에 해당된다.
퇴출, 실적가산 장치를 두려할 게 아니다. 제품의 브랜드가치 처럼 자기 몸값을 높여야 한다. 그 첩경은 공무원 스스로가 지식공무원이 되는 길이다. ‘나는 보통공무원인가, 아니면 지식공무원인가’ 측정해 보시길 바란다.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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