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경제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걸핏하면 단골로 난도질 당한 대표적인 사례가 청주공항이었다. 이용객이 적어 누적적자가 수백억에 이른다는 식의 지적을 수도 없이 해댔다.
하지만 지금 청주공항을 도마에 올리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저렴한 공항이용료 책정 등 특화된 전략 때문에 벤치마킹의 모델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애물단지가 이젠 성공사례로 역전돼 있다.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 2002년 63만명이던 것이 2003년에는 76만명, 2004년에는 82만명으로 늘더니 이젠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180인승 비행기도 300인승으로 확대해야 할 판이다.
청주공항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 단적인 사례다. 아울러 사회간접자본은 당장의 투자비나 이용객만으로 경제성을 재단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노무현 대통령도 인정한 바 있다. 호남고속철도의 경제성을 문제삼는 무리들을 향해 “경제성만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고 일갈한 것이 그것이다.
하세월 착공이 보류된 김제공항을 보면 안타깝다. ‘항공수요와 경제적 타당성을 재검토, 착공시기를 조정하라’는 감사원의 의견제시(2003년 2월) 때문에 비상은 커녕 한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추진동력을 굴려야 할 지역의 정치인들 마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의견이 엇갈려 있으니 더욱 가관이다. 강봉균의원은 군산공항을 리모델링해 쓰자는 입장이고, 최규성의원은 국제선이면 몰라도 국내선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헌데 정부는 김제공항 예산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말라는 투다. "지역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면 검토해 보겠다"는 정도가 가장 우호적인 수사다. 그나마 전북출신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언급이다. 실은 “의견도 모으지 못하면서 예산은 무슨 예산이냐"는 힐난일 것이다.
최근엔 혁신도시와 태권도공원, 기업도시와 기업유치 등 전북의 항공수요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조기착공이 시급한 이유다. 청주공항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김제보다 경제성이 낮은 곳도 앞서가는 판 아닌가.
항공서비스는 지역발전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민편익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이나 바이어 유치, 신선도가 생명인 생산물품의 유통에 필수적이다. 바이어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공항 여부이고 혁신도시 입주기관들이 제일 먼저 관심을 보인 분야도 교통이었다.
하지만 전북이 처해 있는 현실은 처량하다. 전국 10대 광역권중 전주·군장권만 공항이 없다. 수도권에서 3시간 거리 밖에 있는 도시중 공항이 없는 도청소재지 역시 전북이 유일하다. 그만큼 전북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보면 틀림 없을 것이다.
의견 통일도 못한다는 핀잔에다, 공항이 없는 유일한 도청 소재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고 있으니 여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정치리더들의 책임이 크다.
국회의원 숫자는 적지만 지난 4년간 국회의장과 여당의 의장, 정책위 의장, 예결위원장 등 화려한 감투의 주인공을 배출한 곳이 전북이다. 그런데 공항 문제 하나 해결치 못하고 있다. 그러고도 지역을 위해 일했다고 자부할텐가.
/이경재(전북일보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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