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요즘 TV 개그프로에서 또 뜨고 있다. KBS 폭소클럽 ‘어르신 뉴스’의 전기자가 바로 그다. 이 프로에는 노기자(노무현 대통령) 김기자(김대중 전 대통령)가 함께 출연하지만 그는 항상 앵커가 말을 가로막아 그저 ‘본인은…’ 한마디 하는것으로 역을 끝내고 만다. 어깨에 힘주면서 거드름 피우는 것만으로도 그는 불랙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인다. 시청자들은 전기자가 앵커의 제지를 받을때마다 입맛을 쩍쩍 다시는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전씨가 뜨는 또다른 사연은 영화 ‘화려한 휴가’와 그의 고향 합천군에서 시비가 분분한 ‘일해공원’ 명칭 사용때문이다. 5·18광주민주항쟁의 진실이 담긴 영화 ‘화려한 휴가’는 전씨가 10·26사태 이후 정권을 찬탈하는 과정과 5·18이라는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객들은 관람후 새삼 당시 전씨의 역할을 떠올리며 분노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다고 한다.
일해공원 명칭 시비도 그렇다.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쿠데타의 주역인 그의 호를 군민공원에 버젓이 붙인다는 것이 국민감정에 부합될수 있을까? 시민단체들이 절대 불가를 외치며 군당국과 대립하고 있고 군민들의 찬반의견도 팽팽히 맞서 있다니 결과를 지켜 볼 일이다.
이쯤에서 전씨가 집권중 치적의 하나로 내세울만한 88고속도로를 거론하지 않을수 없다. 이 고속도로는 광주민주항쟁으로 상처입은 광주의 민심을 아우르고 동서화합을 도모한다는 뜻에서 광주∼대구간을 연결하는 동맥으로 개통한 도로다. 그러나 의미있는 발상을 제대로 뒷받침하진 못했다.
급히 서두르다 보니 지형이나 산세를 충분히 감안하지 못해 도로 곳곳이 굴곡이 심하고 급경사 구간이 너무 많다. 더구나 콩크리트 포장에다가 2차선에 불과하다. 중앙분리대도 없어 국도만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고속도로에서 자연히 사교율도 높을수밖에. 그것도 났다하면 대형사고에 치사율도 전국 도로중 최고다. 그러니 ‘죽음의 도로’라 불리우는 이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의 입이 조용할리 없다. 불평 불만의 중심에 항상 ‘전두환’ 석자가 따라 붙는것도 그래서 당연하다.
88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영·호남 7개 시군 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이 4차선 확장을 요구하고 인명사고에 대한 방치책임을 물어 국가인권위에 제소하는 사태에까지 이른게 이 도로의 현 주소다. 그러나 정부의 답변은 간단하다. 예산부족으로 당장 손을 못댄다는 것이다.
그래서 묻는 말이다. 요즘 유쾌하지 못한 일로 다시 뜨는 전씨가 혹시 추징을 피해 숨겨둔 돈(국민들도 대부분 그렇게 알고있는)이 있다면 ‘29만원’만 빼고 통크게 이 도로 공사에 내놓을 의향은 없으신지.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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