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4연전을 거두고 있다. 특히 주목을 끌었던 광주·전남과 부산·경남에서도 정후보는 손학규·이해찬 후보를 제치고 선두를 자리를 고수했다. 경선 초반부터 예상은 돼 왔지만 그의 선전(善戰)이 새삼 놀랍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정동영 대세론’은 남은 경선 과정에서도 힘을 얻어 선거인단의 표심을 얻는데 높은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치러진 민주신당의 경선 과정이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속의 국민참여 경선이라는 당초 취지에 부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우선 투표율이 너무 저조하다. 네 곳 모두 투표율은 20%를 겨우 채우거나 못채운 곳이 태반이다. 당 지도부가 아름다운 경선을 다짐하며 흥행 효과까지 노렸지만 유권자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당초 취지가 퇴색하고 말았다.
후보들간 과열 경쟁이 빚어낸 진흙탕싸움도 국민들의 이맛살을 찌프리게 한다. 특히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합류한 손학규후보의 태도는 도를 넘었다. 두번째 경선에서도 선두를 정후보에게 뺏기자 그의 참모들은 조직·동원·계파선거와 당권 밀거래설까지 들먹이며 재를 뿌렸다. 그는 아에 선거대책본부를 해체하고 TV정책토론과 합동연설회 불참까지 선언했다. 한나라당에서 경합을 벌이다가 세불리하니까 뛰쳐 나온 그다. 그런 그가 또다시 신당에서도 분란을 심화시킨다면 당과 당원들로부터 외면받을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얄팎한 처신은 정치지도자로서의 품위상실이다.
이해찬 후보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후한 점수를 받기에는 모자라는 대목이 곳곳에 눈에 띤다. 부산·경남에서의 약진이 좌절되자 지엽말단의 사소한 착오를 꼬투리 잡아 시비를 이어가는 모습이 보기에 딱하다. 물론 조직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선거인단 명의도용 사태까지 일으킨 정후보측의 과오 또한 작지 않다. 지금 경선 중단사태까지 우려되는 최대 쟁점의 중심에 그가 있고 이는 결국 그의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어떤 선거든 경쟁이 과열되다 보면 예기치 않은 파열음과 부작용도 따르기 마련이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도 그런 사례는 충분히 목격됐다. 그 치열했던 경선 결과 내연(內燃)은 수면아래 스며들고 ‘아름다운 승복’이 관전들의 박수를 받는 모습을 상대 당은 연출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더 이상 후보간 볼썽 사나운 싸움은 그만 둬야 한다. 이제 와서 판을 깬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는 커녕 유권자들의 질책과 상대 당의 조롱을 감당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앞으로 남은 경선을 예정대로 진행하되 지름까지 불거렸던 불미스런 사례는 깨끗이 정리하라. 그래야 흔들리는 지지층의 신뢰를 한 오라기라도 붙잡을수있다.
/김승일(언론인, 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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