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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의정비심의회는 뭘 심의했나 - 이경재

이경재(전북일보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지방의원 의정비 자진 삭감하라” “재심의하라” “의정비 인상률 전국 최고”

 

지방의원 연봉이나 마찬가지인 의정비가 폭발적 인상률로 결과되자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 역시 제대로 자립도 못하는 처지에 자기 봉급만 올리는 ‘도둑 심보’라고 흰눈을 들이대고 있다.

 

비정규직 취업인구가 60%에 이르고 서민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인데도 의정비를 전년대비 평균 45%나 인상시켜 놓고 자기들 배만 불리니, 지방의원 보는 눈이 곱지 않다. 허나 민성이 하늘을 찌르는데도 의회는 꿈쩍 않고 있다. 시일이 지나면 금새 잊혀질 일이라는 것처럼.

 

‘의정비 폭발적 인상 사태’는 많은 제도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중의 하나가 심의회 기능이다.

 

다 아는 것처럼 의정비는 의정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거나, 이를 위한 보조활동에 드는 비용이다. 주민 소득수준과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 물가상승률 및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 등을 고려해 책정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금액을 결정할 때에는 적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심의회를 구성해야 하고, 공청회와 의견조사 등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심의회가 이런 기준과 절차를 밟아 충실히 활동했다면 지금처럼 불신이 극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전년비 98% 인상’(무주)이 나올 수도 없고 또 무주와 완주 군의원의 연봉이 전주시의원보다 많게 책정될 리도 없었을 것이다. 심의위원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방의원을 탓하기 전에 심의위원들이 과연 제대로 된 심의를 했는지가 비판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보는 까닭이다.

 

또 하나는 심의위원 구성의 문제다. 위원 10명중 5명은 집행부가, 나머지 5명은 의회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팔이 안으로 굽듯 의회 추천 인사들이 의정비를 깎자거나 너무 과다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테면 도의원 의정비심의회의 경우 김영기(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배종순(경제인협회전북지회장) 마목년(전주MBC 기자) 최낙준(전북지방변호사회) 전형원(군산대 교수·이상 도 추천) 신환철(전북대 교수) 신영길(정읍상의 소장) 김학수(전북지방변호사회) 송기택(전라일보 부장) 조금숙(전북여성단체협의회장)씨가 그들인데 김영기씨가 부실한 의정활동실적 등을 들어 ‘감액’을, 마목년씨가 의정비 책정기준을 들어 ‘4,200만원 이하’를 강력히 주장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도나 시군 의정비 심의위원 모두 제대로 된 심의기능을 할 의지가 없으면 사퇴해야 마땅하고, 그렇지 않다면 들러리 섰다는 비판은 받지 않도록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의회의 심의위원 추천권도 제3의 기관이나 단체로 대체시키는 게 옳고, 심의위원 명단과 발언내용 공개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몇년 후면 지방의원 연봉은 억대에 이를지도 모른다.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해결 못하는 어려운 살림살이에서, 일반 근로자의 절반도 일을 안하는 지방의원 연봉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17배, 공무원 임금인상률의 7배나 된다면 분명 자치단체 망할 징조일 것이다.

 

/이경재(전북일보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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