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풀 끝에 앉은 새 몸이라”는 말이 있다. 안정된 처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 “눈 먼 말타고 벼랑을 간다”는 말도 있다. 매우 위태롭다는 뜻이다. 2007년 겨울의 선택이 꼭 그런 꼴이다.
이번 대선은 여러가지로 희한하다. 이념도, 정책도, 지역주의도 맥을 못추고 네거티브 일색이다. 여나 야나 경선이나 본선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선거를 찌증스럽게 바라보는 국민이 많은듯 하다. 관심도 적고 오히려 ‘대선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지난 10년간 살을 찌운 진보진영과 그동안 굶주린 보수진영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지 않을까 싶다. 결국 정치권은 출렁거리고 서민들은 덤으로 죽을 상이 될 것이다. 엊그제 국회를 통과한 BBK특검이 그걸 예고한다. 삼성 특검까지 겹쳐 더욱 그럴 것이다. 특히 선거 막판을 달군 이명박 후보의 2000년 광운대 특강 동양상 발언은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분명히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어쨌든 세월은 흐르고 우리의 민주주의는 굴러갈 것이다.
오늘 우리가 선택해야 할 대통령 자리는 녹록한 자리가 아니다. 능력과 도덕성, 권력욕 중 최소한 두 가지는 갖춰야 하고 하늘의 운까지 따라야 가능하다. 그런 조건을 갖추고도 물러날 때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오죽했으면 G.워싱턴이 “대통령이 되는 데는 사형대로 끌려가는 죄인의 기분과 다름없는 느낌”이라고 했을까. 출사표를 던진 12명의 후보들은 과연 그런 생각을 하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랴. 국민된 도리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을.
사실 대통령은 선택 전과 후가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런 예를 미국 대통령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파탄에 이른 미국 경제를 뉴딜정책으로 회생시킨 인물이다.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이다. 그런 그도 후보시절 별 볼일 없이 취급되었다. ‘여론(Public Opinion)’이란 책으로 유명한 월터 리프만은 그의 칼럼에서 “그저 유쾌한 사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충분한 자격도 없이 퍽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또 체스터 아서는 뉴욕세관장 재직시 공금을 속여 쫒겨난 적이 있다. 그리고 부통령이 되었을 때 축하회에서 인디애나에서 표를 매수했던 경험을 자랑삼아 떠들다 조롱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전임 대통령이 암살돼 대통령직을 승계하자 나쁜 인식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빌 클린턴이나 현 조지 부시 대통령 역시 병역, 마약, 여자, 돈 등 문제 투성이였다.
선거와 관련, 영국수상 처칠의 얘기는 재미 있다. “나는 14번 선거에 출마해서 싸웠는데 한번의 선거는 서람의 목숨을 한달씩 감수시킨다. 짧은 생애동안 힘든 말싸움으로 14개월을 헛되이 보냈다고 생각하니 정말 우울해진다.” 전쟁 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처칠이지만 선거만은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다. 또 A.링컨은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고 했고 J.F.케네디는 “투표는 일방의 총성을 울리지 않고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싸우는 후보들 못지않게 선택하는 국민이 더 괴롭다. 그러나 미국 속담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악한 정치가는 투표하지 않는 선량한 시민에 의해 선출된다.” 모두 투표에 참여할 일이다.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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