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경험이나 지혜를 말 할때 흔히 인용되는 고사(故事)가 노마지지(老馬之智)다. 중국 춘추시대 제(薺)나라 환공(桓公)이 군사를 이끌고 이웃나라 정벌에 나섰다가 갑자기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다. 그러자 환공을 수행한 관중(管仲)이 이럴때는 ‘노마지지’를 빌려야 한다면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간 결과 길을 되찾았다고 한다. 비록 늙고 힘 빠진 말이지만 오랜세월 전쟁터를 누비며 쌓은 경험과 지혜가 군사들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아무리 나이 들어 뒷전에 물러나 있는 노인들이지만 그들의 지혜나 경험은 가정이나 사회생활에 유용하게 쓰일수 있다. 그러나 지식 정보화 시대라는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설사 그들이 지혜나 경험을 활용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기회도, 자리도 별로 없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이태백’이니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면서 60넘어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국보급’이라는 비아냥(?)이 들리는 세상이니 어쩌랴.
하지만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노령화시대다.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도 출산률 급감과 노령인구의 급증으로 2019년이면 노령인구가 14%에 이르는 고령사회에 진입 할 것이라는게 통계청 추산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입속도는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 일본보다도 최고 6배나 빨라 2026년이면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촌에서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졌다거나 도시에서 초등학교 입학생수가 해마다 감소한다는 따위 넋두리는 이미 진부한 뉴스에 속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중요한것은 노인들이 ‘얼마만큼 더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보람되게 사느냐’가 당면 핵심 과제가 아닐수 없다. 생물학적 활동능력과는 상관없이 사회 전반에 일상화되고 있는 조기퇴직 여파나 젊은 세대와의 대화상실은 노인세대의 소외와 상실감을 한층 부추기고 있다. 물론 나이와 상관없이 잘나가는 노인들이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는 이들이 아니라 기회를 잡지 못하거나 도는 그럴 능력이 없는 소외계층을 어떻게 다독거려 나가느냐에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받는 냉대나 스트레스를 풀어줄만한 마땅한 위안거리나 문화적 프로그램마저 흡족하지 못하다. 그런데도 노인문제는 언제나 검토과제로 밀려나 있고 주무부처의 목청도 그리 크게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지금 새정부의 국정과제를 열심히 챙기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내세우고 있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상, 국민적 관심사인 경제살리기가 정책기조의 핵심이다. 하드웨어는 거창하지만 그러나 소프트웨어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새 정부는 노인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비전을 제시하기 바란다. 진정한 복지사회는 ‘노마지지’를 발휘할수 있는 기회가 충만한 사회여야 한다.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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